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유치했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나?

[기자의 눈] 남북 공동 개최는 부차적인 문제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길 원한다는 북한 체육계 핵심 인사의 발언은 '주제넘게 숟가락 얹으려는 구차한 북한'의 이미지로 전파될 듯하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13일 오전 일본에 도착해 남북 공동 개최에 관한 견해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남북간의 정치적·군사적 상황이 좋지 않다. 그것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 개최는) 어렵고, 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에 말을 바꾸긴 했다. 장웅 위원은 다시 만난 <연합뉴스> 기자에게 "그런 논의를 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공동 개최니 분산 개최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상황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게 요점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들은 그가 지목한 '요점' 보다는 공동 개최를 원한다는 앞의 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조선일보>의 스포츠부 차장은 이미 13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공동 개최 제안에 대해 "허황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 와중에 나온 장웅 위원의 발언은 좋은 먹잇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벌써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있다고 한다.

▲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13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6년 북한 국적자의 일본 입국 금지 조치 후 5년만에 처음 있는 북한 국적자의 일본 방문이다. ⓒ연합뉴스

장웅은 한국 스포츠 외교의 대부였던 김운용 전 IOC 위원과 비견되는 북한 스포츠 외교의 거두다. 그 어떤 외교관보다 노련하고, 계산된 발언을 한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게 요점이라는 그의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동 개최를 원한다는 첫 발언은 그리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장웅 위원은 평창이 2014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뛰던 2005~07년 이미 남북 공동 개최는 현실성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상황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악의적으로 보자면 '경고' 내지 '협박'으로 읽힌다.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있는 상태에서 평창 올림픽이 잘 될지 두고 보자는.

한국의 일부 언론은 2018년 동계 올림픽의 평창 개최가 결정된 후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허황된 얘기다. 정세가 안정되어야 올림픽이 잘 치러지는 것이지, 올림픽 유치 자체가 정세를 안정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남북간의 군사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장웅의 발언은 협박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인과관계를 언급한 것이다.

우리는 안정된 한반도가 한국이 치른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냈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그러하다. 올림픽, 월드컵 보다는 작은 행사였지만 세계인의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국제사회에 진정한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것만으로도 두 대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남북 교류·협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의 장면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또 기억하고 있다. 1988년 올림픽의 서울 개최를 확정한 뒤 86년 아시안게임마저 가져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고 있다. 평양은 서울 올림픽 개최에 자극을 받아 86년 아시안게임이라도 열어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냉전 보수 정권이었던 전두환 정권은 '올림픽 예행연습'을 내세워 아시안게임마저 싹쓸이해 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당시를 회고하며 83년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폭파 사건은 아시안게임 유치마저 좌절된 북한의 패배감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올림픽-AG '싹쓸이 작전'이 비극 불렀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는 평창 올림픽 성공의 기본 조건이다. 이명박 정부가 평창 올림픽의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냉전적 대결 의식, 북한을 거지로 보는 시선을 거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평창 올림픽의 유치를 자신들의 성과로 홍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 조건이다. 공동 개최냐 분산 개최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공동 개최가 안 되면 평창 올림픽을 보러 온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을 갔다 오면 된다. 그때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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