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29] 11월 30일 강제전역 앞둔 피우진 중령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비행경력 25년에 총 비행시간 1,300여 시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중령이 세운 비행기록입니다. 그러나, 다음 달이면 27년 8개월의 군생활을 끝으로 피우진 중령은 더 이상 조종간을 잡을 수 없게 됩니다. 전역 사유는 4년 전 받은 유방암 수술... 이제 암은 완치됐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낡은 법 규정으로 퇴역 3년여를 앞두고, 원치 않는 제대를 하게 된 것입니다. 가슴에 있는 암 덩어리는 사라졌지만, 낡은 법 규정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피우진 중령... 그녀는 최근 자신이 겪은 아픈 사연과 함께 군내 성차별의 실상을 고발한 에세이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펴내기도 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피우진 중령을 초대해서 그녀가 강제전역하게 된 사연은 무엇인지, 다시 조종간을 잡을 수 있는 희망은 없는 것인지, 현재, 우리 군대 내에는 어떤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는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피우진 중령입니다. 피우진 중령은 1956년 충북 충주 출생으로 1979년 8월 육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여군훈련소 중대장으로 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2항공대대 헬기조종사, 5군단 항공대대 운항반장, 16항공대 부대장, 11항공단 본부 부단장, 항공학교 학생대 학생대장 등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군헬기조종사로 25년간 하늘을 누볐습니다. 그러나 유방암 병력을 이유로 지난 9월 14일, 이번 달 말을 끝으로 전역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저는 장교라고 하셔서 군복을 입고 나오실 줄 알았는데 보통 아줌마처럼 예쁘게 입고 나오셨네요. 지금은 군복 안 입으셔도 되는 겁니까?

피우진 : 그렇죠. 복무할 때만 군복을 입구요,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습니까..

박인규 : 9월 14일 전역명령을 받은 순간부터 이미 현역근무는 안 하시는 모양이죠?

피우진 : 그렇죠. 복무를 안 한지는 1년여가 돼가요.

박인규 : 11월 30일자로 전역하라는 명령을 받으셨는데 여러 가지로 착잡하시겠어요.

피우진 : 아주 착잡하죠.

박인규 : 일단 11월 30일자 전역을 하십니다만 그걸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구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피우진 : 현재 제가 11월 말로 육군에서 처분을 받았구요, 국방부로 인사소청을 해놓은 상태에요. 그 인사소청심의위원회가 12월 13일에 열립니다. 마지막 희망을 거기다 걸어보고 있죠.

박인규 : 그러면 12월 13일에 국방부 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전역이 부당하다고 하면 다시 원대복귀를 할 수 있는 건가요?

피우진 : 그렇죠. 복직이 되는 거죠.

박인규 : 어느 정도 예상하고 계세요?

피우진 : 글쎄요..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박인규 : 원래는 3년 더 군대에 복무하다가 전역하게 돼 있는데 3년 빨리 하신다고, 1년 전부터 못 하시게 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역하시게 된 건가요?

피우진 : 작년 9월에.. 저희들이 매 년 4월이면 정례신검을 해요. 신체검사를. 그래서 4월에 신체검사한 것을 6월에 결과통보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소속부대에서 처리하는 건데 저 같은 경우는 2002년도에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고 그 다음해부터 신체검사를 매 년 받으면서 수술자국으로 인해서 공중자격은 불합격.

박인규 : 공중자격이라는 건 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자격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피우진 : 공중근무자로서.. 조금 더 엄격하거든요. 일반장교로는 합격을 받았어요. 헬기는 조종할 수 없지만. 그러나 소속부대에서는 제가 임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건강하게 지내니까 이야기가 없었죠. 저는 비행도 했고.

박인규 : 그럼 2003,2004년에는 헬기를 계속 조종하신 겁니까?

피우진 : 그렇죠. 조종도 했고 근무도 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6월에 나온 결과를 가지고 9월 말에 조종사자격심사위원회에 회부가 된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유가 뭐냐 그랬더니 새로 오신 지휘관께서.. 신체검사에 불합격했는데 심의위원회에 회부해서 해임시켜야 되지 않느냐고 얘길 하셨다고 해요.

박인규 : 2002년도에 수술을 받고 2003년, 2004년도에는 그래도 헬기조종을 하셨는데 작년에 갑자기 문제가 됐다. 왜 그렇습니까? 짐작가시는 게 있으신가요?

피우진 : 글쎄요. 제가 정확하게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아마 제가 원리원칙주의자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새로 오신 지휘관께서 좀..

박인규 : 군인사법시행규칙에 따르면 그렇지만 암병력이 있으면 원래는 복무를 못 하게 돼 있다고..

