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敵陣) 출마'라는 배수진을 통해 민주당의 사활을 걸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선언이 '조순형 쇼크'로 발전,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에 빠졌던 민주당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 조 대표 기념사 원고에 없던 돌발선언 "대구광역시 출마" **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행사에서 조 대표는 마련된 기념사를 읽던 중 느닷없이"중진들의 기득권 포기 요구 이전에 자신이 솔선수범하겠다"며 "5선 지역구인 강북을을 떠나 대구광역시로 출마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조 대표는 강북 을구에서 내리 5선을 해온 강북의 터줏대감이다.
조 대표가 '대구 출마'를 전격 발표하자 민주당 당사 대강당은 5백여 명의 당원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당원들은 기념사 원고에도 없던 돌발발언에 흥분한 듯 "조순형,조순형"을 연호했다.
당원들의 환호 속에 조 대표는 "동료 의원들에게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대표부터 결단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외로운 결단을 내렸다"며 대구 출마의 변을 밝혔다.
조 대표는 또 "선친께서 3대 총선에서 대구을구에서 당선, 민주당 창당에 이르렀고 6.25 전란중 내무장관으로 대구사수 신화를 탄생시켰던 곳"이라며 "선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민주당의 불모지에 민주당의 깃발을 당당하게 꽂을 것이며 지역주의의 두터운 벽에 감히 도전한다"며 '당선'에 자신감을 보였다. 조 대표는 이어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의 결의와 각오로 총선에 출전한다"며 당원들의 지원을 부탁했다.
당초 조 대표의 기념사에는 "다선 중진들의 여론조사 방식 경선 수용"을 촉구하는 선에서 '공천개혁'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 대표는 대구 출마라는 메가톤급 '결단'을 내림으로써 텃밭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머뭇거리는 호남 중진을 압박하는 동시에, 17대 총선을 '민주당=호남당' 이미지 탈피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 김경재 "서울출마, 선배 의원들의 동참 요구" **
조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으로 대강당을 가득한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남 순천이 지역구인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이 순서에 없던 연설을 자청, "순천 발 서울행 열차를 타겠다"며 서울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김 위원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물들과 세력들이 '거친 정치의 황야'에서 가능한 한 상처를 입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겠다"며 서울 출마 결심을 밝혔다. 김 위원은 특히 "민주당은 헌정사 이래 유례없는 배신과 그 세력들의 집요한 공작, 내부의 부족함으로 절대 절명의 위기 국면에 부닥쳐 있다"며 당내 가득한 위기감을 설명하고 "호남 선배 여러분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김 위원은 지난 16일 "한화갑 전대표를 만나 수도권 출마를 제의했으며 한 전대표 혼자가 외로우면 나도 함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의 서울출마 선언은 그동안 "김경재 의원의 말일뿐"이라며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온 한화갑 전대표 등 호남 중진들이 결단을 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 장재식, "전국구 후순위 배치" **
김경재 위원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연단에 선 서울 서대문 을구의 장재식 상임중앙위원도 장 위원은 "당이 필요로 한다면 김대중 전 총재처럼 비례대표 뒷자리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민주당의 승리와 후진 당선을 위해 피와 땀을 바치겠다"며 '전국구 후순위 배치'를 선언했다.
장 위원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참신하고 유능한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민주당과 선거구민에 대한 진정한 보답이라고 판단했다"며 용단을 내리게 된 계기를 밝혔다.
당초 장 위원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던 장성원 정책위의장은 18일 공천신청을 하지 않아 하루 일찍 총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장 위의장은 18일 저녁 "정치적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장태완, 박종우 의원과 달리 장성원 위의장과 장재식 위원은 지도부와 오랜 기간 상의 후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상임중앙위원 역시 "오늘 내일 계속 중진들의 결단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불출마 선언을 할 중진의원들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한화갑 등 중도파, 박상천 등 구파 압박에 직면**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전격적 '적진 출마' 선언을 계기로 그동안 지지율 급락으로 창당후 최대 위기감이 감돌았던 민주당은 새로운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열 것으로 민주당의 강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천 갈등으로 분당 일보직전까지 갔던 한나라당이 초선인 오세훈 의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중진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분당 위기를 극복했듯,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로 인해 민주당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몰아닥칠 물갈이 바람을 '조순형 쇼크'로 명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대표가 당선 가능성이 확실한 서울 지역구를 포기하고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대구에 출사표를 던진 대목은 그동안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선출 등 공천 물갈이 방식에 강력히 반발하며 호남 지역구에 안주해온 나머지 민주당 중진들에게도 매가톤급 사퇴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돼, 박상천-김옥두-정균환 등 호남의 구파 의원들도 금명간 자신의 처지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화갑 전대표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는 호남 중도파 의원들 또한 어떤 형태로든 화합해야 할 처지여서, 그동안 호남 중진들의 반발로 머뭇거려온 민주당 공천 물갈이에 일대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민주당 지지율 제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민주당의 기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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