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 美측 분담액 제로"…동맹의 역습

美, 이란 제재 빠른 결정도 요구한 듯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외교에 적극 협력했던 미국이 '청구서'를 하나 둘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주한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방위비분담금을 이전공사비로 쓰고 기지 설계비는 현금으로 달라고 하면서, 이를 문서로 약속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미국은 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공사비 4조7000억 원을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주는 방위비분담금에서 전용해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미국은 연합방위력 증강 등의 명목으로 한국이 지불하는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상당액을 집행하지 않은 채 미 연방은행에 예치해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게 준 것이므로 미국 돈'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최근 1조7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설계비 등을 한국 정부가 내고, 이를 오는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채택되는 '전략동맹 2015' 문서에 명기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기지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도 방위비분담금에서 사용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현재 미측의 입장대로라면 앞으로 (기지 이전에 드는) 미측의 순수 부담금은 한 푼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영업정지 조치 사실상 확정

한편 정부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독자적인 이란 제재를 조속히 실시할 방침이어서 이란의 반발과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이란 제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4일부터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29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 이란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29호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준비가 되는 대로 조속히 이란 제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차관은 "우리는 안보리 결의 1929호에 따라 의무적 사항과 권고적 사항을 모두 이행한다는 방침이며 각국의 재량에 맡겨 놓은 사항에 대해 현재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안보리 결의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 이란 제재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란 재재 문제의 '뜨거운 감자'인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정부는 영업정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부처간 의견 조율과 외국과의 관련성 등을 검토한 뒤 금명간 이같은 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정지는 한시적으로 업무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폐쇄보다는 낮은 수준의 제재다. 그러나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일반 은행업무와 무역금융, 송금, 환전 등 외국환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정지에 그치더라도 이란과 수출·입 사업을 하는 업체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란의 반발이 예상된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국제 금융제재 대상자와 거래할 때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외환거래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과 이란 제재 외에도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보를 요구하는 등 천안함 외교에 협력한 대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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