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그리스, 3차 구제금융 극비보고서 공개

[분석] 2차 구제금융 진통 끝 타결, '부채의 늪' 비관 전망

한국 시간으로 21일 정오에 임박해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밤샘 논의 끝에 그리스에 대한 13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최종 결정했다.

3월 20일 불과 145억 유로의 만기 상환 국채마저도 갚지 못할 그리스는 이번 구제금융이 결정되지 않으면 곧바로 국가부도를 맞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의는 국제적인 관심거리였다.



▲ 20일(현지시간)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결정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드 IMF 총재와 그리스의 파파데모스 총리가 심각하게 대화하고 있다. ⓒAP=연합
"긴축조치로 '부채의 늪' 못빠져 나와"

하지만 이번 2차 구제금융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며 다시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번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그리스에게 혹독한 긴축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긴축을 실제로 이행하다가는 더 큰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한 상황에 빠지는 '자가당착'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한 대외비 문서가 <파이낸셜타임스>에 입수돼 공개된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10페이지짜리 극비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밤 2차 구제금융 제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지만, 이 구제금융이 다 쓰이면 그리스 정부는 또다시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문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라도, 그리스는 긴축조치로 인한 경기침체 악화로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으며, 또 다시 3년 동안 버티려면 1700억 유로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2차 구제금융의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원칙 자체가 구제금융의 의미를 상실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긴축을 강요해 경제가 심각하게 취약해지면서 부채 수준은 오히려 올라가고,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한 2000억 유로의 국채에 대해 절반을 탕감해주는 협상이 성사되면 다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길도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번 보고서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당사자들끼리 갈등이 심한 이유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면서 "보고서가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지난주 제출된 후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주요 채권국들은 구제금융 제공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면 상황은 더욱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차 구제금융 이후 2020년까지 그리스가 부채 비율을 GDP 대비 120%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대와는 달리 160% 정도에 머문다는 것이다.

"낙관적 시나리오로도 1700억 유로 추가 구제금융 필요"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그리스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1700억 유로가 아니라 2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 보고서는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에 요구된 구조개혁이나 정책들을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설정된 일정에 따라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내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2014년에는 2.3% 성장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그리스의 경제가 호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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