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모태펀드', '전담운용사' 에 맡기기로

"운영위 구성,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비판도

지난해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 대표 발의)에 따라 추진돼온 1조원 규모의 '모태 펀드'(Fund of Fund) 운용주체 방안이 '전담운용사 설립'으로 확정, 발표됐다.

****'모태펀드' 운영, 전담운용사'에 맡기기로**

'모태 펀드'는 직접 개별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정책의 핵심이지만 논의 단계에서부터 '1990년 벤처 거품 재연 우려'와 '재원 조달계획 부실 우려' '운영 부실 우려' 등 '3대 우려'와 함께 기존의 정부 벤처투자업무 기관들의 반발과 '중소기업청의 자리 늘리기 의혹' 등으로 극심한 논란을 빚어왔다.

김성진 중소기업청은 13일 대전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모태조합중심의 벤처투자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모태펀드를 운용할 투자관리전문기관으로 독립적인 전담기관을 설립키로 했다"면서 "모태조합 조성의 기본취지, 해외벤처캐피탈 유치, 운용의 전문성.독립성 확보 등을 감안해 모태조합 전담기관을 신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의 다산벤처와의 일부 업무중복 등을 감안, 다산벤처의 투자업무는 폐지하고 사후관리업무는 신설기관으로 흡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기청이 지난 2000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을 통해 출자해 설립한 창투사인 다산벤처는 사실상 폐지되고 중진공도 자금 관리권을 획득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중기청은 모태조합을 전담할 적합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CEO 및 펀드운용 전문인력은 민간공모 등을 통해 공개 채용하고, 성과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주기적 평가 등 책임경영체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청은 지난 1월~3월 투자관리전문기관 지정을 위해 전담기관 신설, 다산벤처 개편, 중진공, 민간운용사 공모 등의 4개 대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업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태조합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같이 확정했다. 중기청은 또 이날 `2005년도 1차 투자조합 출자금 운용계획`도 공개하고, 1차로 1천억원 규모의 재정자금이 투입된 약 3천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재원을 조성키로 했다.

이들 재원이 투입될 주요 투자대상은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중소기업 구조조정 조합이다. 또 이들 투자 조합들은 결성금액의 60%이상을 조합결성 목적에 투자해야 하고, 출자비율은 원칙적으로 30% 이내로 제한했다. 특히 조합결성액의 60% 투자의무 부여, 정부의 우선손실충당제도 폐지, 펀드 운용사별 출자한도 설정 등을 새롭게 도입했다.

투자조합 결성신청은 5월13일까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접수를 받으며, 재정출자 창투조합 선정은 신설되는 투자관리전문기관에서 5월말경 출자여부를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2008년까지 1조원 규모로 조성될 벤처투자재원은 정부재정에서 4천억원이, 중소기업 진흥 및 산업기반기금(중산기금)의 창투조합 출자 회수자금 6천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경실련 등 "운영위 구성,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그러나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만만히 않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원내 대변인(국회 산업자원위 소속)은 지난 1일 정책 자료를 통해 "(펀드의) 재원 조성 계획이 불투명하고, 운용위원회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벤처 정책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2008년까지 1조원을 조성하겠다면서 향후 연도별.월별 재원 조성 계획이 분명치 않다"면서 "재원 확보 시기가 명확하지 않으면 재원 투입.운용 계획을 세우기 힘들어 결국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태펀드'에 관한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전담운용사를 관리하는 모태조합운용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수혜자 중심"이라고 비판했다. 운용위는 법에 따라 ▶벤처캐피탈협회 추천 3인▶벤처기업협회 추천 2인▶중소기업진흥공단 추천 2인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투자 자금의 수혜자인 벤처캐피탈협회와 벤처기업협회가 운용위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객관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이같은 문제점을 들어 지난 12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는 "향후 피추천자를 가능한 한 추천단체 외부에서 고르도록 하고 전문기관.시민단체 등에도 추천권을 줘야 한다"며 "운용위원도 9~12명 정도로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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