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검사 너무 많이 해 증폭"...정치·과학 논쟁 촉발

코로나19 진단기준, 미국 VS 이탈리아 정반대 논란

코로나19 검사 대상 선정 기준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정반대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초의 지역전파 사례가 된 캘리포니아 환자의 확진이 늦어진 이유가 엄격한 검사 대상 선정 기준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반면, 유럽의 '우한'이 된 이탈리아에서는 지방정부가 너무 적극적으로 검사 대상을 선정해 상황을 불필요하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중앙정부가 비판하고 나섰다.

28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국에서 최초의 지역전파 사례가 된 29번째 확진자의 판정이 늦어진 이유와 마찬가지로 "중국 여행 경력, 또는 확진자 접촉"을 검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확진자는 위중한 상태에서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한 의료진이 CDC에 검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나마 CDC가 의료진의 강력한 요청에 예외적으로 검사를 진행해 뒤늦게 확진됐다.

신문은 "이 환자가 확진이 되기 전부터 의료계에서는 CDC의 검사가 너무 제한적으로 이뤄져, 코로나 19의 확산에 대한 대비를 지연시키고, 감염 실태를 왜곡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CDC는 여행 경력에 이탈리아와 한국 등을 추가한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검사를 하려면 환자의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의료진이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 27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650명, 사망자 17명을 기록한 이탈리아.ⓒEPA=연합

코로나 19, 세계 곳곳에 '정치적 위기'도 초래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검사 대상 선정 기준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을 빚는 정치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에서 주세페 콘테 총리가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 주 정부가 검사를 너무 적극적으로 많이 해 코로나19의 위협을 부풀리고 있다고 공개비난했다. 이날까지 이탈리아의 총 확진자 650명 중 403명이 롬바르디아 주에서 나왔다. 롬바르디아 주는 확진자와 접촉만 하면 증상이 없는 환자도 검사를 하고 있으며, 양성 반응을 보이면 확진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롬바르디아 주의 검사 기준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검사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효과적이냐는 정치적, 과학적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콘테 총리 등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이 롬바르디아 주의 대응 방식을 비난하는 배경에는 롬바르디아 주지사 아틸리오 폰타나가 정적 관계인 극우동맹 소속이라는 정치적 대립관계라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극우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콘테 내각을 붕괴시키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살비니는 "콘테 총리는 위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문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검사 기준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당국이 비판을 받고 있는데, 롬바르디아 주는 너무 적극적이라고 비판을 받는 이레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신문은 "롬바르디아 주의 대응이 실제보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이게 하고 있다는 논란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정치적인 현안이기도 하다"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전세계 정치지도자들은 주식시장, 여행, 경제활동에 타격을 주는 불안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압박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6일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상황을 '가능한 한 가장 나쁘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롬바르디아 주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유행병학, 위기 메시지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탈리아 보건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들은 롬바르디아 주가 무증상 양성 반응자까지 확진자에 포함시켜 코로나19의 위협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경증 단계도 추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증상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증상자의 감염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방식을 정하는데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롬바르디아 주는 27일 "적극적인 대응은 옳았다"면서도 "이제는 중앙정부와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 맞춰 유증상자만 검사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면 지금까지 WHO는 무증상자가 전염시키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는 입장이었으나 무증상자의 감염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번 주내에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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