피우진 : 현재 규정상 그렇게 돼 있습니다. 군인사법시행규칙을 보면 암으로 판정이 되면 자동전역될 수밖에 없는 심신장애2등급을 받게 돼 있어요.

박인규 :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2003,2004년도는 근무를 하셨고 그래서 수긍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암수술을 받긴 하셨지만 아직 체력이 좋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피우진 : 예. 그 이후에 체력측정은 더 잘 나왔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어요.

박인규 : 그렇다면 실제로 피우진 중령처럼 암수술 받고 다시 건강해지셔서 장교든 사병이든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까?

피우진 : 있죠. 말하지는 못하지만, 통계학적으로 표면화 돼 있지는 않지만 많이 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이른바 암병력을 이유로 심신장애2등급을 내서 자동전역시키는 현재규정은 문제가 있는 거네요..

피우진 : 그렇죠. 아주 오래된 낡은 규정이죠. 그래서 지금 국방부에서는 그 규정을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요. 개정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있으셔서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이 안 나서..

박인규 : 개정안 추진이 사실 피우진 중령 사연이 올 초부터 알려지면서 그랬다는 말이 있던데 맞습니까?

피우진 : 예.

박인규 : 개정안이 법은 아니죠?

피우진 : 아니죠. 국방부 내에서 고칠 수 있는 겁니다.

박인규 : 국방부에서 빨리 고쳐졌으면 본인이 원치 않는 전역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네요. 언제쯤 고쳐진다는 건 없나요?

피우진 : 그것도 저로서는 예측할 수 없어요. 1월부터 개정을 추진했는데 사실 그 개정추진을 적용받기 위해서 제 전역심의를 6개월 보류했었어요. 원래 3월에 계획돼 있었는데 개정안을 추진해서 그걸 적용하게 하겠다는 게 국방부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6개월 후에도 개정안이 추진이 안 되고 결정이 안 돼서 결국 제가 전역통보를 받았죠.

박인규 : 그렇다면 개정안의 골자는 뭡니까? 암을 앓았더라도 현재 건강하다면 자동전역을 시키지 않는다는 건가요?

피우진 : 장애등급 2등급이라 하더라도, 암 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 심신장애 등급을 매기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1급에서 7급까지는 자동퇴역하게 돼 있는데 그 등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본인이 근무하기를 원하고 전역심사위원회에서 근무가능 여부가 판단되면 근무를 시키는 걸로. 그런 안이 추진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혹시 피우진 중령께서는 본인이 암수술을 받았지만 현재는 건강한데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전역시키는 건 내가 여자군인이기 때문에 차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십니까?

피우진 : 그런 생각 들죠. 제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단지 암이라는 것이 규정에 매여서 전역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그 규정을 적용하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근무하는 걸 판단해 보고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전역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인데, 특히 저같은 경우 공중자격위원회에 회부를 먼저 해서 조종사 자격을 해임시킨 다음에 의무조사를 받으라고 군병원으로 입원을 시키고 하는 일련의 과정. 잘못된 과정을 밟아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그 과정을 밟는 동안 만약에 제가 남자장교였고 더군다나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이었다면.. 그런 생각 무수히 많이 했어요. 주변 사람들도 이야길 했고. 여군은 더더군다나 아주 적잖아요, 그리고 선배들이 많지 않고. 그리고 남성 중심의 사회이다 보니까 저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어떤 것도 없고

박인규 : 말하자면 군대 내 소수세력이라서 불이익을 겪는다는 느낌이 많이 드신다는 거군요. 암이라는 게 굉장히 위험한 것이긴 하지만 암도 어떤 건 아주 위험하고 어떤 건 덜 위험한 게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유방암 같은 경우는 절제를 해야 되지만 큰 타격을 안 입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던데..

피우진 : 제가 실제로 유방암 병력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하여튼 통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통증이 없었고, 그냥 혹 하나가 잡혀서 수술을 했고, 이때까지.. 그걸로 인해서 아프다거나 이런 게 없어서 근무나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어요. 더구나 장기 외부에 있다 보니까 식사도 다 할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야말로 성징이라는 것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혀 문제가 없더라구요.

박인규 : 그래선지 지난 달 말부터 이번 달까지 국토종단을 하신 건 내가 아직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시기 위한 건가요? 어디부터 어디까지 하셨어요?

피우진 : 그렇죠.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박인규 : 20일 남짓 하셨던데, 보통 한 달 걸린다던데 굉장히 빨리 하신 것 같아요.

피우진 : 23일 걸렸습니다. 초창기에는 그런 걸 보여줘야 되고 또 막 분노가 일고 하니까 그냥 걸었어요. 일어나자마자 걷기 시작해서 어두워질 때까지

박인규 : 혼자 걸으신 건가요?

