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십계명으로 마스크 사용 줄이자

[안종주의 안전사회] 마스크 배급 사회, 수요 줄이기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마스크 제조 공장을 돌아보면서 공장 관계자 등과 대화를 나누었다.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한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뒤늦었지만 잘한 결정이자 행동이다. 진즉에 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도 많이 모자란다. 같은 날 총리는 마스크를 쓴 채 발표를 했다.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에서 말이다. 방송에 이런 모습이 계속 나가고 있다. 위험(위기) 소통의 교과서를 보면 정부가 내는 메시지는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말보다 행동, 즉 비언어가 소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한데 아직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관계자, 심지어는 전문가집단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도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방송을 통해 계속 중계된다. 마스크 수요 줄이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마스크, 대통령은 안하고 총리는 하면 국민의 선택은?

방송 화면과 신문 사진 등으로 이를 본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안 써도 되는지 헷갈린다. 정부가 며칠 전부터 건강한 사람은 야외 공간이나 개별 실내 공간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공무원, 특히 지도자급 인사는 제각각 행동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혼돈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마스크 대란으로 인한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마스크 대란도 그렇고 배급제도 대한민국에서 처음 벌어지고 있다. 세계 감염병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매우 낮은 사망률, 그리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아직 유행병이라고 부르기에도 곤란한 낮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런 마스크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실은 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과잉수요 때문이다.

마스크 과잉수요는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불필요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기 때문에 생긴다. 시도 때도 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정부가 앞장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험소통의 실패다. 위험소통에서 중요한 위험 메시지 전달 실패다.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위험 소통 메시지를 국민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오랫동안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치기가 쉽지 않은 새로운 감염병 문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때부터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하고 위험 메시지를 정확하고 끈질기게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각종 회의나 칼럼에서 필자는 강조해왔다. 하지만 너무나 굼떠 제때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도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를 포함한 패널 등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어정쩡한 답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과 궁금함을 속 시원히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혹여나 자신의 주장과 다른 반론이 나올까봐 매우 조심스레 말하기 때문이다.

교통 안내방송 새로 바꿔 마스크 수요 줄이기 나서야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나오는 안내방송의 제 일성이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이다. 자주 손 씻기, 기침 예절, 사회적 거리두기는 2순위 3순위로 밀려나 있다. 위험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 강조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1순위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가 되어야 한다. 손 씻기를 강조하기 전에 손이나 손가락으로 문고리나 손잡이 승강기 버튼을 누르지 않는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그 다음 기침 예절, 즉 윗옷 소매 안쪽에 대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안내 방송 내용의 순서를 고쳐라. 그 내용도 수정하라. 불필요한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점검을 다시 하라.

마스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경우 재사용이 가능한지를 잘 이해하면 마스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마스크 대란은 감염을 막기 위한 과학적 행동이라기보다는 불안 심리에 따른 비과학적 행동이 빚은 결과다. 과학적 마스크 리터러시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이는 공중에서 마구 소독제를 뿌려대는 것과 같다. 건물 옥상과 외벽, 확진자가 나온 장소 주변에다 소독제를 퍼붓는 방역 정책과 같다. 거리와 도로 위에도 소독제를 마구 뿌려대는 것과 같다. 너무나 비과학적이며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 모두 정부가 앞장서 공포를 조장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시민은 이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방역 적폐들이다. 마스크 대란도 위기관리의 원칙을 무시한 적폐 때문에 일어났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걸까.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마스크 수요를 줄여보기 위해 나름의 마스크 십계명을 만들어보았다. 이런 십계명은 지난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여러 역학 전문가와 감염병 전문가, 전 질병관리본부장 등을 취재해 나온 것이기도 하고 실제 필자가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것들이다.

필요 없는데도 주변 눈치 보며 마스크 쓰지는 말자

①마스크는 꼭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공간에서만 사용하라. 방역 당국이 말하는 필수 착용 대상과 공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절반 이상, 즉 3천만 명가량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특수한 환경을 빼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②주변 눈치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소심한 사람이 되지 마라. 건강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는 승강기 안, 서로 아주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야 하는 좁은 실내 공간, 사람들로 북적대는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 등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한데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대다수가 쓰니 눈치가 보여 쓴다. 소심하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 대란 조기 진화의 일등공신이다.

③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반복하지 마라. 그런 행동을 하면서 마스크 앞부분을 만질 위험이 높다. 차라리 쓰지 않거나 계속 쓰고 있어라. 말할 때 이런 행동을 한다면 일정 거리를 두고 말하는 것이 낫다.

