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에이즈 감염인·트렌스젠더 등에 야만적 폭력"

에이즈 학회서 FTA 반대 활동가 연행…국내외 소수자 활동가 반발

국내외 에이즈 감염인을 비롯한 인권단체 회원들이 "에이즈 치료제 접근을 막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중단하라"며 시위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변호사 한 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한국인과 외국인 참가자들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29일 성명을 내고 "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는 에이즈 대회에서 소수자들이 폭력과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소수자들은 정체성이 노출(아웃팅)될 위기에 처했지만, 한국의 경찰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경찰에 연행되는 한국 변호사. ⓒ건강세상네트워크

에이즈 감염인, 성소수자를 비롯한 전 세계 소수자 단체 회원 200여 명은 지난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 10회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복제약 생산이 가로막혀 약값이 폭등할 것"이라며 FTA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는 세계 각국의 학자들과 에이즈 감염인, 성소수자, 성노동자 등 소수자들이 모여 에이즈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다. 참가자들은 "에이즈대회에서 소수자들이 권리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일은 늘 있어왔으며, 소수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존중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 과정에서 사복 경찰이 채증을 시도했고, 여기에 항의하던 공익변호사가 경찰에 연행됐다. 현장에 있던 활동가들은 "참가자 100여 명이 경찰차 앞에 드러누워 연행을 막으려 했지만, 일부 여성과 트렌스젠더 여성들이 폭력에 옷이 찢겨졌다"고 말했다. 경찰에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던 국내외 참가자 10여 명은 부상을 입었고 그 중 2명은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학회 커뮤니티 대표와 활동가들은 한국 경찰의 채증과 연행에 반발했다. 이들은 29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활동가 개인의 소수자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지시할 것 △모든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등 식별 가능한 개인 정보를 삭제할 것 △ 경찰은 민형사상 조치 위협을 중단할 것 △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이 누구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는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조사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호주의 성노동자 단체인 '주홍연합(Scarlet Alliance)'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유엔 에이즈와 WHO를 포함한 UN기관이 에이즈 감염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한 경찰 행위에 대응하고 방지하기를 요구했다"며 "부산경찰청장이 여성, 성노동자, 트렌스젠더 등에 가한 야만적인 경찰행위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들은 "FTA는 약값을 높이고 제3세계 국가가 접근할 수 있는 치료약의 공급을 위협한다"며 FTA에 반대했다. 이들은 "지금도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 독점으로 전 세계 에이즈 감염인의 60%가 치료제를 먹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에이즈 감염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 침묵 시위하는 참가자들. ⓒ건강세상네트워크
▲ 경찰 연행을 막으려는 참가자들.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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