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몰고 올 재앙…"2007년 협정부터 잘못"

전문가들 "한미 대기업만 배불리는 독소조항 무더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예상대로 끝나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야당 주요 인사들은 이번 재협상 결과를 두고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 자동차 분야는 정부가 미국에 대폭 양보를 했다는 게 보수와 진보 양측의 일반적 평가다. 일부 협상 내용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재협상만 문제인가. 한미 FTA는 참여 정부 당시인 2007년 체결된 본협정문부터가 문제 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른 양자간 협정에서는 보기 어려운 불평등 조약 때문이다.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이하 범국본)은 한미 FTA를 두고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정치 등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7일 범국본은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한미 FTA를 재평가하는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정태인 경제평론가, 송기호 변호사,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 남희섭 변리사, 우석균 의사 등 토론 참석자들은 협정 자체가 문제라며 국회 비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가 커진 자동차산업계에서도 재협상 타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으나, 이를 두고 한미 FTA가 좋은 협정이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범국본의 평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미 FTA는 결국 한국과 미국의 대기업을 위한 협정"이고 "양국의 서민들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내 자동차산업계가 이번 재협상도 환영하고 나선 모습이 이해된다.

범국본이 문제로 지적하는 조항들은 △래칫조항 △서비스분야 네거티브 리스트 △투자자-국가제소권 △비위반 제소 △스냅백 △허가-특허 연계 제도 △예외의 제한 등이다. 범국본은 이들 독소조항 때문에 한미 FTA는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국민참여당 주요 인사들이 바로 참여 정부 때 FTA 본협정 체결에 큰 역할을 했음을 미뤄볼 때, 국회 비준을 막기도 어려워 보인다. 범국본은 "결국 한국과 미국 국민들이 나서서 막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왜 이들 조항이 문제가 되는지 한미 FTA 분야별로 토론 참석자들의 주장을 정리했다. 아울러 간단한 용어 해설을 표에 담았다.<편집자>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이번 재협상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인해 이뤄졌음을 시인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한미 FTA 협정문 자체를 수정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한다. ⓒ뉴시스

금융시장 규제 못한다

이미 한국은 금융부문에서 자본시장 통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한미 FTA 서비스 분야 협의사항인 네거티브 리스트(특정 품목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전부 개방하는 방식)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에서 생긴 새로운 자본상품은 곧바로 한국 시장에도 직수입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한미 FTA가 체결됐다면 한국도 미국의 월스트리트처럼 파생금융 상품 위기로 완전히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그나마 당시 한국에 들어온 미국산 파생상품이 파워인컴펀드, 키코 등 소수에 불과했던 게 다행이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런 위험상품을 규제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한미 FTA 금융 분야 각 조항은 공적퇴직연금제도와 법정 사회보장제도를 제외하고 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된다.

협정문 13조 4항(금융기관에 관한 시장 접근)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논의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 규제와 경기증폭성 완화를 위한 조치를 원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G20에서 논의된 '건전성 사유 규제'의 경우, 한미 FTA 협정문은 "…그러한 조치가 이 항에서 언급된 이 협정 상의 규정과 합치되지 아니하는 경우, 이러한 조치는 그러한 규정상 당사국의 약속 또는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 제소권 발동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정부가 금융분야에서 일시적 세이프가드 발동 유보를 보장받은 걸 성과라고 자랑하지만, 한미 FTA에서 세이프가드는 '언세이프'하다. 위기 시 자본통제를 실시할 경우 부속서 11-사 송금 마 항의 "미합중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한 불필요한 손해를 피할 것"이나 부속서 11-사 송금 라 항의 "모든 제한된 자산에 관하여 대한민국에서 시장수익율을 획득할 수 있는 투자자의 능력을 달리 방해하지 아니할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다.

더군다나 한미 FTA 협정문은 △경상거래를 위한 지급 또는 송금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지급 또는 송금을 "일시적 세이프가드의 예외 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리고 이를 한국 정부가 어길 경우 미국의 산업무역자문위원회 보고서(ITAC 10)는 투자자국가제소권에 의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태인 경제평론가, 범국본 정책위원)

이익본다던 자동차 산업, 피해 더 커졌다

애초부터 한미 FTA에 따른 자동차 수출 증대효과는 크지 않았다. 원래 미국의 관세 자체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번 재협상으로 기대 이익이 더 미미해졌을 뿐이다.

먼저 정부는 자동차 부품이 즉시 무관세 혜택을 입게 돼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은 원가절감 차원에서 부품의 글로벌 소싱을 늘리고 있어 한국 부품업체는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미국의 국외부품 조달률은 법으로 30%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소나타의 부품 현지조달비율은 이미 70%에 달한다. 더 이상 국내 부품업체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없다.

