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보호협정, 숨겨진 또다른 진실

[평화에 투표하자] 협정의 본질은 정보의 '교환'이 아닌 '보호'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MD 정보 보호를 위한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절차, 내용, 실효, 파장 등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문제와 함께 협정의 목적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 체결을 시도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그 이름이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그리고 이 협정의 전문에서 밝힌 목적은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다.

미국은 2005년부터 일본에 대해 미일 군사정보보협정 체결을 압박했다. 미국이 일본에 이 협정 체결을 요구한 이유는 미일간에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일본 해상자위대 관계자에 의해 MD 체제 구축과정에서 해상레이더 관련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재발방지 차원에서 비밀보호협정이 필요했다. 일본 정부는 여론의 동향을 살폈다. 미일간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체결할 경우 자위대와 미군 사이에 더 많은 정보가 안전하게 교류되어서 일본의 군사화를 가속화시킬 것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했던 것이다. 2007년 8월이 되어서야 일본은 미국과 이 협정에 서명했다.

군사보호협정의 목적은 '정보 교환'이 아닌 '정보 보호'

미일 군사보호협정도, 한일 군사보호협정도 그 성격과 목적은 '협정 체결국 사이에 비밀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다. 즉 정보교환이 의무가 아니다. 정보교환의 방법이나 정보의 보호와 관리 절차에 대한 협정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문 어디에도 정보교환을 의무화한 조항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환된 정보에 대한 관리와 보호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즉 이미 교환된 정보에 대한 보호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안을 꼼수로 통과시킨 것에 대한 여론이 반발이 커지자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에 "북한에 대한 정보를 상호공유하는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한일 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북한에 대한 군사 정보는 물론 북한의 사회 동향 등 다양한 대북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억지력 등에 있어서 정보 위성, 조기 경보기, 대잠수함 초계기 등 일본의 정보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국회에서 김황식 총리의 답변으로 이어진다. 김황식 총리는 지난 19일 "일본이 조기경보장치 등 우수한 첩보기구와 시설을 갖추고 있어 우리가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속사정은?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9년부터 한미 국방당국 사이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6월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이 회담의 공동성명에는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 '한‧미‧일 3자 협력 범위를 확대',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 등의 구절이 나온다.

이 회의 직후에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서둘러서 밀실에서 통과시켰다. 미국의 의도가 강하게 먹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것이 MD 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미국이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주문한 것도 당연히 MD 구축과정에서 비밀유지를 위한 정보 보호가 주 목적이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와 김황식 총리는 한일간 북한 핵에 대한 정보교류가 주목적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의도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MD 구축을 위한 비밀유지가 목적이라고 사실대로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정보 교환이라고 둘러댄다면 핑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여론은 '정부가 감추고 있지만 MD 구축용'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표명했다. 설사 북한 핵개발을 막기 위한 한일간의 정보교환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다수의 의견이다.

일본 군사화에 날개 달아줘

이 협정의 표면상 목적은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협정이 북한 핵개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용도라고 호도하지만 이 협정이 없어도 한일간에 군사비밀정보가 이미 교환되고 있었다. 이미 2009년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국방부와 일본 자위대 사이에 군사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했다. 한일 군사정보교류는 양국 국방장관 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한일 간에는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 관련 2,3 급 군사기밀을 이미 교류해왔던 셈이다.

이번 협정은 정보의 교환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교환된 정보보호만 협정으로 규정한다. 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된다면 이 협정에 의해서 비밀보호가 철저히 유지되므로 한일 양국은 각종 군사정보들을 마음껏 교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이 협정의 제정을 요구한 이유는 MD 기밀보호가 그 취지다. 그런데 이 MD 정보 보호를 넘어서 한국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북한 정치, 군사, 사회 등 각종 정보들이 다양하게 교환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협정은 일본의 군사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 된다.

최근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을 개정해 원자력이 국가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일본이 가진 원자력을 군사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핵연료 재처리시설에 플루토늄 45톤도 가지고 있다. 3만 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일본은 또 우주항공기구(JAXA)법에서도 오로지 평화 목적에만 제한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미 일본은 귀환우주선 실험에 성공했으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전수방위가 아닌 집단적 자위권도 도입하려고 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타국이 침략을 당했을 때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다. 쓸데없이 분쟁에 개입하게 되므로 대외 팽창주의 노선을 가진 국가가 아니면 추구하지 않는 정책이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원자력관계법)를 대륙간탄도미사일(우주항공법)에 실어 중국이나 북한을 선제 공격(집단적 자위권)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는 풀이가 실감이 난다.

일본 군사력의 지향점은 한반도

2010년 12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남북한에 있는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치권 내에서도 "자위대를 파견하면 전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에 나온 발언이지만 우발적인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이 우리에게 이 문제를 꺼낸 적도 없고 협의한 적도 없으며 실현 가능성도 없는 얘기다"고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아둔하다. 아니면 알고도 일본을 변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유사시를 전제해 일본인 구출 및 난민 수용문제 등을 검토해 왔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에 대한 논의는 이미 1963년의 미쓰야연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65년 6월 오카다 가쓰오 의원이 자위대통합막료회의의 '63년도 방위도상연구 실시계획(미쓰야연구)'를 폭로했다. 당시 폭로된 내용은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인데 자위대 출동과 일본 총동원 체제 수립을 내용으로 한다.

1983년부터 미일 안전보장협의회 합의에 따라 시작된 '극동사태연구'는 극동사태가 일본에 안전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일본이 작전중인 미군에 협력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다. 그 대상지역에 필리핀, 일본, 한국, 대만이 포함되나 일반적으로 극동사태라고 할 경우 한반도 유사시를 의미한다.

일본의 팽창욕구는 냉전해체 이후 본격화된다. 1999년 제정된 주변사태법은 주변 사태 발생시 미군에 대해 후방지역 지원과 수색 및 구조 지원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주변사태법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 일본이 응급조치 차원에서 개입하는 게 근본 목적이다.

2003년에는 '유사법제'라고 해서 일본이 외부의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의 출동 등 정부의 대응방침을 명시한 일련의 법제가 마련된다. 이 유사법제는 일본 내에서도 제국주의 시대의 국가 총동원체제로 되돌아 가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며 경계했다.

다시 동북아에 냉전적 대결구도가

일본이 이와같이 재무장을 준비해오는 흐름 속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추진됐다. 한반도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라는 현실 속에서 화해협력을 이루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보와 대화협력의 균형에 바탕을 두면서 평화와 화해협력을 추진해야 하한다. 이를 위해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이라는 대화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할 경우 동북아는 북중러라는 북방 3각관계와 한미일이라는 남방 3각관계가 대립하는, 냉전시대의 진영구도로 다시 짜여질 수 있다. 한미일 3각군사협력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독립된 두 개의 동맹이 한일간의 군사협력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문제나 영토분쟁으로 한국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해 고도의 신뢰가 필요한 군사동맹이 한일 사이에 형성되기 힘들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을 미국이 매개하는 형식으로 한미일 3각군사협력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미일-북중러의 진영구도가 짜여질 경우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냉전시대 '순망치한'의 관계로 되돌아갈 것이다. 즉 북한의 핵개발이나 미사일개발과 같은 행위가 중국에 의해서 제어되기 보다는 보장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와 북중러 군사관계의 강화라는 군비경쟁구도가 동북아시아에서 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관계라는 상위대결구도에 남북관계가 하위대결구도로 편입하는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대결구도는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 등의 추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기대효과도 낮추게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월간 <참여사회> 8월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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