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과의 쇠고기 협상 조건 이중위반**
20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1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며 "이는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된지 1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과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지난해 말 "20개월 미만의 소에서 등뼈, 뇌, 척수 등 광우병 유발물질이 축적되기 쉬운 '특정위험부위'를 모든 제거한다"는 조건 하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었다.
그러나 20일 나리타 국제공항 검역소의 검사 결과 미국 뉴욕에서 수입한 쇠고기에 광우병 유발물질이 축적되기 쉬운 등뼈 등이 섞여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일본 정부는 즉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금수조치를 내렸다.
게다가 문제의 쇠고기는 20개월 미만이 아니라 30개월 미만의 쇠고기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은 일본과의 쇠고기 교역 조건을 2가지나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나카가와 소이치 농무상은 일본 공영 NHK 방송에 출연해 "이게 사실이라면 수입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예정대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제1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이었던 일본에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자, 국내에서는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22일 농림부 관계자는 "일본은 척추 등 광우병과 관련 있는 특정위험부위를 빼고는 뼈도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수출작업장에서 실수로 등뼈를 함께 포장해 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수입재개 일정을 바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합의내용이 일본과 다르다"며 "뼈는 수입허용 대상에서 근본적으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의 신뢰성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는 교역조건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없으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해당업체와 검사관의 단순 실수" Vs. "미국 검역 시스템의 체계적 문제"**
미국은 이번 사태가 미국 측의 잘못이라는 것을 원칙적으로 시인하면서도 사태의 책임을 문제의 쇠고기를 수출한 미국 내 공장과 이를 승인한 담당 검역관에게 돌려 문제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농무장관은 "문제의 쇠고기를 수출한 '아틀란틱 빌 앤드 람'(뉴욕 소재 중견 쇠고기처리 업체)의 대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수출 승인을 잘못 내린 검역관에 대해 적절한 인사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검역관을 증원하고 검역관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는 재발방지책도 즉각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체와 수출검사 당국이 일본으로의 쇠고기 수출과 관련된 조건의 내용 자체를 제대로 몰랐다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미국 정부가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더라도 곧바로 수입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21일 "미국의 검사 체제가 허술하다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며 "관리체제를 어떻게 할지 확실히 하기 전에는 수입재개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2~23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 "항의의 뜻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본의 강경대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터넷업체 라이브도어 주가조작 의혹, 아베 장관의 내진설계 조작 사건 관련 루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퇴한 초선의원 사건 등 악재가 겹친 집권 자민당이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갈 경우 야당의 공격과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2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J. B. 펜 미국 농림부 차관 등이 포함된 미국 대표단을 24일 일본 도쿄에 급파해 일본 정부와 쇠고기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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