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강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한 '손님'은 총 5명. 강 전 장관이 먼저 인사말을 하고, 이후 시간 순서대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 후보, 박 시장, 안 후보,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한 자리에 나란히 서는 '그림'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연사들이 차례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자리를 떴기 때문. 행사는 3시간에 걸쳐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참여정부 시절 일화 소개하며 친분 강조
문재인 후보는 오후 5시45분경 행사장에 들어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부겸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연단에 올라 참여정부 시절 강 전 장관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조각 당시 환경부·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제의했을 때 강 전 장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으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법무장관을 제의하자 "그건 하시겠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문 후보는 강 전 장관 재직시 이뤄진 대선자금 수사 등을 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됐고 시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고 강 전 장관을 추켜세우는 한편, 내년도 집권 이후의 중요한 과제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뿐 아니라, 독립된 검찰이 제대로 민주적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시민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9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박원순 시장은 문 후보가 축사를 마치고 이석한 이후 도착해 6시5분경 인사말을 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일을 상기시키며 "서울시장 후보로 선배가 되신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당시 강 전 장관이 당선됐더라면 자신보다 시정을 더 잘 했을 것이라면서, 강 전 장관과 함께 시장 선거를 치른 인물들에게 지난해 선거에서나 시정 운영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시장이 짧은 인사를 마치고 6시10분경까지 행사장에 남아 있게 되면서 취재진과 좌중의 관심은 박 시장과 안철수 후보가 만남을 가질까 하는 데 쏠렸으나 원래 6시10분 도착 예정이던 안 후보는 박 시장이 자리를 뜬 후인 6시25분경 도착했다.
안철수 "국민은 21세기인데, 정치는 70년대"
안 후보는 강 전 장관의 마중을 받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와 민주당 박영선, 이언주, 은수미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눴다. 안 후보를 수행해 온 박선숙 선대본부장과 조광희 비서실장, 유민영·정연순 대변인, 허영 비서실장도 법조계 또는 민주당에 함께 몸담았던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같은 시민사회 출신인 민주당 김기식 의원과 안 후보 측 송호창 본부장도 행사장 내에 함께 있었지만 장내가 혼잡해 서로 만나지 못했다.
안 후보는 축사에서 강 전 장관이 책에 쓴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낡은 권력의 질서를 혁신한다"는 내용을 들며 자신의 정책 싱크탱크 '열린네트워크 내일'이 바로 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축사를 한 대선후보 3인 중 유일하게 일부나마 책을 읽어 온 후보였다. 강 전 장관의 책 서문에 자신의 이름이 실렸다며 "영광이다"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정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라며 "정치혁신, 정권교체가 저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국민은 21세기에 살고 계신데 정치는 아직도 70년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강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대선 후보에게 각각 책 첫 장에 덕담을 적어 보냈다면서 문 후보에게는 "꼭 승리해 주소서"라고, 안 후보에게는 "아름다운 승리"라고 썼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두 분이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새로운 정치, 정권교체를 이뤄 주시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축사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마지막으로 축사를 한 심상정 후보는 강 전 장관의 책 가운데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수평적 네트워크 시대를 열기 위해 여성성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 당선이 정치쇄신'이라는 주장으로 말을 이어 갔다.
심 후보는 "박근혜 후보는 권위주의 태내에서 태어나 정치적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지 않으신 분"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아, 생각해보니 내가 여성이었어' 이렇게 커밍아웃하고 정치쇄신이니 혁명이니 말하는 것은 그 동안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와 맞서 싸웠던 다수의 여성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심 후보는 "그게 언제가 됐든 첫 여성 대통령은 진보정치가 책임지겠다"며 여성 진보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의 출판 '파티'에는 심 후보와 함께 온 진보정의당 박원석, 김제남 의원도 참석했고, 안 후보 측 박선숙 본부장과 유민영 대변인도 후보가 자리를 뜬 이후 한동안 남아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 등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안 후보 측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도 참석했었으나 이들은 축하의 뜻만 전하고 금방 자리를 떴다.
강 전 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만큼, 장내에는 '친정'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측 인사들이 역시 가장 많았다. 안희정 지사, 이광재 전 지사 외에도 당내 경선에서 문 후보와 경쟁했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정세균 전 대표도 왔고, 박병석 국회부의장, 김한길 최고위원, 원혜영, 박영선, 김재윤, 서영교, 김현미, 민병두, 신경민, 전순옥 의원 등도 참석했다.
강금실, 단일화에 '역할' 할까
강 전 장관의 기념회에 이들 야권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강 전 장관은 여론의 단일화 압박을 받고 있는 문, 안 두 후보 모두와 친분이 있으면서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등거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때문에 향후 단일화 등의 국면에서 강 전 장관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아침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라는 말 자체가 연합정치 또는 가치연합으로 바뀌고 있고 그게 굉장히 바람직하다"며 "단일화라는 말을 하게 되면 누가 이기냐는 시합처럼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과 의지만 있으면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국민들한테 정말 감동을 주는 그런 과정들이 가능할 것이다. 시간의 문제는 아니고 의지와 진정성의 문제"라며 "누가 단일화가 되느냐는 저절로 국민들이 선택을 해낼 것이다. 국민들을 믿고 가는 게 중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한 민주당 입당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그 국민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않고 '먼저 당적을 가져라. 민주당에 입당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의미를 놓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이 대선에서 원하는 민심이 뭔가를 분명하게 읽으면 민주당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계신데, 새로운 정치는 새누리당의 집권이 막아져야만 가능하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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