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세를 볼 때, 2024년까지 세계 5위의 군사 강국을 만들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지난 30년간,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막대한 군비 투자에 힘입어 한국의 군사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 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과 2019년에는 세계 7위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6위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한국보다 상위로 평가받은 나라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이다. 그런데 전력지수 0.1509로 평가된 일본과의 격차가 불과 0.0008이기 때문에 한국이 국방비를 더 늘리면서 군비를 증강하면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다. 2018년에는 7위를 기록해 처음으로 일본(8위)보다 앞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계 5위의 국방 강국"을 통해 "지키는 평화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유능한 군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화 지키기(peace-keeping)에서 평화 만들기(peace-making)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군비증강이 아니라 군비통제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데, 민주당의 공약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역대급 군비증강과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는 양립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미 분명해진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군비증강과 남북관계를 다 잡을 수 있다고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국방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북측의 이런 행동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어긋난다"며 "당에서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나는 거꾸로 민주당이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이와 같이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다.
정부·여당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민생에 대해 진정성과 책임성을 갖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한국의 군사력은 역대 최고인 세계 6위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2018년 및 2019년보다 7단계 떨어진 25위로 평가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대규모 국방 투자를 지지해주신 덕분에 세계적인 군사 대국으로 올라섰다"며 "이제 적절한 수준으로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민생을 위해 군비통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세세한 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이뤄진 국방력 증강 상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면서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가령 한국이 보유한 각종 미사일만도 수천 발에 달한다고 말이다.
아마도 민주당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 관련 공약에서 여러 가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을 이뤄내겠다는 공약에 집착할수록 이들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막대한 예산 지출을 필요로하는 다른 공약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민주당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1953년 4월 16일에 한 말이다.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 그리고 발사된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입니다. (중략) 군사화된 세계는 돈만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땀과 과학자들의 재능,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희망마저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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