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람 있어요?"
K주임이 무심코 대답한다.
"없어요. 와나팃(일요일)에 오세요."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무슨 소리야? 지금 태국 사람 있는데."
K주임은
"아, 참! 미안해요."
하고는
"김 선생님 전화 받으세요."
한다.
매주 화요일은 태국말 잘하는 김 선생님이 있다. 그는 모 언론사 태국특파원을 지내고 정년퇴직한 내 오랜 친구로, 멀리 용인 수지에서 화요일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찾아와 하루 종일 통역을 해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친구의 통역에 의하면, 전화를 건 그 노동자는 새벽에 전북 부안에서 출발하여 이미 오산까지 왔고 오산역에서 <능능능>을 타고 발안으로 출발했단다. 능은 태국말로 1이니까 111번 버스를 타고 온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까다롭고 난감하고 고질적인 문제들이 보잘것없고 작은 우리 센터로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경남이나 전남에서도 노동자들이 밤 열차를 타고 올라와 수원이나 오산에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발안까지 온다. 왜 그럴까? 상담을 잘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상담은 별 게 없다. 상담은 어디나 똑같다. 다만 한 가지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우리 센터는 불독처럼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사장님들이 아주 싫어하지!
태국 노동자는 이름이 프라낫으로, 마지막달 임금 21일치를 못 받았단다. 사장님 말로는 한 달 30일을 못 채우면 원래 월급을 안 주는 거라고 했다나? 우습지만 의외로 간단한 문제이다.
"왜 이런 (쉬운) 문제를 가지고 여기까지 와요?"
하니 그는 싱겁게 웃으며 조그만 종이쪼가리를 내민다. 접은 종이를 펴보니 내 명함을 복사한 것이다. 내 이름이 적힌 이런 종이가 전라도 시골에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나쁜 짓도 못 하겠다.
나는 그의 고향 *우돈에 관해 몇 마디 나누다가
"그럼 가보세요. 우리가 연락해줄게."
하고 일어섰다. 그는 아쉬워서
"이게 다예요?"
하며 일어서지 못했다. 자기는 큰마음 먹고 전라도에서 죽으라고 달려왔는데 상담하는 데 불과 5분도 안 걸렸으니까. 싱겁지!
"예. 다예요."
사실은 이게 다가 아니고 프라낫이 돌아가고 난 뒤부터가 진짜다. 하지만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해결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기에 정확한 설명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린 미래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다만 확실히 아는 것 한 가지는 불독 센터가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 순박한 프라낫의 얼굴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지!
*우돈 : 태국 북동부 이싼 지방의 한 도시. 아주 가난한 고장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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