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낙후된 검사 기법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혈액 사고"**
적십자사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프레시안> 에이즈 양성혈액 출고 보도 관련 해명자료'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 보균자 김모(23) 씨의 혈액은 지난해 12월 당시 실시했던 효소 면역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돼 출고된 것"이라며 "4월에 (새로 도입된) 핵산 증폭 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판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십자사 서동희 혈액안전국장도 5일 밤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감염 초기(잠복기)였기 때문에 적십자사가 검사할 수 있는 검출 한계 이하였다"며 과거의 검사 기법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혈액 사고였다는 취지의 '면피성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더해 적십자사는 "올해 2월부터 기존의 효소 면역 검사에 더해 핵산 증폭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의 수혈 감염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복기의 HIV까지 판별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기법을 도입한 만큼 혈액 사고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복지부 "적십자사 검사 과정의 실수였을 수도…"**
하지만 <프레시안>의 추가 취재와 보건복지부의 해명에 따르면 이번 에이즈 오염 혈액 유통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적십자사가 12월 당시 검사만 제대로 실시했어도 이런 충격적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5일 "냉동 보관 중이던 지난해 12월 김씨가 헌혈한 혈액의 검체에 대해 올해 4월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 핵산 증폭 검사 이외에 효소 면역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왔다"며 "보관 혈액에 대한 효소 면역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왔다는 사실은 12월 당시 혈액 검사 과정 상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토로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지난 7월 적십자사의 보건복지부 보고 문건에도 "4월 25일 효소 면역 검사와 핵산 증폭 검사 모두 '양성'"으로 표시돼 있었다. 적십자사는 이 검사 결과가 12월 검사 혈액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12월 혈액에 대한 것인지, 4월 혈액에 대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복지부의 혼선을 유도하기도 했다.
***적십자사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행보**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혈액 사고는 검사 기법의 낙후 때문에 생긴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 적십자사의 검사 과정 상의 실수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복지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 "혈액 관련 전문가들과 합동으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즉각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현행 혈액관리법은 검사 실수로 에이즈 오염 혈액이 출고됐을 경우 해당 혈액원장 이하 적십자 직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적십자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단편적인 사실만을 '진실'인 양 공개함으로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더욱 높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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