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위기 중대 분수령, 6자회담 마침내 개막

금융제재 북미 실무회의도 동시에 열려

13개월의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던 6자회담이 18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드디어 재개된다.

9.19공동성명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9~11일 열린 5차 6자회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미로 '5차 2단계 회담'으로 명명된 이번 6자회담은 지난 10월 핵실험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한반도 위기의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회담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초기이행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 및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사이의 균형점 찾기가 집중적으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1월 28~29일 북한과의 베이징 접촉에서 △영변 5MW 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핵 프로그램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 4가지를 초기이행조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가서 답변하겠다'고 말한 후 미국의 제안에 대해 그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은 6자 본회담을 통해 수용 가능한 조치를 밝히거나, 미국에 대해 역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초기이행조치에 동의할 경우 에너지·경제 지원, 체제 안전보장 등을 해주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상응조치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북한이 내놓는 답변에 따라 유동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17일 저녁 만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또 하나의 핵심 변수, 금융 실무회의

6자 본회담 외에 같은 시간 별도로 열리는 금융제재 관련 북미 실무회의도 회담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지난 13개월간 공전됐던 핵심 이유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있는 북한 자금 2400만 달러의 동결을 해제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북미 실무협의의 추이는 6자회담 전체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6일 "제재 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BDA 실무회의와 6자회담을 연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7일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진지(serious)해져야 한다"며 6자 본회담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회담 사정에 정통한 우리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당연히 BDA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제재 실무회의가 좌초할 경우 핵폐기를 위한 본회담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무회의에 북한은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미국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를 수석대표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BDA 회의에 주력하기 위해 오 총재를 비롯해 재무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단을 18일 또는 빠른 시일 내에 베이징으로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공식적인 은행 총재와 재무 전문가들을 실무회의에 참여시킴으로써 BDA 자금이 정상적인 무역에 의한 합법적인 자금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17일자 기사에서 BDA에 동결된 2400만 달러 중 절반인 1200 달러는 합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고 보도해 극적인 타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회담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미뤄 볼 때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법을 가져오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금융 실무회의는 6자 본회담이 열리는 동시에 댜오위타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6자회담과 북미 금융 실무회의, 댜오위타이서 동시에 열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날 오전 10시 50분(현지시간) 의장국 중국의 사회로 회담 개막식을 가진 뒤 곧바로 11시부터 전체회의에 들어간다.

각국 수석대표는 전체회의에서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국의 기본 입장 등을 밝히는 기조연설을 한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30분에는 각국 수석대표간 1차 회의가 열렸고, 전체회의 이후 12시 30분부터 각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업무 오찬이 이뤄진다.

이번 회의에는 북한의 김 부상과 미국의 힐 차관보 외에도 한국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교차관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고 대신 주중 러시아 대사인 세르게이 라조프 대사가 수석대표 역할을 대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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