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의원단·시도당위원장단 비상 연석회의에서 "('비례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반개혁 수구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민주당 일각에서 스스로 '민주주의의 흑역사'라고 맹비난했던 비례용 위성정당 추진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미래한국당의 꼼수 때문에 수구보수 세력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우리도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 대표는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민주당 스스로 선거제도 개혁의 대의를 버리고 진보세력 입법 공조를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꼼수 비례 정당의 창당은 개혁을 뒷받침해왔던 유권자들을 크게 실망시켜 총선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 정당이라면 절대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이끌어왔던 민주당 지도부가 그 누구보다도 이런 점을 잘 유념하고 계시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결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개정선거법을 악용하는 어떤 꼼수에 대해서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이번 개정 선거법이 꼼수 비례정당 간의 경쟁으로 왜곡된다면 정의당은 정치개혁의 대의와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한 결연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안팎에서 위성정당 창당론이 본격화 된 것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최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 할 경우 필요한 실무적 절차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밖에서 만드는 부분은 당 안에서 검토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 밖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면 그 영향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비례대표 관련해 우리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비례대표 의석 전망이) 6∼7석 정도로 예상되는데, '민주당 찍어봐야 사표가 된다'는 논리가 유포되면 6석도 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정의당 등과 함께 '범진보비례정당'을 만드는 방안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KBS에 따르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정치합시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의당과 같이 만든 범진보연합비례정당이 45%의 지지를 받는다면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에서 미래통합당 비례정당 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민주당이 당선권 안에 후보 8명 정도만 추천을 하고 나머지는 정의당 몫이라고 한다면 개정 선거법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정의당 관계자는 "위성정당을 기정 사실화하는 연장선상이기 때문에 발상 자체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했는데, 미래한국당을 따라 위성정당을 만들면 민주당과 똑같아 지는 꼴"이라며 "(범진보 성향의 위성정당은) 광범위한 진보 세력들이 조정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해서 나오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의당은 '범진보비례정당' 논의가 정의당을 끌어들여 위성정당 창당 명분을 얻으려는 민주당 측의 노림수로 본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24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당 등록을 무효화 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오로지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잠탈하려는 목적으로, 사상 유례없는 불법적인 위성 조직의 등록을 수리한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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