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

[이태경의 고공비행] "진보, 당위만으론 안 된다"

인간처럼 모순으로 가득차 있고, 변덕스러우며,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존재도 없다. 인간 안에는 밝음과 어두움, 선과 악, 숭고함과 추악함, 이기심과 이타심이 공존한다. 한없이 복잡한 인간이 어떤 사회 속의 일원이 되느냐에 따라 발현되는 인간성의 양상도 사뭇 달라지게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인간이, 역시 복잡다단한 사회와 만나 갈등하고, 저항하고, 일탈하고, 순치되는 과정과 결과를 우리는 매일 목도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지키려하는 보수주의자들이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을 직시하고 더 정확히 이해한다는 사실이다. 선거에서 대개 보수정당이 승리하는 원인 중 하나가 그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실존하는 인간이 아니라 존재해야 하는 인간에 강박적으로 얽매이는 경향이 강하다. 보수정당이 실존하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한다는 말은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유권자들에게 더 소구되는 정책과 캠페인과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진보정당 보다는 조금이라도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미국의 공화당이 그렇듯, 새누리당도 탐욕과 공포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다. 탐욕과 공포는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힘이 매우 세다. 일반 유권자들에게 탐욕과 공포는 가깝고 연대와 정의는 멀다. 얼마 전에 끝난 대선에서 새누리 박근혜가 승리한 것도 50대의 경제적 불안-이건 탐욕의 이면이기도 하다-과 국가안보라는 공포를 최대한 견인하는 정책과 캠페인과 전략에 힘입은 바 컸다. 그에 비해 민주당 문재인의 정책과 캠페인과 전략은 추상적이고 모호했으며 규범적 성격을 띄곤 했다.

sein과 sollen. 독일어다. 영어로 번안하자면 be와 should정도 될 것이다. 진보.개혁정치가의 직업윤리는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가늠하되 그 거리를 지혜롭게 좁히는 것이어야 한다. sein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sollen만을 생각한 정치가의 극단이 스탈린과 폴 포트다. 진보.개혁정당과 진보.개혁정치가들은 유권자들이 피와 살을 가진 실존적 존재들이며, 진흙으로 만들어진 허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빛나는 이상과 철학과 가치는 단단히 움켜잡아야 하지만, 이를 제도화시키고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정책과 캠페인과 전략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지금부터 진보.개혁정당과 진보.개혁정치가들은 지상에 발을 굳게 붙이고 유권자들에게 소구되는 콘텐츠와 감성을 차곡차곡 누적시켜나가야 한다. 그런 누적의 결과가 진보.개혁정당의 장래 집권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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