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22일 내외신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목적이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대한 예방"이라며 "적절한 사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300㎞로는 북한의 전방에만 미치기 때문에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북 방어 차원의) 공격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1979년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2001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핵주기 완성) 등과 함께 보수 진영의 숙원이다. 두 사안은 한미 미사일지침과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미간 현안이다. 보수 언론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면 늘 미사일 사거리 연장론을 들고 나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가 미사일 지침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는 간간히 나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 후에도 <연합뉴스>는 내달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이 문제가 협의될 것이고, 한미가 구체적인 협의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800~1000㎞ 내에서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군사보안상 밝힐 수 없다"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논의중' 보도는 한국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어쨌든 이 대통령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거론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얘기를 꺼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4월 중순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다시 한 번 미국을 푸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받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같은 판단을 하는 근거는 작년 10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이다.
작년 정상회담에 앞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현 대외전략기획관)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자는 뜻을 미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거부했고, 두 사안은 당시 정상회담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대신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사상 최초로 펜타곤 상황실을 방문하도록 주선, 미국이 한국에 어떤 확장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브리핑했다. 미국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이처럼 거부감을 느꼈던 것으로 볼 때 내주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게 김 편집장의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보다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하는 걸 더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거리 문제를 꺼낸 것으로 볼 때 한미간에 실제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양 정상이 절충안에 합의해 발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고받기'라는 외교의 기본 원리로 볼 때, 한국은 미국에 다른 부분을 '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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