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계'·소장파, 원내대표 경선서 '분풀이'?

김형오 당선…'親朴' 김무성 두 번째 고배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에 4선의 김형오 의원이 선출됐다. 러닝메이트였던 전재희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올랐다.

"2인자도 '박근혜계'가 맡아서야 되겠나"

13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와 전 의장은 전체 119표 중 67표를 받아 50표를 얻은 김무성 원내대표-이경재 정책위의장 후보 조를 따돌렸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1년 반 후 한나라당 정권을 세우는 데 온 몸을 바치겠다"며 "대권후보 누구로부터도 줄세우기를 강요받거나, 또 내가 줄세우기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희망했던 김무성 후보가 원내대표 쪽으로 목표를 바꿨을 때만 해도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이틀 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리인'으로 꼽히는 강재섭 대표가 당권을 잡자 기류가 바뀌었다.
▲ 왼쪽부터 김형오 원내대표, 강재섭 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연합뉴스

당권 쟁취에 실패한 '이명박계'에 비상이 걸렸고, 소장파와 중도 그룹에서도 "2인자까지 '박근혜계'가 맡아서야 되겠나"는 경고음이 흘렀다. 대구 경북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수가 많은 의원이 맡는 게 낫지 않냐"는 사인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김형오 의원은 4선, 김무성 의원은 3선이다.

김무성 후보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 대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공격거리였다. 이날 경선 직전 열린 토론회에서도 김 대표는 "김 후보가 특정 대선주자를 거론한 직후부터 전당대회가 '대리전'이란 비난이 나왔다"고 공격했다. 김 후보는 "도저히 1분 안에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결국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결점 아닌 결점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연달아 두 번 패배하는 결과가 됐다. 김 후보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같은 이유로 견제를 받아 이재오 전 원내대표에게 밀려났다.

박 전 대표, 투표만 하고 조용히 자리 떠

김 대표의 당선으로 '박근혜 계'가 1,2인자 자리를 모두 꿰차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김 대표 역시 박 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만큼,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박 전 대표는 투표가 시작될 즈음 의총장에 나타나 투표권만 행사하고 자리를 떴다.

원내대표 자리를 물려줘야 할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측근을 통해 "원내대표를 새로 뽑는 날, 언론이 나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둬서 당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투표를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