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뜨거운 감자' 종상향, 제대로 비판하자"

[토지+자유 비평] "가락 시영 종상향 문제, 양시론으로 볼 것인가"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개발된 영동지구(강남구)와 잠실지구(송파구)가 아파트 재건축 가능 법정 기간인 20년이 지나자 2000년대 초반부터 재건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노무현 정부(2003~2008년)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집값과 혈투를 벌이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주변 지역은 물론 수도권 전체의 집값 상승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은, 부동산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재 사업추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원인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사업성 부족이다.

그런데 대다수 서민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 초기부터 뜨거운 감자인 강남 재건축 단지의 종상향을 허용하면서 각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쉽지 않다.

가락 시영아파트, 종상향으로 5층 아파트가 최고 35층으로 건설이 가능해지다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1980년에 준공된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는 6,600가구의 5층 저단지로 2000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왔지만 막대한 개발이익을 둘러싼 주민간의 마찰과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가락 시영아파트의 종상향 요구는 이미 2005년부터 추진되어 왔으나 도시환경 파괴 및 개발이익 환수조치 미비로 이명박 전임시장 기간에 반려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에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을 230%까지 허용하는 재건축안이 통과되었다.

이후 재건축조합은 다시금 제2종에서 제3종으로 종상향을 추진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오세훈 전 시장 재임기간 동안 통과되지 못하다가 최근 2011년 12월 7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그 결과 용적률이 최대 285%(조합측의 처음 제안은 299%였음)까지 늘어나게 되었고, 평균 28층, 총 8,90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중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는 이전 대비 959세대(총 1,179가구)가 추가되고, 일반분양가구는 이전 대비 583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3종으로의 종상향을 통해 재건축조합은 583가구의 일반분양분을 더 챙겨 사업성을 높였고, 서울시는 959세대의 시프트를 챙겨 공공성을 지켰다. 그런데 재건축조합과 서울시가 정말로 윈윈(win-win)한 것일까?

종상향이란 무엇인가

모든 국토는 그 용도가 정해져 있으며, 크게는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지역을 도시계획 분야에서 용도지역이라고 하며, 용도지역을 보완하기 위해 용도지구(건축물 규제) 및 용도구역(토지이용 규제)이 있다. 이것을 통틀어 용도지역지구제(Zoning)라고 한다. 도시지역은 다시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분류되고 다시 세분된다. 가령 주거지역의 경우는 전용주거지역(제1종 및 제2종), 일반주거지역(제1종, 제2종 및 제3종), 준주거지역의 3가지로 세분된다.

여기서 용도지역 변경에 한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즉, 세분된 용도지역 내에서만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은 물론 주거지역 내에서도 전용주거지역을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그 안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을 제2종이나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를 종상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 각종 사업에서 공공시설용지 기부채납(寄附採納)[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되 가려서 받는다는 의미]의 정도에 따라 예외가 적용된다. 가령 정비사업의 경우, 대지지분의 15% 전후를 공공시설용지로 기부채납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종상향이 이루어지며, 20% 전후를 기부채납할 경우는 가령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종상향이 이루어지면 건폐율과 용적률의 한도에 변경이 발생하는데 이는 곧바로 개발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업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최고한도가 250%이고,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300%, 준주거지역은 500% 이하이다(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시행령 제85조). 이처럼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는 조합들은 어떻게 해서든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고 사업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골몰하게 된다. 이때 허가권자인 지방정부는 위에서 언급한 △공공시설용지 기부채납을 비롯하여 △시행자가 기반시설 공급, △증가한 용적률의 일정비율을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건설 등을 통해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하게 된다.

가락 시영아파트 종상향에 대한 각계의 반응

가락 시영아파트 종상향을 두고 이를 비판하는 쪽과 서울시 사이에서 첨예한 긴장감이 형성되었다. 종상향을 비판한 대표 주자는 경실련과 조명래 교수 및 우석훈 박사였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용적률은 도시계획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업성이나 임대아파트를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도시 전반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과밀현상 우려), 2) 종상향은 8만호 공공임대 공약을 위해 도시환경과 개발이익을 시프트와 맞바꾼 것으로, 토건재벌, 강남부자 및 투기꾼에 개발이익을 안겨주고 도시를 파괴하는 것이다, 3) 이번 종상향으로 인해 강남의 다른 재건축 단지도 형평성을 요구하며 종상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4) 가락 시영아파트에서 70%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사업이 시작되면 당장 쫓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실련과 우석훈 박사는 특히 토건국가론에 빗대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토건족의 포로가 되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서울시는 1) 다른 단지도 조건이 갖추어지면 종상향이 가능하다, 이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2) 종상향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은 분양주택,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지을 수 있어 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보에 유리하다, 3) '임대주택 8만호 건설'이라는 선거공약 때문에 종상향을 결정했다고 하는 것은 오해다, 4) 기존 세입자 문제는 임대주택을 확보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가락 시영아파트가 역세권에 입지하고 있다는 점(약 10차선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및 지하철 8호선에 연결된 역세권),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올려주고 583가구의 일반분양분을 개발이익으로 안겨준 대신 959세대의 임대주택을 확보했다는 점 때문에 반대측의 첫 번째 및 두 번째 비판은 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세 번째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가락 시영아파트 종상향의 영향을 받아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와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는 3종으로 종상향을 준비하고 있으며,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가락 시영아파트만 놓고 볼 때는 서울시 답변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강남지역 및 서울시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보면 반대측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양시론(兩是論)의 함정에 빠지는 종상향

