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막바지…힐 "돌파구 신호가 없다"

北 "BDA 먼저 해결" vs 美 "선행조치부터"

13개월여 만에 어렵사리 재개됐던 6자회담이 북한과 미국의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22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인 북한의 자금 2400만 달러를 푸는 문제와 핵폐기 논의는 별개의 입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등 핵폐기를 위한 초기이행조치를 수용할 경우 북한 체제안전 보장 및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BDA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핵폐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또 핵폐기를 논의하더라도 미국의 상응조치에 경수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은 차기 회담을 내년 1월 중에 재개하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서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핵 6자회담 4일째인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내 모 식당에서 한, 미, 일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회동을 가진 후 식당을 나서고 있다.(왼쪽부터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 ⓒ뉴시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2일 북한이 협상에 진지하지 않았다며 돌파구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숙소인 궈지쥐러부(國際俱樂部) 호텔을 나서면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은 하루는 금융 문제를 제기하다가 또 다른 날은 자기네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달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오늘이 회담 마지막 날이다. 난 내일 아침에 떠날 거다"라며 회담이 22일 종료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오전 현재 미국 대표단 일부는 이미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협상은 결렬 위기에 놓였다. 관측통들은 중국의 노력으로 다음 회담 날짜만 잡아도 성과라는 말을 하고 있다. 6개국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수석대표 회동을 열 것이라고 회담 소식통이 전했다.

2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두 차례 만난 힐 차관보는 이날 수석대표 회동에 앞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양자협의를 가진 뒤 김 부상과 막바지 협의를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6자회담 중요 장애 직면"

뉴욕타임스는 21일(미국 현지시간) 6자회담이 미국과 북한의 완강한 입장 고수로 '중요한 장애'(significant obstacle)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가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본협상의 일부가 돼야 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또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따라서 이번 회담은 단순히 시간벌기용이나 최대 우방이자 교역국인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적절한 단계에서 핵프로그램을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이들(BDA와 핵폐기)이 별개의 두 문제임을 아주 분명히 해 왔다"며 "BDA문제는 북한의 불법행동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북한의 요청에 따라 실무그룹에서 논의키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명백히 궤를 달리하고, 북한의 요청대로 다뤄지고 있는 문제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할 문제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핵문제와 BDA문제는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면서 "다른 걸 위해서 하나를 맞바꾸거나, 궤를 달리하는 문제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불법행동에 대해 다른 방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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