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된 아소…벚꽃놀이 일본인들 "지도력 없으니 소란떨어"

요격미사일 앞에서 기념촬영…"요란을 떠니 북한이 우쭐대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4일에는 방위성의 판단 착오로 오보 소동을 벌여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일본 국민들도 '그만 좀 하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로켓 발사 국면을 활용해 추락한 지지도를 만회한 뒤 총선에 임하겠다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속셈이 너무 드러나면서 일본인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 <아사히신문>은 주말을 맞아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생생히 전했다.

▲ 도쿄 이치가야에 위치한 방위성 내에 배치된 PAC3 미사일. 주민들은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연합뉴스

우에노 공원엔 최다 상춘객 몰려

북한의 로켓이 본토로 떨어질 경우 요격에 나서게 되는 지대공 유도 패트리엇(PAC3)이 배치된 도쿄(東京) 이치가야(市谷)의 방위성 주변에는 4일에도 50여 명의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PAC3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낮 12시 20분 경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긴장감이 잠시 흘렀지만 곧바로 오보임이 밝혀지자 현장에 있던 시민 사이에서는 "마치 축제같다"는 말도 나왔다.

요시카와 미도리 씨(48)는 "오보를 내는 정부의 대응에 오히려 불안을 느낀다"라며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로켓이) 마음 편하게 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북부 아키타(秋田)현 오모리야마(大森山) 동물원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1500명 가량의 입장객이 있었다. 야마가타(山形)현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40대는 "(로켓이) 낙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벚꽃이 활짝 핀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에는 이날 올 봄 들어 가장 많은 20만6000명의 상춘객이 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화장실에 갈 때 휴대전화를 통해 뉴스를 확인했지만, 회사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은 도쿄 시부야(澁谷)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대학 2년생인 유키 아유미(結城步·19) 씨는 "미사일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여기가 도쿄인데 떨어지겠느냐"고 말했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 참석을 위해 도쿄 긴자(銀座)를 찾은 구보타 시즈코(久保田倭子·68)씨는 "언론도 정부도 너무 소란을 피운다. 그렇게 요란을 떨면 북한만 우쭐댈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타마(埼玉)현에 사는 한 여성(68)은 "정치인들이 지도력이 있다면 수면 아래에서 협상을 하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는 않을 것이다. 한심하다"라며 다카라츠카 가극단의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정치적 이유로 로켓 위험 과장"

이와 관련,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일본 정부의 과잉 반응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북한 로켓 문제에 약간은 이상할 정도로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인들은 지난 1998년 불시에 발사된 북한의 로켓이 자국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진 일과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에 대한 분한 감정을 여전히 품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이 영공으로 떨어지는 북한 로켓의 파편은 무엇이든 요격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로켓 발사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부에서는 일본이 로켓 파편의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북부 지방의 관리들은 실제로는 공포 분위기가 없다고 말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MD 시스템으로 로켓 파편에 대한 요격을 시도하는 것이 무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일본 연구프로젝트 소장인 리처드 새뮤얼스는 "검증되지 않은 미사일 시스템으로 동요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아소 총리의 자민당이 유권자들에게 북한의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지나친 대응을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PAC3가 배치된 북부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시의 한 관리는 로켓 파편이 시 상공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주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스를 보고 걱정하는 노인들의 전화를 몇 통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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