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스페인에 비하면 경량급"

<WSJ>"GDP 대비 342% 부채 큰 위협" …국가 줄부도 사태오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대한 부채로 땜질하며 대공황급 파국을 피한 뒤끝은 결국 국가 줄부도 사태인가. 최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 국제금융계의 거물들이 잇따라 '국가 부도 사태'를 예언하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앞으로 2∼3년 내에 7∼8개 국가들이 디폴트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물 투자자 마크 파버도 "몇 년 안에 국가 부도사태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의 예측이 맞다면, 유력한 후보들은 어디일까. 현재 유로존을 갈등에 빠뜨린 그리스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리스는 규모가 작은 경제라서 외부의 지원으로 '저렴하게' 막아줄 수도 있다. 유로존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막아주기에도 부담스러운 후보들이 즐비하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 다음 타자로 스페인을 주목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를 공통화폐로 채택한 16개국)을 흔드는 위기를 촉발한 경량급 위기국가라면, 스페인은 유로화의 존폐를 결정할 중량급 위기국가다.

"스페인은 큰 난관에 빠졌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네번째로 큰 경제규모지만 경제는 파탄난 상태다. 실업률이 19%에 이르고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고 있디. 막대한 부채에 재정적자는 확대일로에 있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는 3.6% 감소했다. 올해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50년만의 가장 심각하고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빠져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위기 탈출 수단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미 막대한 재정지출로 스페인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 대비 11.4%에 달했다. 그리스 사태로 국채 추가 발행도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이미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전미기업연구소(AEI)의 데스먼드 래치먼은 "스페인은 유로의 존폐를 결정할 진정한 시험대"라면서 "스페인이 큰 난관에 빠졌다면, 유로의 공존은 어려울 것이다... 내 견해를 말하자면 스페인은 큰 난관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페인을 구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다른 유로존 3개국을 합한 것보다 두 배가 많은 1.6조 달러의 경제규모를 가졌다.

BNP파리바의 추산에 따르면, 스페인의 재정상태에 대한 신뢰가 개선되도록 충분한 지원을 하려면 2700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대해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한 지원 비용이 각각 680억 달러, 470억 달러, 410억 달러라는 점과 비교된다.

주택거품 붕괴, 막대한 민간 부채에 허덕

래치먼처럼 스페인의 위기탈출이 그리스보다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주택시장 거품 붕괴와 막대한 부채를 지적한다. 스페인의 주택가격은 2008년까지 10년에 걸쳐 두 배 이상이 올랐다. 거품 절정기에는 인구 4500만 명의 스페인에 모든 인구를 합해 2억 명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보다 더 많은 집을 지어댔다.

스페인의 주택시장의 조정이 천천히 이뤄지는 것도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 가격이 고점 대비 30% 떨어지는 동안 스페인에서는 15%만 하락했다. 그만큼 주택시장 회복도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의 부채는 민간과 공공 부문을 합쳐 2000~2008년 사이 연평균 14.5% 증가했다. 2008년 말 부채는 4.9 조 달러로 GDP 대비 342%에 달했다. 주요 경제국 중 영국과 일본을 빼고는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스페인의 부채 중 7분의 6(85.7%)은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막대한 부채가 디레버리리징(부채 축소)의 압박을 받게 되는 순간 유로존 경제의 2%를 차지하는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금융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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