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 미치광이 개인의 소행이 아니다"

[분석] 극우 이념 뿌리와 지지세 '탄탄'…언제든 재발 가능

노르웨이 테러의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극우 이념에 심취한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그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며 이번 사건을 '한 미치광이의 소행' 정도로 축소하고 있고, 범행 전 약물을 복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브레이비크는 미치지 않았으며 냉정한 가운데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심층적인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을 쏠리고 있다.

영국 주간지 <뉴스테이츠맨>은 27일(현지시간) 인터넷판 칼럼을 통해 노르웨이 테러가 미친 자의 소행일 뿐이라는 주장을 부정하며 사건에는 매우 위험한 '뿌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아우슈비츠 대학살을 저지른 나치당 지도부가 그렇듯, 극우 사상에 젖은 테러범은 나름의 합리성과 정치적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테이츠맨>은 "몇몇 언론들은 브레이비크의 행동을 '광기'로 설명하며 따라서 그가 작성한 '2083: 유럽독립선언'에 대한 더 이상의 연구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선언'을 읽어보면 브레이비크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잡지는 "브레이비크의 사고 과정은 명료하고 합리적"이라며 "그는 지적이고 사변적인 인물이며 다문화주의가 노르웨이와 유럽 사회를 절멸시킬 것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보았다. 이어 "그의 범행은 명백히 정치적인 동기로 행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지는 그가 "'문화적 맑시즘'인 다문화주의와 이슬람 이민이 (유럽의) 삶의 방식을 파괴→이에 책임이 있는 집권 노동당은 '반역자'→정치적 수단은 없으므로 폭력이 유일한 해결책이자 필요악→따라서 노동당 차세대 지도자들을 살해해야 함"이라는 사고방식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잡지는 그에 의해 살해된 한느 크리스틴 피리튼과 토어 아이클란드는 실제로 노동당 청년조직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물들이었다고 덧붙였다.

▲ 노르웨이 노동당 청년조직에서 주목받는 인물이었던 한느 크리스틴 피리튼도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노동당 대회에서 연설하는 피리튼의 모습.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 화면캡처

"브레이비크는 혼자가 아니다"

잡지는 "물론 브레이비크의 사고는 뒤틀려 있으며 사악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미치지 않았고, 그가 (이런 생각을 가진) 유일무이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브레이비크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천 명의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이탈리아의 마리오 보르게지오 유렵의회 의원은 브레이비크의 주장에 대해 "폭력 부분을 빼면 일부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지도자 헤이르트 빌더스 또한 테러를 비난하면서도 반(反)이슬람주의 자체는 '평화지향적인 사상'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보기)

영국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EDL) 대표도 반이슬람주의자들이 감정을 표현할 민주적 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면 브레이비크 같은 '괴물'이 또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최근 유럽에서 우파가 발호하는 흐름도 주목된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정당 '진짜 핀란드인'이 제3당에 올랐고, 앞서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주변국과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등지에서도 극우정당이 강세를 보인바 있다.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에서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며 보수적 이민정책이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뉴스테이츠맨>은 "우리는 정치적인 동기를 가진 대학살을 막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 브레이비크의 신념을 연구해 논파해야(negate) 한다"고 극우 사상 확산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이탈리아의 마리오 보르게지오 유렵의회 의원은 '선언'에 나타난 브레이비크의 주장에 대해 "폭력 부분을 빼면 일부는 훌륭하다"고 26일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프레시안(손문상)

CNN "국내 테러위협, 외부 위협에 못지 않다"

미국 <CNN> 방송은 25일 국내적인 테러 위협이 외국으로부터 오는 위협에 못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미 테러·대테러연구소(START, Study of Terrorism and Responses to Terrorism)의 게리 라프리 소장은 극단주의 이념을 가진 국내의 개인 또는 소규모 그룹이 대학살극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방송에 말했다.

라프리 소장은 지난 2001년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의 용의자 티모시 맥베이로부터 최근 마틴 루터 킹 기념일 행진에 폭탄테러를 시도한 신(新)나치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극우주의자들은 대중을 상대로 한 테러 행위를 저지를 의지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또 지난해 미국 국내의 극단적 반정부단체가 전년 대비 60%나 증가했다는 남부빈민법센터(SPLC)의 조사 결과를 전했다. 방송은 대규모 학살극을 저지르는데 꼭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다면서 대립적 정치 상황과 개인적 동기가 겹쳐지면 이들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은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언론의 관심이나 법적인 대응은 이슬람주의 테러리즘에만 집중돼 있고 자생적인 극우 테러리즘에 대한 대처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START의 조사 결과 미국 주립 경찰들의 90%가 '현존하는' 잠재적 위협으로는 신나치주의, 스킨헤드 등 극우단체를 꼽으면서도 이들보다 이슬람주의 그룹들을 더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라프리 소장은 이에 대해 "인식적인 편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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