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와 한국의 정치 과정 변화

[코리아연구원] '신기술' SNS, 기술보다 사람의 가치 알려줘

소셜미디어의 특성과 사회변화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는 참여·공유·개방의 원칙을 실현한 기술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개방'적인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사용자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관계중심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특성이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소셜미디어들이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참여를 촉진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트위터(Twitter)는 속보를 전달하는데 유용하고, 페이스북(Facebook)은 그룹 단위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거나 토의하는데 유용하며, 유투브는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동영상 등 멀티콘텐츠를 공유하는데 유용하다.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지만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중심의 소셜미디어인 링크트인(Linkedin), 인맥 구축 커뮤니티서비스 베보(Bebo),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인 텀블러(Tumblr), 이미지 공유 서비스인 플릭커(Flickr), 유럽의 스카이락(Skyrock), 라틴아메리카의 오커트(Orkut), 중국의 웨이보(Weibo), 2012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뜨고 있는 핀터레스트(Pinterest)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들도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소셜미디어가 유명해진 것은 매스미디어보다 빨리 일반 시민들이 현장에서 지진, 태풍 등의 자연재해나 재난 소식을 빨리 알릴 수 있는 속보성과 유명인이나 친구들과 끊김 없이 연결되면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성 때문이다.

첫째, 소셜미디어로 인한 사회적인 큰 변화중의 하나는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간의 긴장 혹은 매스미디어의 변화의 필요성이다. 소셜미디어의 속보성과 관계성 때문에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거의 IT기업처럼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전통적인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하이퍼텍스트(hypertext)와 인포그라픽스(Infographics)를 활용한 입체적 기사를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소셜미디어에 의해 일반인들의 기사 생산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전통적인 기자의 역할과 기사의 권위와 일반인의 그것과의 경계선이 무의미해졌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매스미디어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 역할에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미디어의 역할의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형태변화에도 소셜미디어는 영향을 미쳤다. 나꼼수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미디어 채널(혹은 대안미디어)로서 팟캐스트(podcast)를 통해 외국의 정부는 주요 정책을 홍보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2008년 촛불집회에서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집회현장의 생생한 화면을 아프리카(afreeca)를 통해 수많은 개인이 1인 미디어 화면으로 제공한 바 있다. 아울러 시민이 직접 만드는 오마이뉴스의 사례처럼 매스미디어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정보를 자유롭게 송신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개인방송에 이어 팟캐스트는 이동하는 개인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미디어로 등장하였다. 개인의 정보생산력, 자유로운 정보공유, 정보 확산은 기존 제도권인 정부와 정당 등과 동일하게 평가받는, 변화하지 않는 주체로서 방송과 언론에 대한 피로감, 의제선택(gatekeeping)이 아닌 의제개방(gate opening)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술과 행위자의 인식의 발전에 기인한다. 이미 2011년의 중동혁명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셜미디어는 일상적인 상태에서는 약한 유대(weak ties)상태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유통하다가 혁명이나 시위 등의 긴박한 상태가 되면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을 응축적으로 강하게 응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태에서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나 검열 담론은 시민들의 비난을 받게 되기도 한다.

둘째, 소셜미디어의 관계망은 넓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과 사회가 어떠한 네트워크로 연결되는가를 연구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회는 여섯 사람만 알면 연결될 수 있는 6단계(Six Degrees)의 사회인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에서는 4.5단계만 건너면 모두 다 아는 좁은 세상(Small World)라고 한다. 소셜미디어의 관계성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연구결과이다. 아울러, 세계어를 번역하여 제공하는 소셜미디어의 번역서비스로 인해 전세계인은 국가나 언어의 장벽이 없는 콘텐츠를 시공간의 구분 없이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뉴미디어로 인해 바벨탑의 붕괴로 나타난 언어와 세계의 분리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극적인 장치와 대면하게 되었다.

셋째, 소셜미디어가 정치인들의 당선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트위터에서의 속보는 8~30분 내에 리트윗(Retweet, RT)이 이루어져 확산되기 때문에 정보를 올리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트위터에서 긍정적인 내용으로 많이 언급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발표되면서 정당에서는 SNS지수를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 또한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소셜미디어가 한국정치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한국정치에서의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당 및 후보자 홍보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4·27 재보선에 이어, 10·26 재보선 과정에서도 후보자와 정당의 SNS 활용은 크게 증가하였으며 그만큼 중요도가 높아졌다. 후보자들은 SNS 특보, 뉴미디어본부, 뉴미디어팀 등을 전에 없이 보강하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TV 등에 주력하면서 후보자 홍보, 후보자 일정 공개, 잘못된 정보의 신속한 정정, 트위터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 모집, 온라인을 통한 선거자금 마련, 동영상 정보 제공 등 선거 캠페인 과정에 적극 활용하였다. 현재 한국정치에서 나타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후보자나 공급자가 아닌) 시민중심성 회복과 정치의 문화적 소비, 의제네트워크의 위력과 대응 압력, 모바일 선거캠페인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1. 시민중심성과 정치의 문화적 소비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부터 트위터의 활용이 확대되었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투표인증샷 놀이 외에도 선거운동 감시, 이미지와 동영상 활용, 투표소 소식 공유, 투표 참여 독려 운동이 진행되었다.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투표 독려는 투표율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이어졌으며, 투표인증샷 놀이의 경우 유명 트위터리안의 투표 독려에 반응하는 유권자의 투표 모습이 이미지로 게시되었다.