④마스크를 코 밑이나 입 아래로 내려 쓰지 마라. 전문가들조차 이런 행위를 하고 길거리에서 너무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는 자전거를 타고가면서 숨이 가쁘니까 마스크를 아래로 내리고 간다.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타면 될 터인데 말이다. 마스크를 어떤 식으로든지 착용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스크 대란의 작은 공범이다.

⑤착용한 마스크에 자꾸 손대지 마라. 실제로 일상 중에서 감염자를 만나 그가 뿜어낸 바이러스를 마스크로 막아낼 일이 극히 희박하기는 하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 멋모르고 마스크를 만지게 되면 손은 오염된다. 감염자가 이런 행위를 하면 타인에게 전파할 위험이 아주 높아진다.

⑥야외와 넓은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마라. 2미터 안에서 마주 보고 대화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정치인, 방역 당국자, 공무원 등은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유행 패션처럼 무분별하게 마스크를 착용해왔다. 이럴 본 국민은 사실상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답이라고 여기게 됐다.

마스크 재사용 가능, 면 마스크도 괜찮아

⑦마스크를 재사용하라. 건강한 사람이 사용한 마스크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하루에 잠깐 한두 시간 사용한 사람은 햇빛에 잘 말려 하루 이틀 뒤 서너 번 더 사용할 수 있다. 마스크 필터는 8시간 기능을 발휘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사용한 사람은 1주일, 2시간 사용한 사람은 나흘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다. 단 마스크를 깨끗하게 보관한 것이어야 하고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쁜 날에 서너 시간씩 사용한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터의 구멍이 이미 많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마스크 재사용을 권하지 않는다며 이를 반대하는 의사단체 등도 있다. 이는 건강한 사람이 사용한 것이 아닌 호흡기질환자 등 필수 마스크 사용자의 마스크 재사용을 말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이상한 방법, 즉 알코올 소독, 전자레인지 돌리기 방법 등에 현혹되지 마라. 정부가 권장하지 않는 모든 방법은 엉터리다. 그렇게 간편하고 좋은 방법이 있으면 왜 정부와 전문가들이 권하지 않았겠는가.
⑧하루 종일 사용한 사람은 일회용 마스크를 버려라. 의료종사자, 요양원 등 집단 시설 종사자는 재사용을 하지 마라. 감염자나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재사용을 삼가라.

⑨면 마스크도 침방울 흡입 방지에 도움이 되므로 사용해라. KF80마스크 등이 당장 없는 상황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면 마스크보다는 앞부분에 필터가 장착된 것이면 더 좋다. 면 마스크도 잘 만든 것이면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불안 심리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에게 면 마스크도 훌륭하다.

⑩마스크 누설률을 최소화하라. 마스크를 100% 완벽하게 쓰기는 어렵다. 얼굴 구조와 크기가 사람마다 다르고 마스크 끈의 느슨함 등 여러 이유로 들숨 때 공기가 틈으로 들어온다. 누설률 제로 마스크 착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숨쉬기 답답하다는 이유로 느슨하게 착용하거나 코를 내놓는 경우라면 차라리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더 잘 실천할 테니 말이다.

대통령이 마스크 10계명 홍보 모델이 되어야

이런 십계명 외에도 더 세세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문답이 가능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것을 모아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을 일목요연하게 만들기 바란다. 이를 각 홈페이지 등 초기화면에 잘 볼 수 있도록 배치하기 바란다. 그리고 매스미디어,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기 바란다.

대통령이나 BTS급 유명인사가 직접 모델이 되어 올바른 착용 장소와 착용법 등을 알려주는 동영상 제작·홍보를 권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아무리 좋은 안내지침이 있더라도 시민이 각인해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위험소통의 요체는 공감에 이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언론도 마스크 수요 줄이기에 동참해야 한다. 실내에서 여럿이 모여 좌담을 하고 토론을 벌이는 실내 녹화장에서는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야외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 홀로 보도하는 기자들은 외려 마스크를 쓰거나 최악의 마스크 착용법인 얼굴 아래로 마스크를 내린 채 보도한다. 보도에서는 야외공간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하고 기자의 행동은 그 반대다. 기자협회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이런 행동을 하지 말 것과 이런 화면·자료화면을 내보내지 말도록 권고하기 바란다.
<마스크 십계명>
①마스크는 꼭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공간에서만 사용하라.
②주변 눈치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소심한 사람이 되지 마라.
③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반복하지 마라.
④마스크를 코 밑이나 입 아래로 내려 쓰지 마라.
⑤착용한 마스크에 자꾸 손대지 마라.
⑥야외와 넓은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마라.
⑦마스크를 재사용하라.
⑧하루 종일 사용한 사람은 일회용 마스크를 버려라.
⑨면 마스크도 침방울 흡입 방지에 도움이 되므로 사용하라.
⑩마스크 누설률을 최소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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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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