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양도세 인하? 지자체의 퇴행적 일탈!

[홍헌호 칼럼] 양도소득세 인하, 서민에는 독약

정부가 발표한 3.22 부동산 대책을 두고 요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3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히 "취득세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에 대해서 전액 재원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연일 취득세를 감면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감면, 투기를 부추키는 독약과 같은 것

평소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라는 어설픈 구호를 거부하고, 대신 '보유세 인상, 거래세 유지'가 한국적 현실에 적합하다고 주장해 온 필자에게 '취득세 경감안'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러나 취득세를 감면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은 늑대 대신 호랑이를 불러 들이자는 주장만큼이나 위험하다. 양도소득세 감면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키는 독약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 투기는 더욱 더 기승을 부리게 된다. 예컨대 정부가 일부 도박산업을 허용하면서도 공공기금을 갹출하여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이유는, 기대수익률이 높을 경우 전국민이 도박꾼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도 공공기금 갹출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이것이 투기꾼들의 기대수익률을 낮추어 투기세를 냉각시킨다.

혹자는 양도소득세가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꾼을 비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시적인 거래 감소는 불가피하다. 반대로 거래가 활성화되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재앙이 닥친다.

사실 '취득세 감면 + 지방세수 부족분 전액 보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22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맨 먼저 반기를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복지전문가'들이다. 국세가 지방세화되면 일차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단위의 복지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손실분 전액을 보전받기로 되어 있는 지자체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처럼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다.

MB도 총선 참패는 두려워 한다

혹시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킬 것 같아서 그런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그런 무리수를 둘 리가 없다. MB가 지역 공약을 많이 파기해서 못 믿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MB라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지방세수 부족분 보전' 약속을 파기할 수는 없다. MB의 성격상 복지재정을 줄이면 줄였지 지방재정 보전분을 우선적으로 줄이지는 않는다.

군사 정부를 포함하여 모든 정부는 예산을 편성할 때 가장 먼저 지방재정을 고려한다. 농어촌 지역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즉 적은 인원의 표를 구걸해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표들을 결코 소홀히 취급하지 않는다.

정부가 손실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이 취득세를 감면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감면하자고 주장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국세 비중을 줄이고 지방세수를 늘리자는 것이 내세우는 명분일 게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세수 부족분을 보충해 주더라도 어차피 국세 비중은 줄어 들고, 지방세수는 늘어나는 것 아닌가.

유감스럽게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속내에 부동산 투기꾼들의 민원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가 취득세 감면분을 모두 보충해 주겠다는데 굳이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라고 요구할 이유가 없다.

양도소득세 감면, 투기꾼들만 혜택 본다

양도소득세를 감면할 경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국세청에 따르면 2009년도 부동산 양도소득세 부과대상 중 토지 양도소득이 65.9%, 고가주택이 8.8%, 기타 주택이 11.3%, 기타 건물이 12.9%, 기타 자산이 1.1%를 차지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중에서 서민들과 관련되는 것은 거의 없다.
투기성향이 없는 서민들이 자가주택 이외의 토지를 별도로 매입할 리 없고, 고가주택을 매입할 리 없으며, 기타 주택이나 기타 건물을 사들일 리 없다. 양도소득세 부과대상 부동산 중 95% 이상은 투기꾼들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할 필요는 없다

바람직한 대안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정부는 취득세 감면안을 철회하면 된다. 지자체는 취득세 감면안이 철회되도록 요구하면 된다. 정부가 보수언론들의 '부동산 경기한파 호들갑'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그렇게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지나치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정부가 걱정하는 척하면서 일부러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지만 말이다.

작년 봄 필자는 보수언론들의 요란한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90년대 초처럼 단기간에 18% 정도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지만 거품이 꺼지더라도 평균 25% 이상 빠지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더라도 서울아파트 가격이 평균 25% 이상 빠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거품이 많은 지역은 30~40%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반토막이 날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시장이 출렁거린다면 90년대 초처럼 단기간에 18% 정도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재발된다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반토막이 날 정도로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2010년 5월 1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런데 어이없게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겨우 2% 하락하는데 그쳤다. 황당한 일이다. 겨우 2%라니. 혹자는 통계 집계방식의 차이 운운하기도 한다. 구차한 변명이다. 국민은행이 90년대 초에 사용한 통계집계 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 적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요약하며 글을 맺는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그렇게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동산 경기부양을 할 필요는 없다. 일부 지자체들도 취득세를 감면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달라는 퇴행적인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현 시기 그 누구도 부동산 투기를 막는 최후 보루인 양도소득세 감면을 운위할 명분은 없다.


▲양도소득세는 이제 부동산 투기를 막는 최후의 보루가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한 내용과 관계가 없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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