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주의 강타한 최악의 경제위기 바이러스

WP "금융위기 발발한다면, 이탈리아에서 시작될 것"

"코로나19는 프랑스 사상 1백년래 최대의 보건위기"(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코로나19는 수십년래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바이러스 때문에 잃고 있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하며, 모든 면에서 이레적인 상황에 처했다. 최선을 다해 생명을 구하고, 경제를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으로 건너갈 길을 막아버린 초강경 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직후 유럽의 정상들부터 패닉에 빠졌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는 16일부터 대학교까지 포함한 모든 학교를 무기한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이날까지 프랑스의 누적확진자는 3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61명에 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영국을 제외한 26개 유럽 국가에 머문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바이러스에는 여권이 없다"면서 "분열은 우리가 직면한 세계적인 위기 극복에 대응하는 방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각국 정상들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잇따라 감염된 것에 이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측근 중 한명인 브라질 대통령실 소속 커뮤니케이션국의 파비우 바인가르텐 국장은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발표가 나오기 전 지난 7~10일 진행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다.

당시 바인가르텐 국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자리에도 배석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2일 북동부 지역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정작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 등 확진자와 접촉한 인사와 악수를 나누거나 일정을 동행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일정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백악관은 전날 네바다주 및 콜로라도주 일정을 코로나19를 이유로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캐나다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뤼도 총리의 부인이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이자 총리가 부인과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는 가벼운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 트뤼도 총리는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는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과 국회(하원) 의원 5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감염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인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자택에서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 넘게 발생한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최고지도자 외무담당 수석보좌관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면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과 장관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로하니 대통령의 감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네트워크 자본주의 강타한 최악의 경제위기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이처럼 각국 정상까지 위협하는 전염병의 위기로만 최악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노동력 착취에 기반하는 네트워크 자본주의의 촘촘한 연결망을 단숨에 끊어버리는 최악의 경제위기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며, 호흡기 감염력이 무증상 상태에서도 이례적으로 강하고, 면역력이 약한 취약층에는 곧바로 폐렴까지 일으키는 독성까지 강한 것으로 드러나자, 거의 모든 나라들이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마치 글로벌 무역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금융위기가 초래된다면, 이탈리아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연일 20% 이상 증가하며, 이날 누적 확진자 1만5113명, 누적 사망자 1016명이 됐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20일 만에 기록한 무서운 속도다. 치명률까지 유난히 높다.

세계 8번째 경제대국 이탈리아는 현재 전국민 이동제한에 상점까지 문을 닫도록 하는 극단의 비상조치까지 단행되면서, 실물경제가 얼어붙었다. 코로나19가 초래하는 금융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실물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부실이 터지는 위기가 될 것이라느 경고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공적자금 등 금융시스템 위기를 구하는 기존의 해법이 '전염병발 위기'에 통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이탈리아의 은행 중 최대인 유니크레디트 주가는 한 달 새 39%나 내렸다. 이탈리아 은행권은 이탈리아 국채 발행 물량(2조400억 달러·약 2925조 원)의 4분의 1가량을 갖고 있어 은행권 파산은 곧바로 이탈리아의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등 다른 유럽국가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이탈리아 국채 신용등급이 부실채권급으로 강등될 경우 유럽 전역이 '이탈리아발 금융위기'에 휘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50억 유로(약 34조 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는 나라들은 즐비하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미 올해 1분기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만큼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관광대국 스페인의 실물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12일 스페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968명으로 하룻새 828명이 늘었다. 사망자도 48명에서 84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8일 589명에서 나흘 만에 5배 이상으로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무섭다.

특히 수도 마드리드에서 확진자가 최소 1300명 이상 발생하고 사망자가 38명 이상 나오는 등 코로나19로 수도권의 타격이 전국에서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명소인 성가족대성당(사그라다파밀리아)도 13일부터 당분간 문을 닫기로 하고, 진행 중이던 증축공사도 중단된다.

이날 양성평등부 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비롯한 각료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으며, 하원 의사당은 1주일간의 의사당 폐쇄 기간을 보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180억 유로(약 24조 원) 규모의 긴급예산 지출 계획도 발표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 파산 때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보다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일본처럼 스테이그네이션에 직면할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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