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문 수정 가능성

김종훈 "협정문 수정 부분, 국회에서 다시 비준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FTA 협정문에서 변경,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다시 비준에 관한 논의와 의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당연히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김 본부장은 전날(15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협정문 내용을 수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었던 게 사실이지만 입장을 바꿨다"며 "협정문을 수정해도 우리가 원하는대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협정문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신속한 FTA 체결을 위해 지난 2007년 체결한 양국 협정문 초안을 수정할 용의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이 비록 <조선비즈> 인터뷰 내용에 대해 "내용이 너무 나갔다"는 해명을 했으나 극도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전면 부인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양국간 협정문 본문의 수정 논의가 본격 시작됐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FTA 추가협상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 본부장은 그러나 국회에서는 이런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상장관 회의에서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있었지만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며 "(FTA 추가협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 측에서 (수주 내 FTA 타결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익의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경제적 계산을 치밀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정문 본문을 수정한다면, 주된 이유는 픽업 트럭 관세철폐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부문에서 연비와 배출가스, 안전기준은 FTA 협정문 개정과는 관계없지만 픽업트럭 관세철폐 유보는 협정문 본문을 고쳐야 해 합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하면서부터 이미 한미 FTA 협정문 본문 수정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FTA 자체를 목적으로 했던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전략이 일으킨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이제 (동등대우 원칙, 패리티 때문에) 유럽연합(EU)에도 이 조항이 자동 적용되게 됐다. FTA 자체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통상절차법도 없고, 국회도 여당이 절대다수당이 돼 사실상 현재로서는 정부의 일방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 우리에게 FTA가 왜 필요한지를 되물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쇠고기 추가 개방에 대해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며 "(쇠고기 재협상) 논의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로 인해 정부가 쇠고기 완전 개방 문제만큼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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