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북핵 강온대립 여전…부시 '결단'에 걸림돌

<뉴욕타임스> "북-시리아 핵 협력설 두고 논쟁 심화"

지난달 6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으로 불거진 북한-시리아 핵 협력 의혹 관련 정보를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첨예한 논쟁이 진행중이라고 <뉴욕타임스> 10일 보도했다.

논쟁의 당사자는 그동안에도 대북 정책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해 온 딕 체니 부통령을 위시한 행정부 내 강경파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협상파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측은 이스라엘의 정보를 신뢰할 만한 것으로 묘사하면서 이는 미국이 시리아 및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을 재고할 명분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라이스 장관측은 이스라엘의 정보가 지금까지는 미국의 외교적 접근법에 변화를 취해야 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딕 체니 미 부통령(왼쪽)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오른쪽) ⓒ로이터=뉴시스

시리아의 핵 프로그램 보유 적시 여부에 불일치

라이스 장관 외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시리아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과정에 들어갔다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전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행정부의 다른 관계자들도 시리아의 초기 핵 프로그램이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아있다.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북-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이 어떤 사람에게는 하늘이 무너진 것임을 의미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정보가 위협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과학자들이 시리아를 방문해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등을 지원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졌고, 이스라엘이 공습한 시리아의 시설에 북한 사람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데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미 정부 관계자들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점은 과연 그동안 모아진 증거들을 통해 시리아가 중동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적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습 관련 정보는 최상위급 비밀 사항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하는 전현직 관료나 전문가들은 모두 익명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과 그의 동조세력들은 지난주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이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대가로 경제지원을 하는 합의(10.3합의)를 진행시킨 것에 불쾌감을 표출해왔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정보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북한이 시리아와의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 한 미국은 합의를 취소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 백악관이 인정했나?

이 신문은 전현직 관료들의 말을 근거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핵 활동으로 묘사하는 관련 정보를 여름에 걸쳐 미국에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또 시리아 공습 직전에도 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백악관에 알렸지만 백악관이 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터키 정부의 관리들은 지난 주 시리아를 방문해 시리아의 핵 프로그램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이스라엘의 서류를 시리아 정부에 넘겼다고 워싱턴의 한 중동 전문가가 이 신문에 전했다.

그러나 시리아 관리들은 그 정보를 전면 부인했고 이스라엘이 공격한 곳은 전략미사일 보관 시설이라고 말했다. 북한 역시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시리아 협조설을 전면 부인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전문가이자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리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보 당국이 시리아의 의심스러운 활동에 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신중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리델은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단지 보다 정교한 탄도 미사일이나 화학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으로 확신했다면 공격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협상파 손 들어주긴 했지만…

<뉴욕타임스>의 이런 보도에 대해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론 그들(체니와 라이스)은 특정 문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행정부 내 논쟁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나 매코맥 대변인은 그들의 이견은 건전한 정책 협의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두 사람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교와 국가안보 정책의 최고 결정자인 부시 대통령에게 나름대로 최선의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쟁의 와중에서 부시 대통령은 일단 북핵 협상에 관한한 라이스측의 협상론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체니 부통령과 라이스 장관은 지난 2일 부시 대통령이 주재하는 백악관 조찬에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참석해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10.3합의)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체니 부통령은 북핵 협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라이스와 힐 등 협상파를 칭찬했다는 후문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 후 10.3합의를 승인했고 다음 날엔 대통령 명의로 직접 성명을 발표해 북핵 협상의 진전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2.13합의 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 지연과 같이 북한과의 합의가 어떤 이유에서건 늦어질 경우, 혹은 북-시리아 핵협력을 암시하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날 경우 부시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한 북한이 10.3합의에 따라 핵시설 불능화를 시작하더라도 미국의 상응조치(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가 의회와의 이견으로 늦어져 북한이 불능화의 최종 단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체니 부통령측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을 얼마든지 있어 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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