완성차에 비해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총액 비중 자체도 적다. 이번 체결로 한국의 부품업체가 얻을 이익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 위주인 국내 부품업체가 글로벌 기업에 합병되거나 구조조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 자동차 업체에 특혜적인 환경·안전기준 완화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재협상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는 강화된 수준의 배출 허용가스 기준을 적용받지만 미국 업체는 그렇지 않아 역차별을 유발하게 된다. 한미 FTA 본협정문 환경조항이 "한미 양국은 무역 및 투자를 증진할 목적으로 환경보호수준을 저하할 수 없다"고 합의했음에도 본 조항을 무력화시킨 강한 규제완화다. 미국산 업체에 대한 명백한 특혜다.

신설된 자동차 관련 세이프가드도 문제다. 미국 측 발표를 보면 '심각한 피해'가 발동 요건으로 규정돼 있다. "특정 자동차 제품에 대한 미국내 생산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한 차례 이상의 수입 급증이 있으면 해당 자동차 제품에 대해 한 차례 이상의 특별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25%의 관세가 궁극적으로 사라져 가격경쟁력을 얻을 국산 화물차의 경우, 지난 3년 간 대미 수출실적이 평균 110만 달러로 극히 미미하다. 조금만 수출이 늘어도 점유율이 급격히 오를 수 있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은 경우에 따라 관세철폐를 회수할 수 있다는 강력한 스냅백 조항의 영향권에도 놓여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기대이익의 무효화 및 침해"가 발생할 때 스냅백을 발동해 다시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오남용의 우려가 크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 범국본 정책위원)

인터넷 사이트, 무차별 폐쇄 위험에 노출

한미 FTA 협상문 제18장의 부속서한 3의 첫 문장은 "양 당사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 뒤에 나오는 7개의 문장은 오직 한국만 이행의무를 지는 집행 강화 및 무단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폐쇄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조항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또한 소위 웹하드 서비스를 포함하여 무단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 특히 개인간 파일공유서비스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집행을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기했다.

단순히 저작권을 침해한 인터넷 사이트가 아니라, 저작물의 무단 복제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폐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내용'인데다, 모두 한국만 일방적으로 취해야하는 양보다. 완벽한 불평등 조약이다.

전세계 인터넷 도메인 이름의 최종 관리 권한은 미국 상무성에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닷케이알(.kr) 도메인의 관리 권한을 미국 상무성에 위임받았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이 권한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2007년 한미 FTA 서명 후 국내법 개정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 작년 한국 정부는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삼진아웃제'에 걸린 인터넷 게시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명령으로 서비스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에도 저작권, 상표권 침해를 빌미로 81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무지막지한 공격도 미국 정부의 권한을 보여준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정부의 정치적 목적 혹은 기업의 소송 등에 의해 인터넷마저 강력한 규제 울타리에 놓일 것이다. (남희섭 변리사, 범국본 정책위원장)

▲ ⓒ프레시안

허가-특허 연계제도, 소송 천국 만든다

미국은 저작권 형사처벌 제도가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악용되는 국가다. 이를 극대화시키는 제도가 바로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허가-특허 연계는 2006년 미국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된 후 페루, 파나마 등과의 FTA 수정안에서 삭제시켰다. 유독 한국은 경제체력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정부가 그대로 뒀다.

원래 특허권은 사권(私權)이어서 권리의 침해 여부는 특허권자 스스로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국내법은 이미 지나칠 정도로 잘 정비돼 있다. 그런데 한미 FTA는 허가-특허 연계를 통해 유독 제약에 대해서만 식약청이 개인의 특허권 침해를 조사해 이를 통보하고 의약품 허가 절차에 반영하게 하고 있다.

이는 명목상의 제약사 연구개발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 이윤을 부당한 방식으로 극대화하는 제도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나 손실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특허권자가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이 무려 73%나 된다. 의약품 허가 절차와 연계된 특허 가운데도 거의 절반인 46%가량이 법원 1심에서 무효로 판정됐다. 그런데도 미국 제약사들이 이 제도 도입을 밀어붙인 이유는 결국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막대한 이윤을 얻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허가-특허 연계는 한-유럽연합(EU) FTA의 미래 최혜국 대우조항에 따라 EU 제약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EU집행위원회는 한-EU FTA의 허가-특허 연계조항과 관련한 의회 질의에서 "다른 국가가 FTA로 얻는 이익을 EU가 포기할 수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정작 EU는 허가-특허 연계조항을 유럽공동체 법(EC Law)과 상충된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U는 신약 시판 심사 때 오직 안전성과 효과, 단 두 가지 사유 외에는 시판허가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의 제약사들은 국민 건강은 차치하고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특허권을 앞세워 약값을 올려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게 될 것이다. (남희섭 변리사,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농업은 끝났다

