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찾아간 강재섭 "이재오, 돌아오라"

확답은 못 얻어…소장파도 강 대표 맹공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체제가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2위로 당선된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에 등을 돌린 채 나흘째 칩거에 들어가 있는가 하면, 대표 주자가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한 소장파 그룹에서는 연일 강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전당대회 막판 과열의 후유증이다.

이재오, 연일 '노여움' 표출

13일부터 전남 순천 선암사에 기거 중인 이 최고위원은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나왔던 '색깔론'성 인신공격에 대한 노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강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 나타나는 대신 측근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졌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선암사에 들어가는 길에서도 "한나라당이 현재 갖고 있는 정체성으로는 결코 집권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급기야 14일에는 강 대표가 이 최고위원을 찾아가 당무복귀를 설득했지만 확답을 받아내진 못했다.

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박재완 비서실장과 함께 이 최고위원이 참선을 하고 있던 선암사 법당을 찾아 "전당대회 과정에 여러 가지 오해와 시비가 있었는데 모두 깨끗이 잊고 미래를 위해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루 빨리 당무에 복귀해서 재보궐 선거와 수해 대책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도 했다.

이에 합석했던 선암사 주지스님까지 "부처님이 두 분을 만나도록 인도하신 것 같다. 부처님 뜻을 잘 새겨서 두 분이 잘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 대표를 도왔다. 태고종 혜초 종정도 "두 분이 힘을 합치면 내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여러 가지 대승적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무덤덤하게 답했을 뿐이다.

강 대표 측은 향후 당직 인선에서 이 최고위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수 차례 보내며 이 최고위원 설득에 애쓰고 있지만 이 최고위원 쪽에서는 가타부타 대답도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 당무복귀를 설득키 위해 칩거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찾은 강재섭 대표(광주일보 제공)ⓒ연합뉴스

남경필 "강재섭 사과 않으면 '반쪽 대표' 될 것"

소장파 의원들의 공격도 매섭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강재섭 대표는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절반의 대표, 존경받지 못하는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남 의원은 강 대표가 '동네 이장 선거에도 후유증이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 사태를 가볍게 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준 데 대해 "이번 후유증에 대한 인식과 상황 판단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 의원은 경선과정에서 강 대표가 이 최고위원을 공격하기 위해 '색깔론'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한 당에서 10년을 함께 한, 그것도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낸 분에게 느닷없이 사상 검증을 들이 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공작정치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남 의원은 "마약과도 같은 색깔론에 빠져 한나라당의 시계바늘을 80년대로 되돌려놓았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도 줄어들었다"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남 의원은 대리전 논란에 대해서도 "저쪽(이재오 측)은 대리전이 아니라고 했고 강 대표는 경선 이틀 전 만천하에 대리전임을 선언했다"며 강 대표 쪽에 좀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웠다. 남 의원은 "득표에는 분명 도움이 됐겠지만 그 순간 강 대표는 지도자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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