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1948년으로부터 6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인권'은 못다 이룬 숙제"라며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후보의 TV 방송광고로 유명해진 문구다.
인권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문 후보는 "그동안 우리는 인권을 외면하고 희생시켜 왔다"면서 "북한과 대치한다는 이유로, 경제성장이라는 이유로, 독재를 정당화하고 인권을 탄압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부분을 공략한 것.
그는 이어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촛불집회는 탄압받았고 언론의 자유는 사라졌다. 반대의 목소리는 공권력의 탄압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보호받지 못했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보듯이 인간은 돈과 폭력 앞에 굴복을 강요당했다. 민주주의는 사라졌고, 한국의 인권은 다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현 집권세력의 실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국제적 인권규범이 요구"
이날 문 후보가 발표한 10대 과제 중 단연 주목이 쏠린 부분은 인권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온 군 인권 관련 내용이었다. △대체복무제 도입, △군 인권 향상 및 사법개혁 등이다. 문 후보는 "주요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겠다"면서 "양심과 신념에 기초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체복무제는 국제적 인권규범이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많은 나라들이 하고 있는 제도이며,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인 대만, 통일 전의 독일도 시행했던 제도"라고 강조했다.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제도로 악용되거나 군 복무와의 형평성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대체복무의 내용을 군복무 이상으로 강도 높게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군복무 기간보다 길게, 한 배 반 정도로 한다면 형평에 어긋나는 일은 없고 오히려 더 무거운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또 "안심하고 군대를 갈 수 있도록 군 인권을 보장하고 군 사법개혁을 단행하겠다"며 "계급별 생활관 설치,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으로 군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군사법제도 역시 개혁해 법치주의가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장애등급폐지, 범죄피해보호기금 확대 등 사회경제적 인권 공약도
정치적, 시민적 자유에서 더 나아간 사회경제적 인권 보장에 대한 공약도 문 후보는 이날 정리해 발표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을 제정,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기초노령연금 확대, 취약아동·청소년·결혼이주여성·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장,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2배이상 확충으로 아동·여성 등 범죄피해자 인권보호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약화됐다고 지적한 정치적 자유권으로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촛불집회, 인터넷 의견 표명 등 표현의 자유 확대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확대하고 투표시간을 연장해 청년층·비정규직 등의 참정권 실질보장,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조직·인사·예산 면에서 국가인권위 독립성 회복과 지방인권사무소(현 3개소)의 전국 확대 등 인권위 기능 강화 등이 발표됐다.
그밖에 국제적 차원에서는 △동아시아 인권평화 공동체 추진이 공약으로 제시됐다. 북한 인권과 과거 제국주의 일본에 의한 종군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부분이다. 문 후보는 질의응답을 통해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분(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생존권, 이 부분이 가장 절실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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