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미래당 빼고…민주당 위성정당 '단독드리블'

친여 성향 '시민을 위하여' 플랫폼에 원외 소수정당 들러리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 참여를 위한 '그릇'으로 친여 성향이 짙은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했다. 우희종, 최배근 교수가 주도하는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며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개혁국민운동본부 등이 주도해 창당한 비례대표용 정당이다.

민주당은 17일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당초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플랫폼으로는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민주당은 플랫폼 단일화가 여의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시민을 위하여'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두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통합을 요청하고 설득해왔지만 끝내 통합이 불발되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합정당 추진 일정이 촉박해졌다"며 "촉박한 비례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했을 때 '시민을 위하여'가 창당등록과 정당교부증을 받은 유일한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에 신속하고 질서 있는 비례정당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하여'가 맺은 협약에는 민주당과 함께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5개 정당이 협약 주체로 명시됐다. '정치개혁연합'을 플랫폼으로 상정한 녹색당과 미래당, 민중당은 이 협약에 빠졌다.


민주당은 "플랫폼 선택 문제로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녹색당, 미래당, 또 정치개혁연대의 플랫폼 통합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 주까지는 합류의 문호를 열어 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하여'와 비례정당을 개문발차한 만큼, 다른 세력들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정의당, 민생당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두 당과의 연합 협의는 물 건너 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정치개혁연합 내에선 '시민을 위하여'와 플랫폼 통합을 할 경우 '조국 프레임'이 환기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시민을 위하여'와 5개 정당이 맺은 정책협약서에는 "보수야당의 검경수사권 독립,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 퇴행 시도와 부당한 탄핵 추진에 맞서 참여정당들과 공동 대응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또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적폐청산과 민주적 개혁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밝혀 민주당 입장이 사실상 그대로 관철됐다.

이와 관련해 윤호중 사무총장은 "우리는 우리 당의 정강정책 비춰 충분히 함께 정강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는 정당들을 우선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당에 우호적인 친여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와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꾸리기로 선택해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손쉽게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민주당의 셈법과 독자적인 실력을 발휘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민주당의 꼼수에 편승해 원내 의석을 얻어보려는 원외 정당들의 과욕이 맞물린 결과다.

협약 참여 주체에서 빠진 녹색당과 미래당의 선택도 주목된다. 비례연합정당 추진 세력 사이의 무게추가 친여 성향이 강한 '시민을 위하여'로 기울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정책의제들이 수용될 여지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녹색당과 미래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연합은 정당 간 수평적 연합이어야 하며, 이에 공동교섭을 위한 정당 간 원탁테이블을 공식화할 것을 제안한다"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도권 행사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21대 국회의 우선 과제로 기후국회 실현, 정치 세대교체, 선거제도 개혁 완수 등 민주당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의제들을 요구했다.

녹색당이 관심을 갖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윤 사무총장은 "소모적 논쟁"이라며 "선거의 이슈가 되는 것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 방침을 공식화 한 것도 민주당이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으로 선택한 배경으로 보인다. 윤 사무총장은 "
정치개혁연합에선 민중당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지만, 그건 민주당과 협의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념문제나 소모적인 논쟁이 유발되는 것을 굳이 원하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