피우진 : 그렇죠.

박인규 : 뒤에다가 '국토종단 중령 피우진'이라고 붙이고 다니셨다던데..

피우진 : 예.

박인규 : 본인의 건강함을 보여주고 군의 처사에 대해서 불만을 내외적으로 알린다는 측면도 있지만 군대에서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은 좀 괘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피우진 : 그러시겠죠. 그러나 저는 요즘 군을 믿고 있는데, 개혁을 하려고 많이 애쓰시고 계시고 바른 판단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하시면서 혹시 피우진 중령의 사연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던가요?

피우진 : 글쎄요. 그냥 종단을 하면서 만난 분들은 굉장히 안쓰러워 하고, 그러면서 대단한 결심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구요. 제가 국도를 따라가기 때문에 위험하니까 차를 앞으로 바라보면서 가거든요. 그러니까 건너편에서 등은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냥 가다가 손을 흔들어 주신다거나 그런 건 여러 번 있었죠.

박인규 : 23일 동안 하염없이 걸으시면서 불만이 많이 좀 사그러들었습니까?

피우진 : 사그러들고 마음도 편안해지고, 따뜻한 분들 많이 만났구요. 걷다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나고.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가을과 겨울이 교차되는 시점에 갔거든요. 풍광 구경도 하게 되고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더라구요. 그러면서 마음을 많이 가라앉혔죠.

박인규 : 지금부터는 우리나라 군대에서 여군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최근에 책도 한 권 내셨어요.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피우진 : 여성에 대한 편견을 좀 버려 달라는 측면에서.

박인규 : 남자 군인들이 초콜릿을 많이 주시나요?

피우진 : 그렇지는 않고 저희 여군의 역사가 굉장히 복잡해요. 지금 56주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40년 동안은 병과가 여군이었습니다. 병과라는 건 군대 업무의 영역인데, 그런 게 아니고 보병 또는 항공. 이렇게 부여돼야 되는데 여군 자체가 병과였어요. 40년 동안

박인규 : 말하자면 보조적인 역할인 건가요?

피우진 : 네. 여군은 별도관리 해왔던 거죠. 89년에 그게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여군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죠. 역사적 배경이..

박인규 : 말하자면 남자군인과 똑같은 자기 역할을 갖기보다는 여자로서 남자군인이 하는 걸 도와라..

피우진 : 그렇죠. 부서관들 같은 경우 행정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장교들은 그 여군 부서관들을 관리하는. 그래서 여군은 별도로 관리돼 왔고 별도의 임무가 요구돼 왔고. 그러다가 89년부터 여군에게도 어떤 영역을 줘보자는 분위기가 군에서 형성돼서, 재병과가 됐어요. 여군에게도 병과를 줘보자. 그러면서 육군의 어떤 높은 분이 저희를 전부 모아놓고 병과를 재병과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여성성의 상징인 치마나 눈물로 업무할 생각 하지 말고, 초콜릿 바라지 말라고 얘기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저희에게 먼저 군에서 군인의 능력을 요구해 달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러면 저희들은 어떤 것이 요구된다고 해도 그 요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먼저 군인의 능력을 요구해 달라는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때 생각이 나고.

박인규 : 89년부터 여군이라는 병과는 없어지고 여자 군인이라고 해도 적진에 들어갈 수도 있고

피우진 : 그렇죠. 전투병과에 들어갈 수도 있고 행정병과에 들어갈 수도 있고, 전공이나 자기 의사에 반하게 선택할 수 있었죠

박인규 : 그래서 한 17년 동안 남성과 똑같이 병과를 선택했는데 지내 보니까 아직도 여군에 대해서 여성성을 요구하는 게 알게 모르게 있는 모양이죠?

피우진 : 남자군인들, 특히 정책을 하시는 분들 또는 운영자들... 그런 관리자의 역할을 하시는 분들의 의식이.

박인규 : 이른바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피우진 : 그렇죠.

박인규 :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한 마디로 군대 내 성차별의 실상을 고발한 책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다는 말씀하실 수 없겠지만 여성성을 요구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또 일부 지휘관들은...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피우진 : 그렇죠. 때에 따라서는 군인의 능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때에 따라서는 여성성을 요구하기도 하고. 시시각각 변하니까. 그래서 저희들끼리 모이면 그런 얘길 해요. 머리는 컴퓨터, 얼굴은 미스코리아, 체력은 슈퍼우먼. 이래야 완벽한 여군으로 우리가 근무할 수 있다고 얘길 하는데, 그런 다양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죠. 그리고 전례가 없다는.. 아직 17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보직을 이수하는 데나 각 병과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최초인 경우가 많아요. 저희 후배들도. 그러다 보니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핵심보직이나 필수직을 잘 안 주는 분위기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 여군이 몇 명이나 됩니까?

