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방북 조문 불허는 과공비례(過恭非禮) 원칙"?

통일부, '불허' 공식 통보…이재정 전 장관 "유치한 얘기"

통일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위해 방북할 뜻을 밝힌 노무현재단에 통일부 차관을 보내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북측에서 조문단을 보낸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한해서만 방북을 허용한다는 일종의 '상호주의적' 결정이다.

김천식 통일부 차관은 21일 오후 노무현재단을 방문해 안영배 재단 사무처장에게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노무현재단의 방북 조문을 허용해 줄 수 없는 입장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노무현재단이 작성한 조의문은 정부가 판문점 채널을 통해 빠른 시일 내 북측에 공식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친 공손은 도리어 예의에 어긋남)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만큼, (노무현재단이) 방북 조문할 때에는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과공'이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과) 같은 수준에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그쪽에서 하지 않았는데 이쪽에서 한다는 것은 예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불허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오전 노무현재단 대회의실에서 참여정부 외교안보 장-차관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향후 남북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해찬 전 총리, 정동영·이종석·이재정 전 통일장관, 고영구·김만복 전 국정원장, 윤광웅 전 국방장관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노무현재단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안 사무처장은 김 차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 처장은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10.4 남북정상선언을 발표했던 점을 고려하면 조문단 파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전 장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상황이었기에 조문이 이뤄지려야 이뤄질 수도 없었다"면서 "그런 상황을 제일 잘 아는 통일부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10.4 선언의 주역이었던 김 위원장이 세상을 떴으면 북한 정부나 북한 사회가 10.4 선언을 보다 새로운 각도에서 받아들이고 이어갈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남측)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구차하게 '저쪽에서 안 왔으니 안 보내겠다'는 유치한 얘기를 하니 화가 난다"면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국가의 체면이 걸려 있는데 화가 치민다"면서 "이렇게 외교도 모르고 미래 정치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국정을 운영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통일부의 논리에 대해 "예를 들어 문익환 목사 서거 10주년 당시 북한 조문단이 왔는데, 그러면 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 '통일맞이'는 왜 안 보내 주나"라면서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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