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제3의 불황은 이미 시작됐다"

"불황 속 긴축, 그 대가는 실업자 양산"

지난 주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2013년까지 재정적자 50% 감축' 등 글로벌 위기 이후 국제적 공조체제를 '지출에서 긴축'으로 바꾸는 합의가 나오자 28일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제3의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The Third Depression'이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글에 따르면 경제사를 통틀어 경기침체(recession)는 흔하지만, 불황(depression)은 드물다. 크루그먼 교수는 "내가 아는 한 당대에 '불황'이라고 널리 표현된 시기는 경제 역사상 두 번 밖에 없었다"면서 1873년 공황 이후 디플레이션과 불안정이 지속된 시기(Long Depression), 그리고 1929~1931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실업사태가 지속된 시기(Great Depression)를 지목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G20의 긴축 합의에 대해 '제3의 불황' 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로이터=뉴시스
"1873년형 장기불황 양상 보일 것"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두 불황 모두 경기가 내내 하락세를 보인 것이 아니라 중간에 성장세를 보인 시기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경제회복세가 불황 초기의 타격을 메워줄 정도로 충분하지 않아 결국 더블딥에 빠졌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미 현재의 상황이 이같은 시기, 즉 '제3의 불황'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번 불황은 경제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대공황보다는 1873년 장기 불황에 보다 가까운 양상을 띠며 전개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화된 이 시대의 장기불황은 세계 경제와, 무엇보다 일자리를 상실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각국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대규모 지출과 통화팽창 정책을 시행해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여름쯤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훗날 역사가들은 1933년 경기회복기가 대공황의 끝이 아니었던 것처럼, 지금의 경기회복기가 제3의 불황의 끝이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실업률, 그중에서도 장기실업률은 재앙적 수준에 도달한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급락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일본식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럽은 그리스 부도 위기 사태 이후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어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을 중심으로 유럽의 재정위기를 거론하며 긴축정책을 압박하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불황 속 긴축 결과 우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긴축론자들의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투자자들이 재정문제를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체에 빠진 경제 상황에서 단기적인 재정긴축에 투자자가 신뢰를 보낸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이 지원 대가로 요구한 가혹할 정도의 긴축방안에 합의하자 부도 위기 지표가 갈수록 높아졌을 뿐이다. 공공지출을 혹독하게 줄인 아일랜드는 긴축정책에 소극적인 스페인보다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시장은 정책당국이 이해하지 못하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지만, 불황의 한가운데에서 지출을 삭감하는 조치는 불황을 심화시키고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자가당착적인 행위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어려운 시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부과하는 리더십이 승리한다면, 그 대가는 오랜 기간 또는 영원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는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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