필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살펴보니, 가락 시영아파트는 10차선 정도 되는 넓은 도로(송파도로와 남부순환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바로 옆에는 지하철 8호선인 송파역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교통의 요지일 뿐만 아니라 역세권 중의 역세권이었다. 다만 도로가 너무 넓어서인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역세권답지 않게 상업지역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게다가 송파역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는 25층이나 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가락 시영아파트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곳에도 이미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영아파트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평균 28층으로 건축되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이기도 했다. 실제 도시계획에서 역세권의 경우 용적률 500%가 적용되는 준주거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시영아파트가 대단지여서 넓은 단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기반시설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이번 논쟁의 핵심은 종상향이 '도심 적정개발'과 '토건족 개발이익 사유화 방지'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켰느냐 하는 점이다. 반대측은 두 가지 원칙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쪽이고,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두 가지 원칙에 있어서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어느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두 주장이 모두 나름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종상향 문제는 양시론(兩是論)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양시론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가? 건설업체가 추구하는 가치는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다. 조합이 추구하는 가치는 부담금을 낮추고 미래에 있을 매매차익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도시계획이 추구하는 가치는 도심지를 효율성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상충하는 가치들이,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구조에서 동시에 만족되는 최적의 해(解)는 '개발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종상향'과 '개발이익 사유화에 기댄 임대주택 확보"의 결합으로 모아지게 된다. 즉, 개발이익 사유화를 확대하려는 측과 어떻게 해서든 공공성을 지켜내려는 서울시는 개발이익을 중심으로 '애증의 공생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사안이 이렇기에 양측의 주장 모두 설득력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양시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는다.

첫째, 서울시의 '개발이익 50% 환수론'은 설득력이 부족

혹자는 서울시가 이미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 등으로 환수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종상향으로 늘어난 일반분양가구 583가구를 한 가구당 8억 원으로 계산하면 4,664억 원이나 된다. 이는 서울시 예산(21조원)의 2.2%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질적 의미에서 사유화되는 개발이익 규모는, 현재 상태의 용적률에서 제3종에 적용되는 용적률 285%와의 차이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점, 토지는 기부채납을 받지만 건축물은 서울시가 표준건축비로 '매입'해야 한다는 점,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 사유화되는 개발이익을 모두 더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사유화되는 개발이익 규모는 훨씬 커지게 된다. 게다가 개발이익이라는 것이 사회 공동체 전체가 창출한 가치인데 50%만 환수한다는 것은 나머지 50%는 도둑맞는다는 이야기다. 사안이 이러한데도 제3종 전환으로 증가한 용적률 중에서 "50%는 임대주택으로 환수하니까 충분해" 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둘째, 개발이익 환수정책은 역설적으로 나머지 개발이익 사유화에 면죄부 부여

서울시는 개발이익 환수정책을 통해 공공성을 지켰다고 생각하겠으나, 조합 및 건설사 측은 규정대로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임대주택을 지어 서울시에 매각하고, 소형주택을 지으면 나머지 개발이익을 사유화해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개발이익 환수정책이 역설적으로 나머지 개발이익 사유화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대로 양측의 자기합리화는 토지사유제 사회에서 피할 수 없다.

셋째, 도심 과밀개발론은 분명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함

도시 재정비사업에서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과밀개발하지 않는 수준의 개발을 적정개발이라고 하자. 도심지의 적정개발 수준은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전체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도시계획 차원에서 결정하게 된다. 서울시는 원래 가락 시영아파트의 적정개발 수준을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 집값이 하락하면서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크게 증가하자 조합측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제3종으로의 종상향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반대측은 원래대로 제2종으로 개발하는 것이 적정개발이고, 제3종으로 개발하는 것은 과밀개발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구분은 무엇이 과밀개발인가에 대한 분명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와 같이 개발이익의 많은 부분이 사유화되는 구조에서 도심지 개발에 투기적 가수요가 반영되면 기반시설을 고려한 적정개발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넷째, 우석훈 박사의 토건주의론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저밀개발을 미화

우석훈 박사가 지적한대로, 70%의 세입자들이 박원순 시장을 뽑아놓았는데, 정작 도시개발을 결정하는 도시계획위원회에는 집주인의 의견에 민감한 업자와 관료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세입자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에게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생태주의와 개발주의의 이분법적 구도를 설정하고, 가락 시영아파트 종상향 결정이 토건주의에 빠진 것이라는 비판은 종상향 문제의 본질이 개발이익 사유화라는 사실을 흐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토건주의 또는 개발주의에 대한 비판적 견지에서 저밀개발이 생태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암시는 도심지의 제한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도시 전체 차원에서 생태주의에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개발이익 공유화에 기초한 적정개발 추진방식으로 가야

이번 종상향 논쟁으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임대주택 등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현 제도는 종상향을 통한 개발이익 사유화에 면죄부만 안겨줄 뿐, 개발이익의 많은 부분이 사유화되는 실제 문제를 가린다는 점이다. 토건주의에 기대 종상향을 비판한 우석훈 박사의 비판은 오히려 개발이익 사유화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모든 걸 다 이야기한 것 같지만 핵심은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는 서울시 역시 종상향을 매개로 재건축에서 임대주택을 확보하려는 꼼수를 둬서는 안 된다.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조합원들 역시 옷이 낡으면 자기 돈으로 새 옷을 사듯이 재건축은 당연히 소유자 부담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받아들여 한다.

"2013년 체제"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의회권력과 대통령을 교체해서 2013년부터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도시재정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개발이익 완전 환수와 도심지 적정개발을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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