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정말 '비례대표 7석' 말고는 욕심 버렸을까?

소수정당 4석 빼면 사실상 민주당 몫 될 수도…비례후보 검증도 민주당이 후방 지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20일까지 민주당을 탈당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입당하라고 권유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20일 오후 당대표회의실로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소집해 이 같이 요청했다.

윤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더불어시민당의 후보가 될 분들"이라며 "그래서 실무적으로 절차 이런 것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시민당에서) 22일까지 후보를 확정짓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주말인 20일까지 민주당 탈당과 시민당 입당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지난 14일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25명은 전원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기게 될 전망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당적을 옮기게 된 비례대표 후보들에게선 볼멘소리도 나왔다. 비례대표 3번인 이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착잡하고 불안하다"며 "신나서 가는 사람이 어딨냐. 프로세스가 이렇게 되지 않았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불어시민당도 이날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고 심사할 공관위를 구성하는 등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공관위원으로 강영화 변호사, 권보람 크리에이터, 김솔하 변호사, 김제선 희망제작소장, 김준혁 교수, 김호범 교수, 이경섭 엑스텍 대표, 정도상 소설가, 정재원 교수, 조민행 변호사 등 10명이 임명했다.

이 가운데 김호범 교수는 지난해 '조국 지지 교수성명'의 대표 발의자로 알려졌으며, 조민행 변호사는 지난 2012년 총선에 경기 여주·양평·가평에 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됐던 인사다.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 외 4개의 소수 정당에게 10번 이내의 상위 순번 한 자리씩을 배정할 예정이다. 소수정당으로부터 3명의 후보 추천을 받은 뒤 후보 검증에서 문제가 없는 1명을 배정하는 수순이다. 이들은 더불어시민당이 자체적으로 영입한 후보들과 10번 이내에서 순위 경쟁을 펴게 된다. 민주당에서 파견된 비례대표 후보들은 더불어시민당에서 10번 이후 순번에 배치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후순위에서 7명 가량의 당선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더불어시민당이 자체 모집한 후보들은 총선 뒤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길 가능성이 커 민주당의 실질적인 몫은 12석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외 소수정당들이 각각 추천하는 3명의 후보들이 모두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소수정당의 기회는 소멸하고, 그 몫은 더불어시민당 자체 추천 후보로 넘어가게 된다.

자체 검증 능력이 취약한 더불어시민당의 후보자 검증 작업도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더불어시민당에) 자격이 없는 후보가 공천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당의 검증 틀이 있으니 그쪽(더불어시민당)에서 요청을 하면 후보자 자격기준 등에 따라서 검증을 해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그쪽(더불어시민당) 공관위가 우리당 검증위원 했던 분들을 좀 보내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면서 "우리 당에서 영향을 미치는 걸로 그렇게 보여질 것 같아서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공천에 관여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후보 검증을 사실상 원격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따라 4개의 소수정당이 추천한 후보들은 사실상 민주당의 후방 지원을 받는 더불어시민당 공관위가 주도하는 검증대에 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한편 윤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 보고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사안은 시일이 아주 촉박하다. 하루하루가 다르지 않느냐"면서 "그 사이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어떻게 사전보고를 다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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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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