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별 관광,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자

[강주원의 남북 교류와 만남 읽기] 북한 개별 관광에서 빠진 퍼즐은

개별 관광, 넘어야 할 산과 벽들

2020년 1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매우 절실해졌다"고 언급하면서 "북한 개별 관광 추진"을 밝혔다. 그렇다면 통일부 그리고 한국 사회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 중"일까?

통일부는 바로 "개별관광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지난 한달 여 동안 코로나 19 여파로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찬반 논쟁만이 간혹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언론의 분석은 아래 JTBC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관광'은 일단 북한 비자를 받아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거쳐 북한 관광지로 들어가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정부는 남북 군사분계선을 지나 금강산이나 개성에 올라가는 형태의 '개별관광'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략) 물론 여기에는 유엔사의 통행 승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중략) '개별관광'의 시범케이스로 고향이 강원도인 사람들은 금강산을, 함경도인 사람들은 원산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겁니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북한 개별 관광을 위해서 넘어야 할 이런저런 산과 벽들(남남 갈등, 미국의 반발 등)이 산재해 있지만 크게 세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제3국 경유의 비용과 시간, 다른 하나는 육로 방북에 대한 유엔사 통행 승인, 마지막 하나는 북한의 호응(결단)이다.

나는 자꾸만 의문이 생긴다. 이런 남북 교류와 만남에 대한 계획을 위해서 통일부는 어떤 노력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통일부의 계획에 빈 여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2005년 7월 물안개 자욱한 압록강의 모습.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 사람에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넘나들기를 허락했던 강이다. 이를 이해할 때 남북 교류와 만남의 계획들은 구체성을 갖출 수 있다. ⓒ강주원

계획 & 현실적인 방안

우선 "북한의 호응"을 말하기 전에 짧은 역사만 살펴보겠다. 2018년 이후, 지자체들과 정부는 남북 교류와 만남의 계획을 발표하곤 했다. 그런데 거기에 패턴이 읽힌다. "기-승-전-북한의 거부 혹은 반응 없음"이다. 한국 사회는 무엇이라도 계획하였지만 결국에 북한의 책임(탓)으로 귀결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결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고 통일부가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남지 되었지만 통일부 장관은 2월 18일 국회에서 "(개별 관광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음은 "유엔사의 통행 승인과 육로 방북"이다. 2019년 8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DMZ 내 대성리 마을 방문도 좌절된 민낯의 예를 말하지 않더라도, 육로 방북이 지난 30여 년의 남북 교류와 만남의 역사에 몇 번이나 있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나의 책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눌민, 2019)에서 이를 다룬 바 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남북 관계가 그나마 나았다고 말하는 2000년대에도 여행 경비를 내면 갈 수 있던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제외하고 휴전선 넘기가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경우가 다수였다. 노력과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육로 방북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될 지향점이다. 하지만 휴전선을 육로로 민간인이 넘는다는 것은 거의 통일에 준하는 상황에 가능한 것 아닐까? 또한 2020년 전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해결되지 않았고 5.24 조치가 여전히 통일부 홈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계획이 얼마나 현실적인 방안을 담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제3국 경유의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 JTBC는 막연하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말한다. 기사를 작성할 때 통일부의 설명이 부족한 것이었을까?

'서울-중국 선양(단둥)-평양'과 '서울-평양', 이 두 코스의 왕복 시간 차이는 비행기 환승이 맞아 떨어지면 최소 하루, 아니면 이틀이다. 비용은 한국-중국 비행기 왕복 비용 약 30만 원 전후가 추가 된다. 물론 북한 비자도 약 4만 원이 더 든다. 중국 단수 개인비자 약 6만 원도 있다. 합하면 약 40만 원이고 1~2일이다. 여기에는 중국에 머물 때 드는 숙박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금액과 시간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때문에 휴전선 넘기만을 기다려야 되는 것일까? 참고로 선양-평양 비행기 왕복 비용은 약 50만원이고 단둥-평양 국제 열차 왕복 비용은 약 9만원이다. 서울-평양(원산)의 육로 교통비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 2017년 9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이전에도 베이징 공항에는 제주·인천·평양행 비행기 수속이 함께 이뤄졌다. ⓒ강주원


▲ 2018년 10월, 남북 관계와 북중 관계 혹은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선양 공항에도 남북의 비행기가 같은 날 함께 뜨고 함께 착륙하곤 했다. 사진의 KE834편이 대한항공, JS256, JS156편이 고려항공 여객기다. ⓒ강주원

개별 관광,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계획인가?

지난 한 달 넘게 "북한 개별 관광 추진 계획"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계획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무단히 노력을 했다.

그런데 아직도 통일부는 계획만 가지고 있고 북한에 제안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 이 또한 북한 탓으로 생각하는 편견이 깊어질 것 같다. 육로 방북을 위한 선결과제도 풀지 않았는데 또 다른 계획을 말한 결과는 남북 교류와 만남의 기대에 멍만 들게 할 것 같다. 구체적인 시간과 비용도 계산하지 않고 막연히 힘들다고 한국 언론이 설명하는 계획은 한국 사회에 남북 교류와 만남에 대한 피로감만 쌓이게 할 것 같다.

나는 통일부의 공무원도, 그렇다고 정치가도 아니다. 북한을 논하는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상대방과 사전 논의 없는 계획의 무의미함을, 지난 남북 교류와 만남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육로 방북이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하고 해결한 뒤 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30여 년 동안 한쪽에서는 휴전선 앞에서 비용과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지만 한쪽에서는 서울-중국-평양이라는 또 다른 길로 방북 길을 이어온 역사를 알고 있다.

나는 하나 더 알고 있다. 다음은 작년에 출판한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눌민, 2019) 책에 남긴 글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2018년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은 세 모습이 공존한다. 국가보안법이 연출하는 그림자, 밀린 숙제로 남은 남북 관계의 당면 과제, 남북의 먼 훗날의 계획이다.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앞뒤가 안 맞는 동거이다."

그렇다면 계획 발표와 함께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다음 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개별 관광이 "현실적인 방안"이 되기 위해서, 통일부의 "제 3국 경유"가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 과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이런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류학적 자료는 넘친다. 이는 휴전선이 아닌 압록강을 넘나들었던 30여 년의 한국 사람들의 궤적과 발자취다.

▲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눌민, 2019)에서 남북 교류와 만남의 또 다른 길과 공간을 그려보았다. 이는 3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들이다. 이 길을 알면 남북 교류와 만남에 대한 상상력과 현실적인 방안은 날개를 달 수 있다. ⓒ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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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강주원 박사는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 그리고 탈북자를 동시에 연구하는 인류학자다.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단둥에서 살면서 현장 연구를 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단둥을 수없이 방문하며 수백 명의 단둥 사람과 인간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의 국경 취재 및 관광을 자문하는 일도 병행 중이다.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글항아리 펴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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