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과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아주 잘못된 상식이 있다. 이것은 잘못된 사회적 통념의 결과인데, 허리를 굽히고 걸으면 힘이 덜 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리에 대한 설명도 그럴듯하다. 허리를 굽히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상체의 무게가 앞으로 쏠리면서 저절로 앞으로 가는 힘을 받게 되므로 힘을 덜 쓰고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달릴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허리를 굽히면 더 빨리 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산행을 할 때에도 허리를 굽히고 올라가면 힘이 덜 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는 구보를 할 때에도 허리를 굽히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자. 우선 육상 선수들이 달릴 때 어떻게 달리는가를 보자. 며칠 전에 100m 남자 세계기록을 갈아 치운 아사파 포웰(자메이카, 9초 77)이나 여자 세계기록 보유자 그리피스 조이너(미국, 10초 54)뿐만 아니라 100m를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출발할 때에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지만, 속도가 붙으면서부터는 고개를 잔뜩 쳐들고 허리는 완전히 곧추 세우고 가슴은 쭉 펴고 마치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는 듯한 표정을 하고 달린다. 이것은 육상선수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실험을 해 보아도 마찬가지인 것을 알 수 있다. 속도를 내려고 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런 자세가 나온다. 심지어는 걸을 때에도 속도를 내려고 하면 보폭이 넓어지면서 허리가 저절로 펴진다.
왜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달리 속도를 내려고 하면 몸은 저절로 펴지는 것일까? 허리를 펴고 걷는 것이 나을까, 구부리고 펴는 것이 나을까? 여기에는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익숙해져 있는 자세가 원래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에게 적합하게 형성된 자세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밀이 숨어 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면서 네 발을 다 쓰던 영장류가 땅으로 내려와 살면서 직립으로의 여행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두 발로 걷기도 하고 네 발로 걷기도 하다가 점차 두 발로만 걷는 종이 생겨났다. 이 종은 처음에는 구부정하게 서고 어정쩡하게 걷다가 점차 완전 직립을 향해 진화해 갔다. 예컨대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처럼 호모(Homo)자가 붙는 인간속(屬)이 됐을 때에는 이미 직립은 완성돼 있었다.
직립이 완성되면서 손의 사용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이로 인해 두뇌의 용량도 급격하게 커졌다. 드디어 인간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각설하고, 어쨌든 인간은 구부정한 자세에서 당당하게 스스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네 발로 걸으면 땅과 수평을 유지하게 되고, 이런 자세가 아닐 때에는 수직으로 서지 않으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 드디어 완전하게 수직으로 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앞에서 얘기한 중력의 법칙 때문에 어정쩡하게 구부린 자세는 오래 유지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꼬부랑 노인을 예로 들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노인이 돼서 허리가 꼬부라질 때 처음에 먼저 구부러지는 것이 흉추 7번이다. 이 뼈는 여자들의 경우 브래지어 끈이 뒤로 지나가는 지점에 있는 흉추를 말한다. 그러면 정말로 중력의 법칙이 작용해 흉추 7번 위에 있는 상체의 무게를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그 밑에 있는 척추가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무게 때문에 다시 그 밑에 있는 흉추가 휘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만 굽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굽어, 드디어는 꼬부랑 노인이 되고 만다. 꼬부랑 노인이 되지 않는 방법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이렇게 어정쩡한 자세로는 결국 오래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하늘을 향해 자신을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드디어 긴 진화의 과정이 일단 완성됐다는 것만을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이때 인간이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노동은 주로 채취였고 일부는 수렵을 통해서 보충했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열매를 따거나 동물을 잡으려고 뛰거나 하는 노동은 몸을 앞으로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굽히는 것이 아니었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인간의 노동은 지속적으로 몸을 앞으로 구부리는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공장노동이 일반화되면서 인간은 더 많은 시간을 몸을 구부리고 노동해야 하게 됐고, 정보혁명이 일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게 일반적인 노동형태가 돼 버린 작금에는 아예 등을 구부리고 목을 수그리고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일하게 됐다.
교수님들은 일반인보다 더 많은 비율로 등이 구부러져 있는데, 이는 책상에 놓여 있는 책이나 자료를 읽을 때 등과 목을 구부리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항상적으로 이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없지만, 교수님들은 직업이 공부와 연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등이 굽은 교수님들은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은 이런 현상을 가리켜 '교수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점차 컴퓨터 앞에서 하는 노동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일반인도 교수님들과 마찬가지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문명은 인간에게 편리함도 주었지만, 역으로 원치 않는 현대병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명생활을 하면서 노동의 형태가 변하고, 이에 따라 점차 몸이 구부러져 있는 사람의 비중은 높아져 왔다. 이제는 몸이 구부러져 있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고 있는 지점에까지 왔다. 양쪽 어깨의 높이가 다른 것은 고관절이 틀어져 이로 인해 척추가 비틀어져 있기 때문인데, 그런 사람이 많이 있으니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살고 있다. 양쪽 엉덩이의 크기가 다른 짝궁둥이가 된 것은 고관절이 틀어져 한쪽 엉치의 근육이 처져 있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그러니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믿고 살고 있다.