피우진 : 한 3천여 명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보통 60만 대군 하는데 0.5% 밖에 안되네요. 아직 굉장히 적군요. 최근에 보면 군대 내에서 민주화라고 할까요, 인권문제가 되면서 특히 남성군인에 대한 성희롱 문제가 많았는데, 피우진 중령께서는 그런 부분에 상당히 말씀을 하시는 쪽이었다고 해요. 2000년도인가 사단장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던데 어떤 사건입니까?

피우진 : 여군 중위가 사단장께 성희롱을 당한 거였어요. 회식 자리에서, 또는 일과 이후에 공관으로 부른다거나. 이런 일을 당해서 여군 중위가 참다못해서 검찰에 고발했어요. 그래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데, 당시에 보통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 여성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데 그 당시에도 그랬어요. 그래서 현역의 목소리가 필요했었던가봐요 아마 언론에서. 저는 차츰 없어져 가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시스템, 장치도 한 번 더 완벽하게 만들고 문화도 빨리 바꿔서 조금 더 발전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이야기를 했죠.

박인규 : 말하자면 그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하신 거군요. 혹시 그렇게 군대 내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대외적인 발언을 한 게 이번 강제전역의 배경이 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은 안 해보십니까?

피우진 : 강제전역의 배경이라기보다는 그 당시에 제가 진급에도....... 진급시기였구요..

박인규 : 그 당시면 소령이셨나요?

피우진 : 중령이었죠. 꽤 고참이었죠.

박인규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알고 있겠습니다.

피우진 : 왜냐하면 정확하게 모르니까요.

박인규 : 여군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간호장교를 많이 생각하는데 아직도 그런 특수한.. 말하자면 남성과 비견될 만한 것보다는 여성 고유의 직종에 계신 군인들이 더 많은 거 아닌가요? 어떻습니까?

피우진 : 인원으로 보면 지금 간호장교가 한 천여 명 되니까 3분의 1 정도구요. 간호병과와 여군의 일반병과는 전혀 교육단계부터 다르니까. 간호장교는 간호사관학교를 나와서 들어가는 거고. 그리고 업무영역도 기술이면서 전문직이고, 저희와는 다르죠.

박인규 : 말하자면 보통 군인 하면 전투를 생각하니까.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별을 다신 분은 간호병과에서만 나온 거죠? 아직 3천 명 밖에 안 되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피우진 : 그리고 좀 안타깝죠. 사실은 여성 최초의 장군이 탄생될 때도 당시 저희 선배 중에 최초의 연대장을 하신 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대장 하신 분이... 대령으로, 또 장군으로 진급시기도 어느 정도 됐었구요. 국민의 정부 땐데, 여성장군을 그럼 배출해야 되지 않겠느냐, 전투병과 연대장까지 한 사람도 있고 하니. 그랬는데 아깝게도 그 분이..

박인규 : 여군들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 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겠네요.

피우진 : 그랬죠. 기대했었죠.

박인규 : 12월 13일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데, 국방부에서 인사소청심의위원회가 열립니다. 혹시 피우진 중령의 소망과는 달리 전역이 확정이 된다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피우진 : 행정소송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박인규 : 계속 현역복무를 위해서 싸우겠다.

피우진 : 현역복무를 위함도 있지만 지금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으니까 추진되는 끝을 봐야죠. 그래야 제2, 제3의 낡은 규정에 매여서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어질 거 아니겠어요.

박인규 : 27년 8개월이면 본인의 생 절반 이상을 대한민국 군대에서 보내신 건데 후회는 없으십니까?

피우진 : 후회하진 않아요.

박인규 : 그렇다면 3천 명에 가까운 후배들에게, 혹은 군을 이끌어 가시는 수뇌부나 국방부의 고위 관리들에게 여성들도 대한민국 군대 내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평소에 맘에 있던 말이 있다면 해주시죠.

피우진 : 여군이라는 용어부터 없앴으면 좋겠어요. 더군다나 재병과가 돼서 각 병과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병과의 일원으로 봐 주시고 그렇게 관리됐으면 좋겠고. 또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자기 능력에 맞게 보직도 가고 진급도 하고, 합리적 효율적으로 여군이 운영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12월 13일 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구요. 또 아니더라도 피우진 중령이 여러 가지 해오신 일이 앞으로 여군의 지위향상이랄까, 동등한 대접을 받는 데에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27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하고 강제퇴역위기를 앞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헬기조종사 피우진 중령과 함께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박인규였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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