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삼성 백혈병'…"이건희 불러낼 수 있을까?"

야당, '삼성 직업병 특위' 제안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국회로 갔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 백혈병·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국회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에 앞서 심 의원은 "삼성 백혈병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 민주화도 없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삼성 백혈병·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한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여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심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경제 민주화, 재벌 개혁, 복지, 평화 등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말의 잔치가 한창"이라며 "삼성이 법 위에 계속 군림한다면 (여당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거는) 경제 민주화는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이 시대적 요구로 떠올랐다는 측면에서 19대 국회의 최대 화두는 삼성"이라며 "삼성 백혈병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소위가 구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로 등장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곤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쌍용차 문제와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해 환노위 내 특위를 꾸리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민주화' 등이 화두가 된 탓에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이러한 제의를 거부하기가 예전보다 부담스러운데다, 19대 국회 환노위 내 여야 의원비율이 7:8로 야당 의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와 유가족들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는 "2008년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삼성 직업병 문제가 다뤄져서 기대했는데, 4년 동안 이건희 회장을 한 번도 못 불러내는 모습을 보고 국감의 취지에 대해 무력감을 가졌다"며 국회에 강도 높은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증언대회에는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고(故)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 고(故) 이윤정 씨의 남편 정희수 씨,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송창호 씨, 재생불량성에 걸린 유명화 씨의 아버지 유영종 씨 등이 참석했다.

증언대회가 끝나고 이들은 심 의원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할 것 △삼성은 근로복지공단과 노동자 간의 산재 행정소송 개입을 중단할 것 △삼성과 정부가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고 알 권리를 보장할 것 △정부가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직업병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현재까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전자 계열사 피해 사례는 145건에 달하고, 그 중 56명이 이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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