이재오, 당무에는 복귀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이날 '민심의 바다에 돛을 올리겠다'라는 글에서 "당원과 국민들이 선택해주신 자리에 충실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무복귀를 선언했다.
이 최고위원은 "분노도 미움도 슬픔도 내 마음의 바다에 쓸어 안고 산사를 떠난다"고 밝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색깔론, 대권주자 개입론 등에 대한 강재섭 대표의 사과도 요구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지난 15일 지지자들과 지리산에 오르는 도중에도 "정권교체를 하려면 '우파대연합'을 이뤄야 하는데 내가 수구보수 지도부에 있으면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지 않겠느냐"며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그가 입장을 전격적으로 선회한 명분은 '수해'다. 그는 이날 귀경 직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지역 수해 현장을 방문했으며, 18일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이날 은평구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이 장기적으로 당권을 장악함으로 인해 특정 인맥이 당 지도부부터 시도당까지 조직을 차지하고 있고, 그런 인맥을 그대로 두고는 차기 대선을 위한 공정경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광범위한 '박근혜 색깔 빼기'를 주문해 제2의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내년 대선후보 경선이, 과연 이 모습대로 가면 공정히 치러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물로 바꾸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언제든 패할 수 있다"며 "내년 대선 경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이번 전당대회가 거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의 이같은 주장은 대선후보 선출방법 변경 요구로 이어졌다. 그는 "후보가 추천하는 인사와 당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정경선관리위를 구성해 당 지도부의 당무활동이 공정경선 분위기를 해치는지까지 감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당원 및 대의원이 대선후보 경선 때 전체 투표권의 50%를 갖도록 한 현행 규정과 관련해 "당헌에 나와 있는 비율과 선발규정, 여론조사 문제도 어느 것이 구속되지 않고 어떤 제도가 공정성 시비를 받지 않는지 때가 되면 검토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내용으로까지 한 걸음 나아갔다.
결국 이 최고위원이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한 논란을 수습하는 대신 당 구조와 제도에 관한 문제로 초점을 돌리면서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주자 사이의 줄다리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특히 이 최고위원이 당무복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의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최고위원의 요구사항이 전적으로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만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강재섭 대표는 일단 18일 당직개편에서 소장파와 중도파들을 중용하기로 방침을 정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갈등봉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무총장 자리는 인천 출신의 황우여 의원에게,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자리는 전당대회에 소장파 대표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권영세 의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에는 중도 성향의 임태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오 시위'로 닷새를 끌어온 한나라당의 내홍은 이번 주에 줄줄이 예정된 당직개편, 소장-중도파 모임인 '미래모임'의 워크숍 등을 거쳐 갈등이냐 봉합이냐의 기로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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