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정치적 돌파구 찾으려 리비아 군사개입 앞장"

<가디언> "내년 대선 앞두고 위기"…"아랍 독재자 지지 이미지 불식 목적도"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작전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미국과 영국은 지중해상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데 그쳤으나 프랑스는 공군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겼다. 앞서 프랑스는 리비아 반군을 처음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에 이같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는 국내정치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신문은 20일(현지시간) '리비아 사태가 사르코지를 선거 참패에서 구할 것' 제하의 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 프랑스 외교관은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대통령이 국제정치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며, 리비아 사태가 사르코지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줄 "좋은 위기"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실제로 사르코지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날 실시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프랑스 보수 여당은 야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0%가까이 진행된 개표 결과 사회당 등 좌파정당은 48%를 득표했지만 집권당을 포함한 우파 정당들은 32.5%를 얻는 데 그쳤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도 15%를 가져가며 선전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주목되는 이유는 다음해 대선을 앞두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가늠할 척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국민전선에게까지 위협을 느낄 정도로 부진을 보였다. 이로써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가디언>은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는 사회당 대선 후보로 점쳐지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크게 뒤쳐지며, 심지어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대표에게도 뒤졌다고 보도했다. 말 그대로 좌우로부터 협공당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은 정치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사르코지가 궁지에 몰린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문제라고 분석했다. 실업률이 9.6%까지 치솟았고 정부 부채 규모도 늘어나는 등 프랑스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가 야심차게 추진한 정년퇴직 연령을 상향조정한 연금개혁법안도 지난해 말 대규모 항의 시위 사태를 빚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튀니지 민주화 운동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초기에 잘못 대처한 것도 사르코지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셸 알리오-마리 전 외무장관이 튀니지 정부에 '시위 진압 노하우'를 제공하겠다고 말해 결국 사임한 것을 두고, 신문은 "실언한 것은 외무장관이지만 책임은 대통령이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메이플크로프트의 앤서니 스키너는 <로이터> 통신에 "서방의 신속한 공습은 카다피가 민간인 학살을 할 수 있다는 위험과 (국민에 의해 쫓겨난) 튀니지, 이집트의 독재자들을 지지했던 기억을 묻어버리고 싶은 사르코지의 욕망에 의해 추동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이 하나의 변수가 되긴 하겠지만 이로 인해 프랑스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릴지는 미지수라며 경제정책과 대외정책, 리더십 부족 등으로 인한 사르코지의 정치적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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