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이번 사태가 어떻게 풀릴지는 크게 세 방향에서 전망할 수 있다. 첫째는 미국 경찰의 수사에 따라 밝혀질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 및 청와대의 '귀국 지시' 의혹 규명 등 사실관계 차원이다. 특히 후자에 대해 곽상도 민정수석 등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귀국 종용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얼버무리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 '윗선'에서 윤 전 대변인에게 귀국 지시를 했는지 여부는 결코 흐지부지 덮고 갈 부분이 아니다.
청와대가 소속 직원의 범죄 의혹을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용의자의 도주를 도왔다면, 이는 성추행만큼이나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여론의 비난이 두려워 덮고 가려 한다면, 참모들의 잘못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의 눈을 가리려 하는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관련 조사를 맡겨둘 수 없다며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건의 진실뿐 아니라 국내 도피 과정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국회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 및 축소·은폐 의혹 진상 조사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새누리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둘째는 정치적 차원이다. 들끓는 여론을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문 발표 정도로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이 허 실장 명의의 사과로 만족할지, 허 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하는 그 이상의 수준까지 요구할지에 대해 한 정치 평론가는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여론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뻔하지 않나"라고 예측했다.
이 평론가는 "윤창중이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될 때 그렇게 반대가 심했는데 결국 강행해서 이 사고가 난 게 아니냐"며 허 실장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허 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가동되기도 전에 단행된 인사인 만큼, 허 실장이 인사 검증을 게을리했거나 '아랫사람 관리'를 못했다기보다는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태라는 분석이다.
야당 역시 "청와대가 국민들께 사과를 표명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대했던 인물을 '제1호 인사'로 강행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사과와 진정성 있는 사후 수습 대책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이 '윤창중 사태'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3월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자료 사진). ⓒ청와대 |
셋째는 재발 방지 대책 등 구조적 차원의 해법이다. 먼저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을 방미 중 이례적으로 전격 경질했다. 허 실장은 이남기 홍보수석 또한 사의를 밝혔다면서 사표 수리 여부는 "인사권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허 실장은 "책임질 일이 있다면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허 실장 본인과 이 수석 등 관련자들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질책성 인사를 내려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은 앞서 허 실장을 포함한 참모진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의 전면적 개편도 필요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헌신적이고 도덕적인 충성심 있는 인사들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모진이) 총사퇴하면 민주당은 새로운 청와대 진용이 꾸려질 때까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개편 시간을 기다릴 용의도 있다"고도 했다.
결국 사태 해결의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이 수석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점검하고 추가로 책임을 묻는 일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특히 이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일 것인지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소속실 사람'인 윤 전 대변인을 관리하지 못한 점뿐 아니라, 언론에 거짓 해명을 둘러대 오보를 양산한 일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거짓말을 해서는 결코 안 될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방미 당시 윤 대변인의 행방에 대해 '집에 급한 일이 있다', '아내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고 한 일은 무겁게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인사 등 종합적 대책뿐 아니라, 앞의 두 차원에서도 결국 정국의 향방을 가를 것은 박 대통령의 의지다. '귀국 종용' 논란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일벌백계하라는 지시를 내릴 사람은 현재 청와대 분위기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밖에 없어 보인다. 여론을 잠재울 더 무게 있는 차원의 유감 표명도 박 대통령의 결심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다. 정권 초반 '인사 참사' 논란으로 지지율 하락 등 악재를 겪은 박 대통령이, 자신이 중용한 윤창중에 의해 다시 한 번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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