한미 FTA 협정문 2장의 '부속서 2-나'의 관세 양허표를 보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화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확보했던 농산물 고관세 구조가 이번 FTA로 인해 제거됨을 알 수 있다. 정부가 한미 FTA 관세철폐 분야에서 예외로 취급한 쌀도 2015년 1월 이전에는 관세화 해야 한다. 그러면 그때 다시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모든 농산물 분야의 관세철폐는 한국 농업이 아직 한번도 겪지 않은 충격이다. WTO 가입 16년 동안 한국이 요구받았던 농산물 일반 관세율 감축율은 평균 24%였다. 그런데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농산물 관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재협상에서 미국산 돼지고기 목살, 갈비살 등의 관세 철폐시한이 늦춰졌다고 하나, 이는 2007년 서명 이후 3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을 반영한 데 지나지 않는다. 결국 한미 FTA로 한국 농업, 축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냐 하겠지만, 한-칠레 FTA 결과를 보면 허황된 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칠레와 FTA 체결 당시 쌀, 보리, 콩, 옥수수, 쇠고기, 돼지고기(냉동 도체, 설육) 등 주요 농산물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칠레산 농산물 수입액은 협정 발효 전인 2003년 5000만 달러에서 작년 1억5000만 달러로 3배나 늘어났다.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도 어렵다. 쇠고기를 예로 들면 한미 FTA 발효 1년 간 수입량이 27만 톤을 넘으면 40%의 긴급수입제한관세를 발동할 수 있고, 12년 차에는 33만6000톤을 넘을 때 24% 관세를 매길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발동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9만9000톤에 불과하다. 이 발동요건을 채울 정도로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미국산 농산물이 모두 안전할까. 한미 FTA는 '농업생명공학 양해서'라는 별도의 교환 각서를 담고 있다. 양해서 2항을 보면 새로운 유전자조작 작물이 있더라도 한국이 '건강에 위해성이 창출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으면' 위험도 평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해뒀다. 한국인들이 안전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송기호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흔들리는 개성공단, 남북통일 걸림돌

한-싱가포르 FTA는 개성공단 제조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했다. 한-EU FTA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미 FTA는 다르다.

한미 FTA는 개성공단 제품에 FTA 관세특혜를 받으려 할 경우, 미국 의회의 개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미국 의회가 따로 승인하지 않는 한,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개성공단 제품에는 특혜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는 최근처럼 남북 관계, 한미 관계, 북미 관계가 미묘하게 변화할 경우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이 표류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기실 미국의 FTA 자체가 이런 목적을 갖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의회에 환태평양 파트너십(TPP) 확대 협상을 통해 중국의 아세안 경제 진출에 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TPP는 미국의 기본적인 통상정책이다. (송기호 변호사)

공공보험 죽는데도 복지국가 가능할까

지금도 한국에는 국민건강보험의 30%가 넘는 12조 원 규모로 성장한 민영의료보험을 규제할 법률이 없다.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민간보험상품에 대한 허용을 포괄적 허용(네거티브 리스트)으로 규정하게 된다. 규제가 애초에 불가능해진다.

공공보험을 살리면 되지 않을까. 이 또한 불가능하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한국의 민영의료보험상품의 시장은 줄어든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암 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중대상병 보험(CI 보험) 시장이 줄어든다. 이 경우 보험회사들은 곧바로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정부제소권을 이용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다.

이런 사례가 있다. 캐나다의 뉴 브런즈윅 의회는 2004년 4월, 공적 자동차 보험을 도입하돌고 지자체 정부에 권고했다. 보험료를 220~993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투자자-국가제소제에 대한 우려로 결국 지자체 정부는 도입을 포기했다.

되돌릴 수도 없다. 래칫(역진방지조항) 때문이다. 정부가 "보건이나 환경관련 내용은 미래유보 조항으로 제외돼 있다"고 강변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미 FTA 체결 이후 공공성의 강화는 매우 어렵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안 당시를 보면 한미 FTA의 미래를 알 수 있다. SSM 규제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있었으나, 한미 FTA보다 약한 한-EU FTA의 '정부가 기업을 대리해 정부간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제도 때문에 조항 위반이라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말 한 마디에 여야합의가 무산됐다.

이 밖에도 한미 FTA는 한국 사회에 상상도 못했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미 FTA는 네거티브 리스트 도입으로 인해 서비스분야의 포괄적 개방을 전제로 한다. 서비스 산업은 말 그대로 제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을 포괄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의 경우, 혈액공급 서비스를 개방했다가 미국 기업이 이 부문을 독점했고, 이 때문에 이 기업 운영에 문제가 생기자 혈액공급 부족사태를 맞은 바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 차기 대선후보들을 저마다 복지국가를 얘기한다. 한미 FTA를 찬성한다면 복지국가 도입은 불가능하다. (우석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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