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MBC에 압력 행사했나 안했나?

'황우석 쇼크 정부책임론' 확산…'1월 보고설'도 문제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언제 처음 알았을까?

이는 국가 신인도 문제로까지 비화된 '황우석 쇼크'를 정부가 사전에 막거나 최소화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정부 책임론'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황 교수 연구에 그간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는 등 깊숙이 개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운영과 보고체계의 심각한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청와대가 〈PD수첩〉 방송을 막기 위해 MBC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청와대, MBC에 압력 행사했나**

지난 11월 28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났던 김형태 변호사는 17일 MBC〈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청와대 측과 연구원의 난자 제공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고 소개하면서 "(이 때) 청와대 측으로부터 MBC에 가능하면 문제제기가 되지 않도록 굉장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MBC 〈PD수첩〉팀과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검증 과정에서 양측 사이의 중재역을 맡았다.

그런가 하면 MBC의 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 5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긴급이사회를 전후해 일부 관계자에게 "윗선에서 (〈PD수첩〉의 2차 방영 문제와 관련해) 압박이 꽤 있다"고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시점은 노무현 대통령이 황 교수 연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는 입장을 밝히던 무렵과 일치한다.

청와대의 '압력행사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MBC 〈PD수첩〉팀의 난자윤리 의혹 취재 및 1차 방영을 막기 위해 11월 초 이들에 대해 '사법처리(형사처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이를 검토했다'는 식으로 〈오마이뉴스〉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오보 대응을 하겠다"며 부인하고 있다.

***박기영 보좌관, 축소.왜곡 보고 의혹 재차 불거져**

지난달 28일 김형태 변호사와 김 실장의 회동 사실을 통해 청와대의 정보 확보 능력과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 변호사가 김 실장에게 황 교수 연구의 진위와 관련된 MBC 〈PD수첩〉의 취재 내용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지난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전까지 문제를 점검하기보다는 황 교수를 감싸 왔을 뿐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지난 5일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의 보고체계가 논란을 키웠다"며 "MBC의 검증 결과가 11월 17일 나온 이후 열흘이 지났음에도 논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1차 테스트 결과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다.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변호사와 김 실장의 회동 사실을 밝힌 청와대 관계자가 "두 사람 회동 후 박기영 보좌관이 청와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밝힌 것도 청와대가 그간 보고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인 박 보좌관의 보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그 이전부터 제기됐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PD수첩〉의 취재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대책을 의논해 왔다. 이 자리에서는 취재의 동기와 방법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호의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보좌관의 보고 내용이 〈PD수첩〉의 취재윤리와 관련된 것에 국한돼 있고 상당히 부정적인 내용만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는 얘기다. 박 보좌관은 이런 내용을 지난 21일경 보고했는데, 이 때는 이미 〈PD수첩〉팀의 1차 테스트 결과가 나온 뒤였다.

최 부대변인은 '김형태 변호사가 김 실장을 통해 전달한 내용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냐'는 질문에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부대변인은 "당시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상태였다"며 "그런 의혹은 청와대가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었고 검증이 필요하다면 과학계가 검증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박기영 보좌관이 올 1월 구두보고 받았다"**

한편 '정부 책임론'은 황 교수가 16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9일 맞춤형 줄기세포 6개에 심각한 오염사고가 발생했고 당일 정부에 보고해 후속대책을 세우게 됐다"고 밝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황 교수 주장의 심각성은 지난 1월 9일은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발표 이전이라는 데에 있다. 따라서 황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황 교수 연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알고서도 〈사이언스〉 논문 발표와 지난 10월 황 교수가 소장을 맡았던 세계줄기세포허브 설립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줄기세포허브 개소식에 직접 참석해 "앞으로 확실히 밀겠다"며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거듭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는 관련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연구기반 구축을 위해 줄기세포허브를 국립암센터처럼 특수법인화해 110억 원 이상의 연간 운영비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부는 17일 낮 "지난 1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서울대 관련 공문서 접수기록을 정밀 점검했으나 해당문건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이번 사안의 위중함을 감안해 과학재단 등 다른 채널을 통한 보고 문건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과기부가 이렇게 입장을 밝힐 때까지도 사태의 전말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17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사고 당시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이 구두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은 "박 보좌관이 지난 1월 황 교수로부터 서울대 실험실 내의 배아줄기세포 오염 사실을 구두로 통보받고 대체공간 마련 등 후속대책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최 부대변인에 따르면, 박 보좌관은 후속대책과 관련 "(서울대) 생명공학연구동이 완성되기 전까지 (실험실) 대체공간을 찾는 데에 협조해 그 뒤 황 교수측에서 서울대 내에 대체공간을 마련했다"며 "그 뒤 오염방지시설이 어떠한지 점검하기 위해 직접 방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이같은 줄기세포 오염사고 관련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말했다고 최 부대변인이 전했다. 게다가 박 보좌관이 "세포배양 실험에서 오염은 가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는 전언에 따르면 그가 줄기세포 오염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박 보좌관의 태도와 처신으로 미루어 볼 때 청와대가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최초의 점검기회를 놓친 것으로 기록될 만하다. 왜냐하면 바로 이 '줄기세포 오염'이 이른바 '줄기세포 바꿔치기' '사진 부풀리기' 'DNA 지문분석'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무는 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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