심지어 건강을 위해 운동을 가르치는 곳에서까지 고개는 바짝 당기는 게 좋은 자세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고개를 당기면 허리가 굽는 자세가 나온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허리를 바로 세우면 고개는 멀리 보는 자세가 나오고, 또 목을 뒤로 당기면 허리가 펴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고개를 당기는 자세는 싸우기 위해 바짝 긴장해 있는 자세이다.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인간이 왜 이런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이유로 맥이 빠졌을 때 나온다. 그렇다면 사실 고개를 당기는 게 좋은 자세로 보는 것도 인간이 문명 덕분에 몸을 굽히고 살면서 일상화돼 있는 자세를 좋은 자세로 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진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직립의 당당한 자세는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점차 잊혀지고, 오히려 잘못된 자세가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은 거꾸로 이것이 좋은 자세라고 믿고 살게 됐다. 허리가 굽은 자세로 걷는 것이 힘이 덜 든다는 것도 인간의 그러한 잘못된 상식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 인간 문명의 패러독스가 있는 것이다.
***걸을 때에도 허리를 세워야**
그러면 어떻게 걷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고 고개는 멀리 보는 자세로 15도 각도 정도 들고 당당하게 걸으면 된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막연하게 바른 자세를 하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 원시상태에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진화는 엉터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게 진화하는 것이 다르게 진화하는 것보다 자기보존과 종족보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크로마뇽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4~5만 년 전에 출현해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아남아 문명을 이루기 전까지 많은 얼마나 많은 인간속이 탄생했다가 사라졌는지 모른다. 이러저러한 시련을 다 이겨내고 살아남은 것이 지금의 인류인 것이다.
걷는 자세와 관련해서 이 문제를 보도록 하자. 아직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발굴된 인골(人骨)을 연구한 결과 막연한 윤곽은 그려져 있지만, 아직 그 연결의 고리 중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서 지금의 문명을 꽃피우고 애환을 갖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오리무중을 걷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아직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그러나 걷는 자세에 관해서는 지금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걷는 자세뿐만 아니라 사람이 취하는 자세는 아주 장기적으로 형성돼 온 것이고, 지금 바로 어떤 자세를 취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를 세워야 한다는 것은 허리를 세우지 못하면 가슴도 펴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는 고개도 멀리 바라보는 자세로 들고 있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물론 고관절이 틀어져 있으면 허리도 쉽게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얘기는 고관절부터 시작돼야 하겠지만,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기로 한다. 이 허리가 틀어지면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 보통 현대의학에서 얘기하는 디스크나 당뇨가 대표적인 질환일 것이다.
다음으로 가슴을 편다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허리가 뒤로 쳐져 있고 이로 인해 어깨가 앞으로 나와 있고 등이 굽어 있으면 심폐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가슴 안에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과 폐가 들어 있다. 이들 기관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갈비뼈로 가슴우리를 만들어 놓고 보호하고 있다. 두뇌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예 두개골로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보다는 중요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갈비뼈가 이 중요한 두 기관을 둘러싸고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의 문제, 즉 외적 충격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부의 문제로 인해 심폐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깨가 앞으로 쳐지면서 갈비뼈를 누르면 갈비뼈가 안으로 꺼지면서 가슴우리의 공간을 좁히게 된다. 이 공간이 좁아지면 심장과 폐가 팽창과 축소를 반복할 때 충분히 팽창하지 못하게 가로막게 된다. 이는 부정맥의 원인이 되고 기흉의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드는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고개를 드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개를 드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절대로 '고개 숙인 남자'가 돼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고개를 들지 않으면 허리가 펴지지 않는다. 고개를 들면 허리를 펴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고개를 드는 것의 중요성은 충분히 부각이 된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고개를 숙이면 목뼈가 틀어지기 쉽다. 사람들은 그렇게도 풍(風, 뇌졸증)을 무서워하고 치매를 두려워하는데, 목뼈가 틀어지지 않으면 풍과 치매는 오지 않는다고 해도 거의 틀림이 없다. '거의'라고 얘기한 것은 예컨대 구안와사도 풍이라고 하는데, 이 풍은 턱관절이 틀어진 사람한테 오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대개 목이 접질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걷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는데, 다음에는 어떻게 걷는 것이 바른 걸음걸이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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