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유럽연합 파국 맞는다면 독일에 상당한 책임"

독일 긴축 정책 카드에 숨은 노림수 비판

헤지펀드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지 소로스가 유럽 통합의 주축이었던 독일이 현재 유럽의 부채위기에 잘못 대응해 유럽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소로스는 24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Germany must reflect on the unthinkable'이라는 칼럼을 통해 "독일은 그리스 등 유럽의 국가부채 위기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구제방안에 징벌에 가까운 조건을 붙이도록 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을 경고했다. 또한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경제국들의 긴축 정책도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조지 소로스가 유럽통합의 중심인 독일이 긴축 정책으로 유럽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로이터=뉴시스

"유럽의 긴축정책, 대공황 교훈과 정면 배치"

이 칼럼에 따르면,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부채 삭감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키고 재정 건전성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만일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환율이 평가절하되지 않은 채 경쟁력을 가지려면 임금과 물가가 하락해야 되고, 이것은 디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킨다.

소로스는 "현재 유로존에서 시행하는 정책들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얻은 교훈과 정면으로 어긋난다"면서 "이런 정책들로 인해 유럽은 기나긴 스태그네이션이나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이런 상황이 되면 사회적인 불안이 커져 최악의 경우 유럽연합은 외국인 혐오와 극단적인 국가주의에 의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독일은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이 유로존의 주축이 아닌 별개의 나라라면 자국의 화폐 가치를 강하게 유지하고 재정을 건전하게 하려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은 유로존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뢰받는 나라이기 때문에 독일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유로존 전체를 디플레이션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디플레이션에 의한 타격은 독일보다 막대한 부채를 안은 채 유로존에 묶여 있는 다른 나라들이 더 크다는 점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독일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독일의 정책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독일이 유로존 탈퇴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이때문에 소로스는 독일이 '역지사지'를 해볼 것으로 권했다. 유로존에서 독일이 탈퇴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도이체마르크 가치는 치솟고 유로 가치는 곤두박질 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로화를 쓰는 나라들은 경쟁력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만, 독일은 과잉 평가된 통화로 인해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하고 실업률이 치솟는 등 곤경에 처하게 된다. 독일 은행들도 환율 변동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받게 되고 공적자금을 받을 처지가 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그리스나 스페인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이런 상황이 '정치적으로 보다 수용할 만한 선택'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소로스는 "독일이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정치적 결과를 고려할 때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이런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해볼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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