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성 발사 강행시, 식량 지원 철회될 것"

[분석]북한 "주권적 권리에 대한 '이중잣대' 용납 못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 계획(4월 12~16일 발사 예정)을 발표한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번 계획은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은 영양보조식품 24만톤을 북한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29 합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도 "예상이 빗나갔다"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일단 북한의 의도는 차치하고, 북한의 계획 발표에 따를 파장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2.29 합의 자체가 완전히 파기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위성 발사 계획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2.29 합의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북한이 사실상 합의를 깨는 조치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지도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경계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 북한이 3년만에 또다시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5월 '광명성 2호'의 발사 모습. ⓒAP=연합
"2.29 합의 깰 수밖에 없는 내부 상황 드러내"

17일(현지시각) <AP> 통신은 "보수 진영에서 대북 정책에서 유약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이번 계획 발표로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면서 "단호하게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논점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지도부의 일관된 전략에 따른 것인지, 내부 권력 투쟁 끝에 나온 돌발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헤리지티재단의 아시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는 "북한이 이번 조치를 취한 의도가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미 협상에서 협상 수단을 강화하려는 시도거나, 새로운 지도자의 힘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29 합의로 식량 지원밖에 얻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은 군부의 반발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은 김정일 생존 때부터 예정된 것이며, 오는 4월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를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내부 결속용의 이벤트로서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맞다면, 외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더라도 북한의 내부사정이 2.29 합의를 깰 수밖에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사 강행하면, 김정은 입지 강화 대신 식량 지원 못받게 될 것"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는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다를 것이라는 수많은 예상들이 깨져나갔다"면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북한 지도부가 달라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더 예측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번 발표에 6자 회담 당사국 모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2.29 합의 당사자인 미국은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해 북한의 계획을 철회하도록 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라면서 "북한이 실제로 발사한다면, 약속을 믿을 수 없고, 국제적 합의를 철저하게 파기한 정권과 논의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김정은의 입지는 강화될지 모르지만, 미국이 약속했던 식량 지원을 못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위성 발사 계획을 철회하라는 국제적인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18일 '광명성 3호' 발사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면서, 발사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위성발사는 주권적 권리"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6자 회담국들의 우려와 비난에 대한 논평을 통해 "반공화국 압살정책의 전형적인 발로로서 우리의 평화적 우주이용 권리를 부정하고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비열한 행위"라며 "과학연구와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위성발사는 특정 국가의 독점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논평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로 계획된 북한의 위성발사만 '미사일위협' '도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등으로 비난하는 것은 명백히 인공위성 제작과 발사문제에 대한 '이중잣대'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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