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통령'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 사임

조선일보 주총서 명예회장으로 추대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지난 1963년부터 조선일보를 이끌어온 방우영 회장(75)이 26일 40년만에 조선일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1953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후 63년 조선일보 상무 겸 발행인으로 경영에 참여해온 방 회장은 이날 열린 조선일보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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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방 회장의 사임과 더불어 강천석 이사대우 논설주간과 변용식 이사대우 편집인 겸 편집국장, 이동승 이사대우 재경국장 등 3명을 신임 이사로 임명해 사실상 방상훈 사장의 1인지배 체제를 확고하게 굳혔다. 방일영 고문은 그대로 현직을 유지한다.

조선일보측은 방우영 회장의 사임과 관련, "방 회장이 연세가 많이 드셔서 이전부터 75세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건강상의 문제나 다른 문제로 사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현재 논조의 근원은 '방우영씨'"**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지난 30여년간 국내 정·관·언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방 명예회장은 지난 70년대부터 반공과 안보제일(상업)주의를 조선일보의 주요 가치로 내세워 왔다. 1960∼70년대 중앙정보부 국내정보국 언론담당관으로 조선일보를 담당했던 미주지역 동포운동가 박기식씨는 지난 2001년 '민족21' 12월호에서 "현재 조선일보 논조의 근원은 바로 방우영씨"라고 밝힌 바 있다.

박씨는 민족21과의 인터뷰에서 1971년 대선 전 중정 상황실에 각 신문사 발행인들을 모아 북한 영상물을 보여줬는데 김일성 주석이 간부들에게 뭔가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오자 "방우영씨가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심한 욕설을 퍼붓는 거예요. 중정 요원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 모두 들으라는 듯이 아주 '오버'했죠"라고 말했었다.

박씨는 또 60년대 당시 조선일보에는 "바른 생각을 가진 기자들이 꽤 있었다"며 가장 반골이었던 기자로 리영희 현 한양대 대우교수를 꼽았고, 논설위원이었던 송건호 선생은 "한마디로 지사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조선일보는 "지금처럼 수구·반통일은 아니었다"며 "70년대 중반 들어 의식있는 기자들이 줄줄이 쫓겨나면서 완전히 돌아선 셈"이라고 회고했다.

방 명예회장은 연세대 상과를 졸업한 후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를 거쳐 64년 조선일보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한국신문협회 부회장과 고문, 한국언론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동문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편집국의 한 간부급 기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 "방 회장의 사임으로 방상훈 사장이 실질적으로 조선일보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반을 완전히 마련했다. 신임 이사에 대한 인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와 방 사장의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우영 회장의 사임과 함께 그동안 조선일보 지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류근일 전 주필은 지난 2월 정년퇴직해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머물고 있으며, 김대중 전 주필은 현재 워싱턴 이사기자로 발령나 조선일보의 지면이나 조직운영에는 손을 뗀 상태다. 방 사장의 윗세대로 남아 있는 안병훈 부사장은 오는 10월 정년퇴직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그동안 추진해온 세대교체의 완결판이라고 보고 있다. 즉 방우영 회장의 사임 이후 전권을 갖게 된 방 사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 큰 변화를 도모하지 않겠느냐며 진짜 세대교체와 방 사장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기자는 "현재 편집국 부장들이 상당히 오랜 기간 같은 업무를 맡아와 조만간 부장급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차기 편집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송희영 경영기획실장이 편집국장 대우로, 이혁주 총무국장이 출판국장으로 발령난 것인데 일단은 송 국장대우가 유리해 보이지만 아직은 누가 될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주총을 통해 경영기획실장에 이상철 현 출판국장, 편집국 국장대우에 송희영 현 경영기획실장, 출판국장에 이혁주 현 총무국장, 총무국장(직무대행)에 정해영 현 편집국 부국장, 편집국 부국장에 조용택 현 독자서비스센터장, 편집국 부국장 대우 국제부장에 김창기 현 국제부장, 독자서비스센터장에 김광현 현 편집국 경제담당부장(부국장대우), 편집국 인터넷뉴스부 부장(직무대행)에 최준석 현 국제부 차장대우, 경영기획실 디자인연구소 소장(부장)에 조의환 현 부장대우 편집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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