특히, 투표인증샷 놀이는 정치를 문화적으로 소비하는 새로운 정치문화의 형태로서, 젊은 세대의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을 젊은 세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의 선거법 규제를 피해 유투브와 같은 해외 동영상 소셜미디어에서는 공중파에서 방송되지 않는 지역 후보자간 토론회 등을 올렸는데 최문순 후보와 엄기영 후보의 강원도 TV 토론회 동영상은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2. 의제 네트워크의 위력과 대응압력

소셜미디어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매스미디어에서 알리지 않는 새로운 의제의 전파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문화분위기 때문에 후보자와 정당은 정치적 대응을 신속하게 해야만 하는 압력이 높아졌다. 유권자에게 있어 소셜미디어는 신속하고 다양하게 선거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이자, 후보자와의 직접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로 활용된다. 투표일 전까지 선거운동과정에서 시민들은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의제 확산 장치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 특히 생생한 선거운동현장 소식을 끊임없이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와 같은 마이크로블로그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한편,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최문순 후보는 게시판을 통한 유권자 정책제안 수렴, 로고송 공모, TV토론 질문 수렴, 유권자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통해 소통성이 높은 선거운동을 진행하였다.


3. 모바일 선거 캠페인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서 한국정치과정에서 모바일의 위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제공된 앱은 거의 매스미디어나 기관에서 스마트폰용으로 제작한 앱으로써 단편적인 선거관련 정보 제공에만 주력하였지만 2011년부터는 스마트폰의 활성화와 2012년 선거를 대비하여 후보자별 애플리케이션 제작이 활성화되었다.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는 강재섭 후보와 손학규 후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유세현장 생중계 등을 함으로써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쌍방향 소통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하였다. 또한 2012년 1월 민주당 대표선거에서는 모바일투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모바일투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도 수정의 요구가 높아지기도 하였다.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소셜미디어의 과제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는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첫째, 제도권에서는 여전히 공급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국민을 대등한 정치의 파트너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동적인 정보의 수용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트위터 계정만 있으면 정치발전이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술결정론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기술적인 의미에서 소셜미디어만 사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체적인 고민이 없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보이는 정부와 정치인의 모습은 소셜미디어의 공간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 혹은 소셜미디어는 어렵다고만 치부하는 퇴행적인 모습인 것이다. 말로만의 민주주의나 시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사회변화의 흐름을 읽고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겠다는 열린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진실성과 감성 전달이 성공의 또 다른 핵심 요인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중국이나 중동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와 같이 한국사회는 과거의 IT강국이 아니라 IT 규제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법제도적으로 콘텐츠를 규제하고 검열하고 권위적으로 공간 내에 군림한다면 소셜미디어 발전 뿐만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회발전조차 논의하기 어렵다. 여전히 공직선거법에서 소셜미디어 선거운동은 규제대상이고,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네티즌은 언어폭력과 끼리끼리 모이는 편협한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 단지 온라인이어서, 뉴미디어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근대 사회에서 장터와 같이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새로운 소식을 알릴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도 모자를판에 사용하기 전부터 위험하고 부정적인 사고 발생만 우려하여 규제한다는 것은 결국 정부나 정당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국민들에게도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소셜미디어가 정치에 미친 순응적인 영향력과 제도적 규제와의 사이에서 한국정치에서의 소셜미디어는 여전히 실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대규모의 중요선거를 앞두고 총선넷의 리멤버뎀(Remember Them)과 같은 오픈 소셜미디어운동 및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공급자와 유권자가 동시에 대등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실험들이 등장하고 있다.

초기의 국내 인터넷 사회가 일방적인 홍보와 정보제공에 머물렀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넷 세대(Net Generation) 등과 같이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의 활용이 자유롭고 이기적으로 생활하지만 이타적인 일에도 적극적이며, 논리만큼 감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체들이 많이 생겼다. 기성세대가 분단과 이데올로기와 권위에 익숙하고 경직된 세대라면 넷 세대의 자유로운 이합집단은 다중 정체성의 시민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온라인 공간은 그러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수동적인 시민 개념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기가 되고 있다.

다가올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기존의 정치인들이 전혀 접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의 등장과 온갖 신기술들이 정치를 문화적으로 소비하며 즐겁게 동원될 수 있는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들은 자유롭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토론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때로 편가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자유로운 정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그것이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거나 긍정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소셜미디어는 시민의 중심성을 회복하고, 정당과 정부의 반응성을 높여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갈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신기술만으로는 사회가 변화하기 어렵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에 내재되어 있는 속성이 나와 우리와 사회를 연결해주고, 좀 더 많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며, 기존에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유용성' 때문에 신기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한국정치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질적인 발전은 점점 더디게 나타날 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이라기 보다는 '사람'이라는 것이 소셜미디어가 제시하는 가장 큰 가치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 원제 : 소셜미디어와 한국 정치과정의 변화

*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은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로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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