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첫 담화 "靑 저능한 사고에 경악" 맹비난

'평화 메신저' 옛말…남북관계 냉각 스피커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비판한 청와대에 대해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내용의 거친 담화를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 형식으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김 제1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자신들이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포함해 최근 벌인 타격 훈련은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감지한 이후 긴급 관계 부처 장관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합동 타격 훈련에 대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러한 행동의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은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하기는 청와대나 국방부가 자동응답기처럼 늘 외워대던 소리이기는 하다"고 비꼰 뒤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고 따졌다.

그는 "우리가 남측더러 그렇게도 하고 싶어 하는 합동 군사 연습 놀이를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 완화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 청와대는 어떻게 대답해 나올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전쟁 연습 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김 제1부부장은 "몰래 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 들여왔겠는가"라며 "쥐여 짜보면 결국 자기들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우리는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데 이런 강도적인 억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누가 정상 상대라고 대해주겠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무기한 연기된 것에 대해 "남조선(남한)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코로나 19)가 연기시킨 것이지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은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다.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하며 붙어 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 것"이라면서도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한국이나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보다는 동계 훈련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우려를 표명하자 이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담화 발표의 주체가 김 제1부부장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김 제1부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냉각됐던 남북관계를 여는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2월 김일성 일가의 소위 '백두혈통'으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고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이사장을 애도하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는 등 남북 간 주요 장면마다 북한 측의 대표 메신저로 활동해왔다. 그러한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는 것은 현재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이 상당한 수준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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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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