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설은 금융업체 봉사하는 앵글로색슨의 논리"

<FT>"독일에서는 유로존 위기감 찾기 어려워"

유로존 부채위기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고,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나서지 않으면 유로존이 붕괴될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베를린 현지에서 전한 독일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 최대 화제는 유로존 위기가 아니라 '네오 나치' 조직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다. 유로존 부채위기국을 중심으로 팽배한 위기감을 독일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 미소 짓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유로존 위험국들이 독일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지만, 독일 정부는 좀처럼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의 대체적인 여론은 유로존 위기설은 과장됐으며, 금융업체에 유리한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
독일은 왜 유로존 위기설에 심드렁한가

독일 국민의 대체적인 여론은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이 제대로 된 자구책을 찾지는 않고, 단기적인 처방을 요구하며, 이런 처방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유로존이 붕괴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한 유력지는 "금융시장은 앵글로색슨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다"면서 "과도한 국가부채로 야기되는 모든 문제를 중앙은행의 돈으로, 특히 금융업체들의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음은 '위기는 무슨 위기?냐고 묻는 독일 소비자들'(Crisis, what crisis?' ask German consumers)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최대 화제는 네오 나치 연쇄 살인 사건

요즘 독일 상가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고 있다. 유로존이 위기인지 몰라도 독일의 상가들은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워도 독일의 소비심리는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는 11월 전달 5.3에서 5.4로 올랐고, 12월에는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5.6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평균 지출 비용도 지난해 수준과 거의 같을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의 분위기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과 사뭇 다른 것 같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지의 정치인들과 논객들의 말만 들으면 종말이 임박한 것처럼 보이는데, 독일의 뮌헨이나 베를린에서는 이런 무서운 경고 같은 것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일인들이 유로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독일 특유의 '건강한 불안'이 없으면 독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유로에 대해 우려하고, 자신들의 저축이 안전할 지 걱정한다. 정부 부채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하지만 유로존이 당장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는 견해를 함께 하지 않을 뿐이다.

지난 3주 동안 독일에서 최대의 화제는 유로존 위기가 아니었다. 상당한 다른 화제였다. 바로 지난 10년간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는 네오 나치 조직이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네오 나치 조직원들이 어설프게 은행 강도짓을 하다가 잡히기 전까지 치안당국이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독일인만 '현실 부정' 상태인가?

그렇다면 독일은 유로존 위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심리적 현실 부정' 상태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태연한 독일의 소비자들의 반응에는 뭔가 더 깊은 뜻이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확실한 한 가지는, 유로존의 주변국들이 경기침체에 빠졌어도 독일 경제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는 1%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는 3%에 이른다.

소비심리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용 지표는 상승세를 보여 실업자는 20년래 가장 적은 270만 명으로 줄었다.

독일의 경제를 이끄는 수출은 올해 12%라는 주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독일 무역협회의 안톤 베르너 회장은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내년에도 독일의 수출은 최소 6%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독일의 실물 경제는 상당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 개입 등은 올바른 해법 아니다는 확신

독일의 분위기가 패닉과는 거리가 먼 또다른 이유를 들자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블레 재무장관이 공유하고 있는 확신이 독일 국민에게 널리 퍼져있다는 점이다. 단기 처방, 채권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대적 개입,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을 위한 유로본드 발행 등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는 장기적인 해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메르켈 총리의 지론이다. 전체적으로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유럽연합 조약을 개정해 재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길이 올바른 해법이라는 것이며, 이것은 독일 유권자들의 여론과 일치한다.

독일인들은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이 빚 부담에 어쩔 줄 몰라하는 행태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독일 국민이 그들을 가르치려 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이 자부하는 '건실한 문화'를 배우기를 원하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유로존이 곧 붕괴할 것처럼 떠드는 동기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통화동맹의 규율 강화로 시장의 신뢰 찾는 것이 정답"

보수 성향의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자이퉁(FAZ)>는 칼럼을 통해 "금융시장은 앵글로색슨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다"면서 "과도한 국가부채로 야기되는 모든 문제를 중앙은행의 돈으로, 특히 금융업체들의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 신문은 "이처럼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방식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통화동맹의 규율을 보다 엄격히 해서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칼럼의 제목은 많은 독일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었다. "No P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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