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비싸 못 살겠다" 시민들 나섰다

시민단체 첫 조정 신청…약값 20%가 '거품'

약값의 거품을 빼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지금까지 제약회사들이 약값을 올려달라고 이의 신청을 내는 일은 많았지만 시민단체가 값을 내려달라고 약값 조정 신청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폐암 치료제 21.83%-고혈압 치료제 12.5% 인하해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3일 폐암 치료제 '이레사'와 411개 품목의 고혈압 치료제에 대해 약값 조정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가입자도 약값의 상한금액에 대한 조정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정보의 제한 등으로 유명무실한 제도였었다.

이번에 이 단체가 낸 조정 신청을 보면 충격적이다. 이레사는 한 알 당 6만2010원에서 4만8468원으로 21.83%를, 고혈압 치료제는 품목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12.5%를 인하할 수 있을 정도로 거품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약값이 과도하게 책정됐다.

이 단체는 "이레사의 경우 미국은 3만9405원, 일본은 5만7532원으로 이를 평균하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이레사 가격보다 21.93%가 싼 4만8468원이 나온다"며 "우리나라의 약값은 최초로 등재된 이후 실제 외국에서 거래되는 약값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더구나 이레사는 후속 임상시험 결과 그 효능이 처음 알려진 것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는 폐암 환자들에게 처방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따라서 혁신적 신약으로서 현재의 상한가를 유지할 만한 근거와 타당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신약으로 발표한 이레사는 폐암 치료제로 각광을 받아 왔다.

***성분과 함량은 같은데 약값은 최고 10배나 차이 나**

약값 거품은 고혈압 치료제의 경우 더 심각했다. 성분과 함량이 같은 데도 불구하고 약값이 최고 10배나 차이가 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테놀올' 성분을 함유한 제품 82개 중에서 H사의 T제품은 한 알 당 283원이었으나 같은 성분과 함량의 다른 제품은 한 알 당 28원으로 10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났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성분이 같은 제품들의 상한가 평균을 적정 가격이라고 가정하고 약값을 조정한 결과 30% 이상 거품을 빼야 할 제품이 전체 가운데 43개(9.7%)나 됐다"며 "전체적으로 평균 12.5%의 약값을 내려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이렇게 약값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맨 처음 만든 약('오리지널')과 똑같은 성분의 복제 약('제네릭')의 경우 약품의 질과 상관없이 보험 등재 순서에 따라 가격을 기계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품목 수가 많을 경우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최고가와 최저가 간의 가격 편차가 크게 돼 처음 만든 제품은 계속 고가를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복제 약이 시장에 진입하면 처음 만든 제품 역시 약값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약 약값도 소득 수준 높은 나라 가격만 참조…환자들만 '울상'**

이번에 문제가 된 이레사와 같은 신약의 경우 약값이 처음부터 고가로 등재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신약의 약값 결정은 미국, 일본 등 소득 수준이 높은 주요 7개 나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더구나 약값 결정을 위해 참고하는 가격조차 실제 현지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은 것을 사용해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신약을 포함해 현재 약값 산정 방식 자체가 제대로 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약값 조정 신청과 별개로 약값 산정 방식에 대한 법적 검토를 거쳐 위헌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약값 산정 방식 문제 많아…국민 위하는 약값 행정 펴라**

한편 이런 시민단체의 약값 조정 신청은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시민단체의 대응으로도 해석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최근 정부의 약값 정책에 미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일부 언론이 보도된 뒤 이런 약값 조정 신청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도 성명을 내 "약값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한미 FTA 과정에서 약값이 올라 온 국민의 의료비가 상승되는 결과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약값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특허가 만료된 약의 가격을 복제 약 수준으로 낮추고, 신약의 약값을 결정할 때도 소득 수준이 높은 주요 7개국의 약값을 참고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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